[박영서의 글로벌 아이] 베네수엘라, 트럼프의 ‘전쟁 놀이터’ 되나

박영서 2025. 8. 29.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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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반미 국가 베네수엘라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표적이 됐다. 마약 밀매를 해결하겠다면서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에 대한 전례 없는 군사 압박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배경은 단순한 마약 문제가 아니다. 마두로 정권을 압박하는 동시에, 중남미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려는 계산이 겹쳐있다는 분석이다. 두 나라의 맞대결이 어떻게 전개될지, 그것이 국제 질서에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전 세계가 주시하고 있다.

◆ 일촉즉발 ‘강대강’ 대응

미국과 베네수엘라 사이에 전운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마약 밀매 차단’을 명분으로 베네수엘라 주변 카리브해에 미 해군의 상징적 전력인 이지스 구축함 3척을 배치하고 4000명 넘는 병력을 투입하기로 했다. 여기에 더해 AFP통신은 핵추진 잠수함 ‘뉴포트뉴스’호를 비롯해 함정 2척을 추가 배치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베네수엘라 권력층과 연결된 것으로 파악된 ‘카르텔 데로스 솔레스’(태양 카르텔)와 베네수엘라 기반 ‘트렌데아라과’ 등을 겨냥한 ‘소탕 작전’을 지시했다. 또한 마두로 대통령을 미국 내 마약 유입 ‘주범’으로 지목하고 그의 체포와 관련한 정보 제공 보상액을 5000만달러(약 693억원)로 두 배 증액했다. 마두로 대통령을 범죄조직 두목과 동급으로 취급한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범죄국가’로 사실상 규정하고 군사 작전 수순을 밟아가는 모습이 선명해지고 있다. 전례 없는 강경책이다.

마두로 정권은 맞대응에 나섰다. 상당한 규모의 드론을 동원해 영토 순찰을 진행하고, 영해 북쪽으로는 함정들을 배치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그는 지난 26일(현지시간) 자신의 텔레그램 게시물에서 “미국과 그 극우 동맹 세력의 제국주의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 방어 체계를 24시간 가동하고 있다”면서 “휴식이란 없으며, 누구도 베네수엘라 영토를 건드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전쟁이냐, 아니면 협상이냐

마두로 정권은 반미 노선을 유지하며 중국과 러시아, 이란과 밀착해 왔다. 특히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에서 베네수엘라는 중요한 거점으로 꼽힌다. 이를 감안하면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은 단순한 마약 소탕 차원을 넘어, 반미·친중 정권을 전복시키면서 미중 패권 경쟁의 구도까지 바꾸려는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

그렇다면 향후 두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첫째, 실제 군사 개입이다. 이지스 구축함과 핵추진 잠수함까지 동원된 전개는 단순한 무력 과시를 넘어 실전 준비 단계로 해석될 수 있다. 만약 미국이 제한적 공습이나 특수작전을 감행한다면, 베네수엘라는 물론 중남미 전역이 긴장 상태로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국제 원유 시장도 크게 흔들릴 것이다. 베네수엘라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이다.

둘째, 지속적 압박을 통해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는 것이다. 실제 개입은 자제하지만 심리적·정치적 압박을 높여 베네수엘라 내부 균열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마두로 정권은 강경 대응을 이어가겠지만, 정권 내부 동요나 국가 경제의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양측은 협상에 들어갈 것이다. 미국은 석유자원 접근권, 중남미 내 중국 영향력 축소 등을 얻어낼 수 있다. 미국 입장에선 군사적 비용을 치르지 않고 전략적 이익을 얻을 수 있어 매력적인 선택지다.

국제사회의 반응은 엇갈린다. 중국은 “베네수엘라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며 반발했다. 베네수엘라와 비슷한 처지인 멕시코와 콜롬비아는 미국의 군사적 움직임에 강한 우려를 표했다. 반면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파라과이 등은 미국의 마약 카르텔 소탕 논리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브라질은 불개입 원칙을 재확인하며 거리를 두고 있다. 유엔은 긴장 고조를 주시하며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수준이다.

결과는 두 갈래다. 군사 개입으로 카리브해가 국제 분쟁의 화약고가 될 수 있고, 협상으로 전환되어 새로운 거래가 성립될 수도 있다. 어쨌든 베네수엘라 사태는 단순한 마약 전쟁을 넘어 반미 구도, 미중 패권 경쟁이 얽힌 복합적 시험대라 할 수 있다. 물론 열쇠는 도널드 트럼프가 쥐고 있다.

박영서 기자 py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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