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금융·세금 부담 크면 투자 줄이고, 노동 규제엔 투자 늘린다
"기업 경영 장애물 금융 접근성·세금·노동 규제"
노동 규제하면 인력 확충 대신 자동화 투자

국내 기업들은 금융 접근성과 세금 문제, 노동 규제를 경영상 가장 큰 장애물로 여기면서도 다르게 대응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금융과 세금 문제로 부담을 느끼면 투자를 줄이지만 노동 규제엔 자동화를 위해 설비 투자를 늘린다는 것이다.
민간 싱크탱크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는 28일 '한국 기업 환경의 현주소와 새로운 성장을 위한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2024년 세계은행 기업조사(WBES) 조사 결과를 인용해 이런 내용을 공개했다.
'가장 큰 경영상 장애물'을 묻는 질문에 금융 접근성이라고 답한 기업이 33.9%로 가장 많았고 이어 세율 및 세무 행정(20.9%), 노동 규제(15.8%) 등 순이었다. 실제로 금융 접근이 어렵거나 세금 부담을 크게 느낀 기업은 관련 부담이 덜한 기업보다 설비 및 무형 자산 투자 비율이 20%포인트 이상 낮았다. 노동 규제 부담을 크게 느낀 기업은 인력 확충 대신 자동화나 기술 개발 중심 전략을 선택하면서 오히려 설비 및 무형 자산 투자가 증가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해당 보고서에서 각국 기업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한국의 인허가 절차 소요 평균 기간은 193.1일이 걸린다고 응답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8.4일)의 10배가 넘었다.
SGI는 기업들이 금융, 노동, 세금 등 일상적 경영 환경 전반부터 규제 체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3년 산업통상자원부의 외국인투자기업 경영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외국인투자기업의 44.4%가 한국 산업 발전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규제 개선을 꼽았다.
SGI는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성장 여건 조성을 당부했다. 구체적 방안으로 △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금산분리 원칙의 탄력적 운용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유사한 기업 대상 직접 환급 방식의 세제 지원 △기술 개발과 시장 선점이 중요한 산업에 한정한 주 52시간제 유연화 등을 제안했다.
박양수 SGI 원장은 "기업 성장에 따라 규제는 늘고 지원은 줄어드는 역진적 구조로는 기업의 성장 유인을 강화할 수 없다"며 "성장하는 기업을 대우하고 격려하는 방식으로 인센티브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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