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신파의 정수 ‘퉁소소리’, “윗분들 보고 기층민의 삶 이해 좀 하길”
![서울시극단 고선웅 단장, 정나라, 정새별, 박영민 [세종문화회관 제공]](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29/ned/20250829065141044xsvz.jpg)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지난한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날 때부터 글공부를 멀리한 소년 시절을 지나, 평생의 반려자를 만났지만 두 번의 전쟁으로 흩어진 가장 최척과 아내 옥영의 이야기.
“무대 위의 시간이 우리의 일상처럼 굉장히 빨라요. 최척이 언제 이렇게 커서 장가를 가고 전쟁을 끌려가고 큰아들은 잃고, 둘째 아들은 장가를 가는가 싶더라고요. 무대에선 많은 일에 휩쓸리며 정신없이 살게 돼요.”
연극 ‘퉁소소리’에서 주인공 최척 역을 맡은 배우 박영민은 이렇게 말했다.
숱하게 봐온 ‘영웅 서사’가 아니다. 나라를 위기에서 구한 극적 스토리도 없고, 대단한 위업을 달성한 알 만한 사람도 등장하지 않는다. 무명(無名)의 이야기이자, 필부필녀의 삶이었다. 그들을 보듬었던 고선웅 서울시극단 단장이 조선의 민초들을 들여다본 ‘퉁소소리’가 돌아온다. 지난해 초연, 공연계 최고의 작품으로 꼽힌 무대다. 임기 3년을 마무리하는 고 단장의 마지막 서울시극단 무대다.
‘퉁소소리’의 각색과 연출을 맡은 고선웅 단장은 “영웅 서사는 많았지만 그 아래에서 죽어간 이들의 이야기는 없었다”며 “특별하지 않은 민초의 삶을 다룬 이야기는 그렇기에 더 지고한 가치를 지닌다”고 했다. ‘삼국지’의 조조 유방 관우 장비는 물론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보다 민중의 삶에 더 마음이 간다는 그는 이 이야기는 전쟁으로 인한 한 가족의 역경 극복기라고 했다.
‘퉁소소리’는 조선 중기 작가 조위한이 쓴 소설 ‘최척전’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임진왜란, 정유재란, 명·청 교체기의 혼란상을 모두 겪은 최척 일가가 30여년 세월이 담겼다. 격동의 시대를 살아가는 최척 가족의 물처럼 흐르는 시간이 객석에도 파도처럼 밀려든다.
유장한 시간의 강을 압축한 150분은 관객과 함께 울고 웃으며 순식간에 지나간다. 고선웅 연출가의 장기 중 하나인 ‘동양 신파’의 진수가 들어있다.
고 연출가는 “연극은 감정의 기복이 중요하다. 하지만 곧이곧대로 기쁨과 슬픔을 준다고 그것을 관객이 수용하는 것은 아니며, 그것이 진실한 방법이라는 것은 자기 착각일 수 있다”며 “관객의 감정을 고양할 수 있는 방법을 잘 생각해 요령껏 보여주는 것이 좋은 신파다. 그것에 접근하는 좋은 방법은 하는 사람이 재밌어야 한다”고 했다.
![서울시극단 고선웅 단장, 박영민 정나라, 정새별 [세종문화회관 제공]](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29/ned/20250829065141312aebp.jpg)
30년의 긴 세월 동안 몇 차례의 전쟁으로 인해 이별과 재회를 반복하는 이야기는 새삼스럽게 삶의 가치를 일깨운다. 고 연출이 10여년간 품어온 이 이야기는 지난해 초연 이후 백상예술대상 백상연극상,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3’ 등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고 연출은 “놀라울 만큼 잔인하고 만행을 자행하면서도 소파에 앉아 악수부터 나누는 위정자들의 행태가 너무나 불쾌하다”며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겪는 민초들과 고난 속에서도 포기 않고 생명을 이어온 기층민의 노고를 윗분들도 보러와 이해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초연 당시 ‘퉁소소리’의 인기 비결에 대해 고 연출가는 배우과 창작진의 호흡을 꼽았다. 그는 “멤버 20명 모두가 단단하다”며 “배우들과 즐겁게 겉절이 무치듯 작업한 연극”이라고 했다.
고 연출가의 무대는 그만의 특별한 색채가 묻어있다. 텅 비워낸 무대에 배우들이 태워넣는 에너지, 단순함 안에서 끌어올린 감정의 파고가 채워진다.
서울시극단 단원인 정나라는 “단장님과 작업하며 많은 것을 비워내고 있다”며 “비워낸다는 것이 인물의 심정을 비우는 것이 아니라, 꽉 차있지만 명확하게 드러내는 것을 추구한다. 인물을 세심히 분석해 섬세하게 표현하는 작업으로 대중성과 예술성을 갖춘 지점을 (단장님이) 요구한다”고 했다. 정새별은 “연출님과의 작업에선 순식간에 인물과 대면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유로움을 느끼게 된다”고 했다.
지금도 전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이어지고 있고, 한국과 중국, 일본을 오가는 방대한 서사인 만큼 고 연출가는 이 작품을 아시아에서도 올리고 싶다고 했다.
고 연출가는 “세상이 전쟁 없이 평화로웠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든 작품”이라며 “전쟁으로 인한 아픔을 재현하면 안 된다고 이야기하는 이 작품이 지구 한 바퀴를 돌며 많은 관객과 만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시 오르는 무대는 일부 장면을 줄이고 다듬었다. 분량으로 치면 3분 정도 줄었다. 고 연출가는 “내 느낌에 지루한 부분은 빼야 하지 않을까 싶어 줄인 부분이 있다”며 “짧다고 느낄 수 있지만 연극에선 굉장히 큰 시간”이라고 했다. 초연과는 또 달라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세포도 늙고 배우들은 더 깊어져 감정의 기복을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어요.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니 매번 다를 수밖에 없어요. 이번에도 그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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