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왕고래’ 2차 탐사 추진에…포항 어민들, 다시 저지 움직임
어민들 “어망 피해부터 해결해야”…해상 시위 예고

한국석유공사가 ‘대왕고래 프로젝트’ 1차 탐사 후 발생한 어민 피해 보상은 뒷전으로 한 채 2차 탐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어민들은 피해 보상없이 2차 탐사가 강행될 경우 해상시위 등 무력저지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28일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대왕고래 2차 탐사(시추작업)에 참여할 해외 협력업체를 찾기 위한 국제입찰이 내달 마감될 예정이다. 입찰에는 해외 유명 석유기업 4~5곳 등 여러 기업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은 현재 석유공사의 1차 탐사 데이터를 열람 및 분석 중이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했던 동해 심해 유전 탐사·개발 사업이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7개의 유망구조 중 가장 기대를 모은 ‘대왕고래’에서 1차 탐사를 진행했다.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와 다른 유망구조로 옮겨 2차 탐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2차 탐사에 공을 들이는 중인 석유공사는 약속했던 1차 탐사 과정에서 발생한 어민 피해 보상은 외면하고 있다. 포항지역 어민들은 탐사·시추 과정에서 몇달 간 홍게잡이를 못하는 등 수십 억원의 조업 손실을 봤다며 피해 보상을 요구해왔다.
석유공사는 1차 시추가 끝난 직후인 지난 2월 “시추가 마무리되는 단계라 보상 관련 협의 자리를 마련하지 못했다. 조만간 협의를 재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반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별다른 협의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어민 피해 규모를 산정하기 위한 용역조사도 아직 발주되지 않았다.
홍게잡이 선주 이경태씨(43)는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처한 (정치적) 상황을 포장하기 위해 마구잡이로 시추하며 어망을 망쳐놓고는 뒤처리는 나 몰라라 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어민들은 본 보상에 앞서 어구 이전비용 등 최소한의 금액이라도 사전보상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용역을 통해 어업피해를 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서 명확한 보상을 하겠다는 것이 공사의 입장”이라며 “어민들이 과도한 사전보상을 요구하고 있고, 용역과 관련한 입장 차이도 있어서 (보상과 관련해) 진행되고 있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김성호 구룡포수협 조합장은 “대왕고래에 앞서 석유공사의 하도급을 받은 A업체가 탐사를 하는 과정에서 어망 등을 훼손해 지급한 보상금이 7500만원이 넘는다”며 “어선 한 척 당 2000만원 정도 사전보상해달라는게 과하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피해 산정을 위한 연구용역도 석유공사가 비용문제로 미루고 있다고 어민들은 주장한다. 김 조합장은 “부경대나 전남대 등 해양 관련 연구를 진행해온 대학에 용역을 맡기면 된다고 석유공사에 이미 추천했다”며 “공사가 용역비만 20억원이 든다며 비용부담을 우려해 발주도 하고있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대왕고래 추진 과정 중 보상문제를 비롯해 지역발전 협력 방안 등을 총괄 모색한다며 설치한 ‘한국석유공사-포항 상호발전협력센터’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포항시 관계자는 “원인 제공자인 석유공사 측이 설명회 등을 열며 보상안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것이 맞지만,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 센터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고 말했다.
김진만 구룡포연안홍게선주협회 회장(62)은 “시추 때 발생하는 진동과 소음이 영향을 미치는 범위가 반경 20㎞에 이른다는 해외 논문도 있다”며 “이 상태로 2차 시추 등을 감행한다면 이번에는 해상시위를 벌이는 등 물리적으로라도 저지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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