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애마'가 쏘아올린 작은 공, 방효린

유시혁 기자 2025. 8. 29.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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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기지 못하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 신인배우 방효린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애마>를 촬영하며, 신주애 역할에 빠져 제대로 즐겼다. 그래서 방효린을 이길 자, 지금 당장은 그 누구도 없다.

[우먼센스] <은교>의 김고은, <인간중독>의 임지연, <아가씨>의 김태리. 신인배우였던 세 사람을 스크린에서 처음 접했을 때, 그 충격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노출 수위가 높은 영화라서 충격적이었던 게 아니다. '포카리스웨트와 쌕쌕의 매력을 동시에 지닌 배우라서'라고 표현하는 게 가장 어울리는 표현이 아닐까. 이후에도 눈에 띄는 신인 여배우들이 여럿 등장했고 제법 유명세도 탔지만, 앞서 언급한 세 여배우만큼 강렬하지는 못했다.

1982년 영화 <애마부인>의 제작 과정을 담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애마>가 지난 8월 22일 공개됐다. 10년 넘게 독립영화에서 활동했던 방효린이 애마부인 신주애 역을 맡았는데 김고은, 임지연, 김태리를 넘어설 만큼의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방효린도 포카리스웨트와 쌕쌕의 매력을 동시에 지녔지만, 뱀의 유혹이 없었다면 끝내 탐하지 않았을 선악과처럼 느껴졌다고 표현하는 게 더 어울릴 거 같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애마> 신주애 역에 캐스팅되기까지 3차에 걸친 오디션이 진행됐고, 경쟁률도 꽤 높았다고 들었어요. 이해영 연출가가 당신의 어떤 매력을 보고, 캐스팅했다고 생각하나요.

3차 오디션 순간을 절대 잊지 못할 거 같아요. 1차 영상, 2차 대면을 거쳐 3차 최종 오디션을 보게 됐는데, 아마 제가 마지막 순서였을 거예요. <애마> 1부부터 6부까지 모든 대사를 이해영 감독님과 함께 읽어나갔는데, 다 읽고 나니 감독님께서 "내가 직접 쓴 대본을 이렇게 연기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때는 오디션 당락 여부와 상관없이 감독님께서 해주신 말씀에 너무 감사했고, 행복했어요. 특별히 의상이나 화장에 신경 쓰지도 않았어요. 그저 제 자신,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여줬는데, 그 점에 캐스팅된 게 아닐까 싶어요.

방효린과 신주애가 완전 다른 사람인 거 같아요. 못 알아볼 정도로. 이토록 달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메이크업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피부톤을 까맣게 맞추고, 주근깨도 그려 넣었어요. 그리고 지금과 체중이 많이 차이가 나서 더 그렇게 보이는지도 모르겠어요. <애마>를 준비하면서 체중 증량하려고 엄청 노력했거든요. 몸무게를 재보지는 않아서 정확히 몇 키로나 쪘는지는 모르겠지만 치킨, 햄버거, 피자 등 어떤 음식이든 가리지 않고 진짜 막 먹었어요. 빵을 좋아하는 편이라 빵을 가장 많이 먹었던 거 같아요. 그때 매니저님께서 제 먹는 모습을 보더니 "배우하면서 다시는 이렇게 먹을 일이 없을 거야"라고 말해주기도 했어요. 결국 체중 증량에 성공해서 지금보다 더 볼륨감 있는 몸매를 만들어냈어요.(웃음)

사진=넷플릭스 제공

<애마>에서는 눈썹을 전혀 다듬지 않았던데요.

다른 여성에 비해 눈썹이 두껍고 진한 편인데요. 그런 저의 눈썹을 이해영 감독님께서 참 많이 좋아해주셨어요. 감독님께서 상상한 신주애의 모습과 가장 닮은 부분이 '눈썹'이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눈썹을 다듬지 않은, 있는 모습 그대로 촬영에 임했고요. 지금은 촬영이 다 끝난 상황이라 눈썹을 다듬었답니다.

노출에 대한 두려움이 적지 않았을 거 같아요.

부담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죠. 첫 노출 연기라서 더 많이 걱정했던 거 같아요. 그런데 감독님께서 노출씬이 있을 때마다 콘티를 보여주면서 이 장면이 왜 필요한지, 어떤 사이즈로 찍을 건지, 어떻게 카메라가 들어오고, 어디까지 편집할건지 등 세세한 부분까지 다 설명해주셨어요. <애마>에서 얼마나 중요한 장면인지 아니까, 그때부터는 부담보다는 '잘하고 싶다'는 생각만 했던 거 같아요.

사진=넷플릭스 제공

가족이 <애마>를 봤을 텐데, 어떤 말씀을 해주던가요?

부모님께서는 이미 여러 번 보셨어요. 좋은 대사가 참 많은데, 볼수록 그 대사의 의미가 보인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추운 겨울에 촬영해서 많이 힘들었는데, 너무 잘해줘서 대단하고, 대견하다는 말씀도 해주셨어요. 아직 <애마>를 못 보신 분, 이미 보신 분들도 꼭 재차 관람하길 추천 드려요. 좋은 대사가 정말 많은데, 한 번만 보면 스쳐 지나칠 수 있으니까요.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다면, 뭔가요?

3화에 김선영 선배님이 안가마담 역으로 등장해요. "지금부터 저 안으로 들어가서 보게 되는 것, 듣게 되는 것, 맡게 되는 것, 겪게 되는 그 어떤 것도 오늘 이후로 발설하거나 간접적으로라도 언급하거나 하물며 너 스스로 읊조리는 것만으로도 너는 죽어. 너만 죽어서 끝날 게 아니라 네 주변까지 싹 다 죽어"라고 제 귓가에 속삭이는데, 연기하면서도 너무 무서웠어요. 그러고 나서 서약서에 지장을 찍는데, 그 서약 내용도 너무 충격적이었고요. 이후 파티장에 들어서는데, 이 세트장마저도 너무 현실적이어서 제가 마치 진짜 신주애가 된 것처럼 공포에 떨었던 거 같아요. 그때의 공기, 냄새, 장면들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사진=방효린 인스타그램(@me_riniee)

방효린 배우에게 인생 영화는 무엇인가요?

항상 이 질문이 가장 어렵더라고요. 근데 영화를 보면서 '저 연기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게 한 작품이 하나 있어요. 바로 <파이란>이에요. 배우 장백지가 낯선 이국 땅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파이란 역할을 맡았는데, 눈빛 하나로 많은 감정들을 표현해내는 모습을 보며 '아~배우라는 건 이런 거구나'라는 걸 느꼈어요. 눈빛으로 뭔가를 보여주는 역할을 맡고 싶어요. 그리고 <웰컴 투 동막골>에서 보여준 강혜정 선배의 연기도 너무 부럽고 욕심이 나요. '순수함'이 고스란히 묻어나오는 연기도 꼭 해보고 싶습니다.

일본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촬영이 끝난 후 이누도 잇신 감독이 다시는 조제를 볼 수 없어 울었다고 합니다. 이해영 감독도 신주애를 다시 볼 수 없어 아쉬워할 거 같고, 그만큼 강렬한 캐릭터라서 차기작이 중요할 거 같아요.

지금 촬영하고 있는 작품은 없어요. 차기작이 중요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전 연기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애마>처럼 마음을 쏟을 수 있는 그런 작품을 만나고 싶어요. 최선을 다할테고, 잘하고 싶습니다.

유시혁 기자 evernuri@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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