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충 절반은 사람, 사람 절반은 벌레” [.txt]

예쁜꼬마선충. 길이가 1㎜에 불과하고 세포 수가 1000개뿐인 벌레다. 이름까지 사랑스럽고 자그마한 이 생명체는 인간과 꽤 닮았다. 유전자, 신호 전달 체계, 신경계 등 다양한 공통점을 가진다. 유전자 수도 비슷하고, 유전자의 절반 이상은 선충에게도 있고 사람에게도 있는 것들이다. “선충의 절반은 사람”인 셈이고, “사람이 곧 벌레”라고도 할 수 있는 이유다. 가장 큰 장점은 유전학적 연구에 안성맞춤이라는 것이다.
예쁜꼬마선충 연구는 과거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전, ‘맛보기 프로젝트’로 제시되었다. 그 결과 예쁜꼬마선충은 유전체 전체 정보가 알려진 최초의 동물이 되었다. 수정란에서 성체가 되는 전 과정의 세포 분열과 그 세포들의 운명이 완벽하게 알려진 유일한 동물도 예쁜꼬마선충이다. 이 귀중한 생명체는 애기장대, 흰 쥐, 초파리에 이어 생명과학을 발전시킨 실험 생물의 대표 주자로 떠올라 네 번이나 노벨상 연구의 주인공이 되었다.
‘사람이 벌레라니’는 예쁜꼬마선충을 통해 생명과학의 본질을 꿰뚫는다. 예쁜꼬마선충 연구의 세계적 계보를 이은 이준호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30년간 연구해 온 결과를 기막힌 과학의 서사로 풀어냈다. 1995년 연세대 생물학과에 한국 최초로 예쁜꼬마선충 연구실을 연 이래 지금까지 연구의 한길을 걸어온 저자의 과학적 자서전이랄 수 있는 한국 선충 연구의 역사도 흥미롭고, 과학의 대중화를 위한 연구자들의 엉뚱한 노력도 재미를 더한다. 저자는 문형배 헌법재판관과 더불어 ‘김장하 장학생’으로도 유명하다. 청소년이나 과학 덕후들에게도 충분한 지적 자극을 줄 만한 책이다.
이유진 선임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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