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가 쓴 걸까? 수학으로 감별한다[생활 속, 수학의 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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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저녁 출퇴근길에 예술의 전당 앞을 지나다 보면 '셰익스피어 인 러브' 연극공연 현수막을 자주 지나치곤 한다.
셰익스피어가 한 여성과 사랑에 빠지고 여기에서 영감을 얻어 '로미오와 줄리엣'을 쓰게 되었다는 내용이지만, 물론 셰익스피어 본인의 작품은 아니다.
전체 작품에서 셰익스피어가 사용한 단어는 무려 88만 4,647개에 달하며, 중복을 제외하면 3만 1,534개의 어휘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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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저녁 출퇴근길에 예술의 전당 앞을 지나다 보면 ‘셰익스피어 인 러브’ 연극공연 현수막을 자주 지나치곤 한다. 셰익스피어가 한 여성과 사랑에 빠지고 여기에서 영감을 얻어 ‘로미오와 줄리엣’을 쓰게 되었다는 내용이지만, 물론 셰익스피어 본인의 작품은 아니다.
전문가마다 이견은 있지만, 셰익스피어는 평생 37편의 희곡과 154편의 소네트(짧은시)를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 작품에서 셰익스피어가 사용한 단어는 무려 88만 4,647개에 달하며, 중복을 제외하면 3만 1,534개의 어휘를 썼다. 경상도 중년 남성인 필자가 자녀들과 하루 평균 10개 남짓의 단어로 대화하는 것과 비교하면 실로 어마어마한 숫자다.
셰익스피어가 사용한 단어 중에는 자신이 만들어서 대중화된 것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오셀로에 처음 등장한 addiction(중독), 헨리 6세에 사용된 Olympian(올림픽 선수), 한 여름밤의 꿈에 소개된 eyeball (안구) 같은 단어들은 지금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셰익스피어가 알고 있던 단어는 작품 속 단어보다 더 많았을 것이다. 만약 그의 새로운 작품이 발견된다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그의 어휘력이 추가로 드러날 수도 있다. 실제로 1985년 옥스퍼드 대학 도서관에서 “Shall I die?”로 시작하는 한 편의 소네트가 발견됐는데, 저자가 셰익스피어인지 여부에 관한 논란이 있었다.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렸지만 통계학자들은 이 작품이 429개의 단어로 구성돼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그리고 ‘이 정도 길이의 새로운 작품에서는 약 7개의 새로운 단어가 등장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실제로 9개의 새로운 단어가 확인됐다.
이런 방식으로 문학·예술 작품의 진위여부를 가리는 학문 분야를 ‘양식측정학’이라고 한다. 물론 양식측정학은 어디까지나 전문가의 의견을 정량적 관점에서 보완하는 도구로 간주해야 하며, 이 자체로 작품의 진위여부를 결정짓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최근 가장 논란이 된 위작여부 논쟁으로는 고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를 들 수 있다. 드물게도 작가 자신이 위작이라고 주장했지만, 전문가들은 진품이라고 얘기했고, 논란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양식측정학이 이 문제에 결정적 해답을 주진 못하겠지만, 위작일 가능성을 정량적으로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올해가 지나기 전 연극 한편은 꼭 볼 계획이다. 물론 극본에 사용된 단어 숫자를 세어볼 생각은 전혀 없고, 연극 자체만 즐길 생각이다.

장원철 서울대 통계학과·융합데이터과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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