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로 꽉 찬 소극장… 차세대 관객 위해 온 정성

지난 9일 오후 잘츠부르크 시내 샤우슈필하우스는 어린이 오페라 ‘삼총사!’를 보러 온 대여섯 살 아이들과 부모들로 북적거렸다. 독일 신예 작곡가 제바스티안 슈밥(32)이 작곡하고, 오스트리아 린츠 주립극장 감독 다비트 뵈슈가 대본, 연출을 맡은 ‘삼총사!’는 알렉상드르 뒤마 원작을 뒤집은 세계 초연작. 프랑스 시골 출신 소녀 달타냥이 홀개르, 포르토스와 손잡고, 어리석은 왕을 조종하는 추기경에 맞서 나라를 구한다는 줄거리다.
지휘자 양유라(35)는 유럽의 대표적 여름 클래식 축제인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 이 작품으로 데뷔했다. 7월 25일 개막한 ‘삼총사!’(8월 24일까지 총 12회)를 모두 지휘했다.
“어린이 오페라에 원래 관심이 많긴 했어요. 14개월 된 딸을 키우니까 더 그렇죠. 남편에게 여름휴가 두 달을 송두리째 바쳐야 하는데 괜찮겠냐고 물었습니다.” 육아휴직 중인 독일인 남편은 흔쾌히 동의했다. 6월 말 라이프치히 오페라 시즌이 끝나자마자 남편, 딸과 함께 잘츠부르크로 향했다.
양유라는 작년 9월 330여 년 역사의 독일 명문(名門) 라이프치히 오페라 수석지휘자(제1 카펠마이스터)에 발탁되면서 한 시즌을 정신없이 보냈다. ‘마탄의 사수’ ‘마술피리’ ‘라 트라비아타’ 등 오페라 5편과 발레 5편을 40여 차례 지휘하는 살인적 스케줄을 소화했다. 그는 “연출과 앙상블 단원, 성악가는 물론 스태프까지 잘츠부르크 축제 제작진 전부가 어린이 오페라 한편을 올리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는 데 감동했다”고 말했다.

12인조 빈필하모닉 여름아카데미 단원과 잘츠부르크 축제의 신진 성악가 프로젝트 단원들이 연주한 슈밥의 음악은 아이들에게도 낯설지 않을 만큼 친근하게 들렸다. 작년 파리 올림픽 개막식에서 프랑스 국가를 부른 메조소프라노 악셀 생 시렐이 추기경을 맡아 열연했다. 아이 눈높이에 맞춘 듯 무대 세트도 뮤지컬처럼 화려했다. 앙상블을 지휘한 양유라는 간간이 극에 끼어들면서 배우 역할까지 했다. ‘삼총사’ 같은 친숙한 이야기를 비튼 덕분에 230석 남짓한 소극장은 매회 가득 찼다.
하지만 티켓 값 15~35유로로 제작비를 건지긴 어려워 보인다. 어린이 관객을 위한 배려, 또는 차세대 관객 양성을 위한 투자처럼 보였다. 빈 국립오페라가 공동 제작에 참여한 덕분에 12월 빈에서 공연이 이어진다. 빈 필하모닉 상주홀인 무지크페라인 맞은편 빈 국립오페라 제2극장(네스트)에서다.

양유라는 24일 ‘삼총사’ 마지막 공연을 끝낸 뒤 라이프치히로 돌아갔다. 그는 “잘츠부르크 축제의 수준 높은 공연을 보면서 많이 배웠고,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를 만난 것도 큰 수확이다. 곧 지휘할 ‘노르마’에 대해 얘기해줘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다음 달 벨리니 오페라 ‘노르마’를 시작으로 ‘리골레토’ ‘코지 판 투테’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라 트라비아타’ 등 오페라와 지난 시즌 초연을 맡았던 발레 ‘달의 공주’, ‘로미오와 줄리엣’ 등을 지휘한다. 내년 4월 ‘헨젤과 그레텔’로 베를린 코미셰오퍼 데뷔도 앞두고 있다.
충남 천안에서 초·중·고를 다닌 양유라는 국내에서 예고나 음대를 다니지 않았다. 고2 때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을 듣다가 “지휘자가 되고 싶다”며 부모를 설득, 졸업 직후 독일 유학길에 올랐다. 2012년 독일 데트몰트대 음대 졸업반 때 겔젠키르헨 극장 피아니스트 겸 보조 지휘자로 들어가 킬, 아헨, 칼스루에 극장을 옮겨 다니며 바닥부터 배웠다. 라이프치히 오페라에 둥지를 튼 그는 잘츠부르크, 베를린을 도약대 삼아 막 날아오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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