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플러스+] 반세기 묶인 반쪽짜리 땅 양구 지역 발전 발목 규제완화 시급
양구 면적 49.5% 군사보호구역
개발 제한 등 성장동력 확보 한계
도, 규제 해제 국방부 공식 건의
‘협의위탁’ 전환·비행장 재분류
주요 초소 북상 등 해결책 제시
이 대통령·도지사 규제완화 의지
내달 접경지 규제 개선 실무협의
주민 “말뿐 아닌 실질 성과 절실”
강원도 접경지 군사규제 완화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철원·화천 지역 규제 완화에서 소외됐던 양구군이 최근 강원도의 공식 개선 건의 대상에 포함되면서 지역사회는 ‘변화의 분수령’을 기대하고 있다. 대통령과 도지사가 직접 규제 완화를 약속한 만큼, 양구가 향후 접경지 정책 전환의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소외의 땅에서 국가정책 시험대로
지난 3월 국방부 고시로 철원과 화천 민통선이 최대 3.5㎞ 북상했다. 주민들은 건축 행위와 관광 접근 제한에서 숨통이 트이게 됐지만, 양구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접경지 중에서도 인구 감소와 경제 침체가 가장 심각한 곳임에도 배제되자 지역사회는 깊은 박탈감을 호소했다.
양구는 과거에도 민통선 북상을 세 차례 경험했다. 지난 1993년, 1997년, 2007년의 조치로 일부 개발 여건은 확보했으나, 여전히 군 전체 면적의 49.5%가 군사시설 보호구역에 묶여 있다. 제4땅굴, 을지전망대, 두타연 등 대표 관광지가 민통선 이북에 있어 출입이 제한되고, 관광산업이 성장 동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가 이어졌다.
강원도시군의장협의회는 지난 6월 말 원주에서 회의를 열고 양구·인제·고성을 포함한 민통선 북상 건의안을 채택했다. 철원·화천 중심으로 진행되던 규제 완화 흐름이 접경지 전체의 공동 대응으로 확장된 것이다. 이어 강원도는 7월 9일 철원·양구·고성 16.14㎢ 구역에 대한 군사규제 해제를 국방부에 공식 건의했다. 지난해 개정된 강원특별법으로 도지사가 직접 건의할 수 있게 된 뒤 두 번째 사례였다. 소외의 상징이던 양구가 제도권 안건으로 올라서면서 전환점을 맞은 셈이다.

■반세기 묶인 규제… 주민 삶은 여전히 ‘제약의 연속’
김진태 지사는 지난달 29일 양구를 찾아 안대리 마을회관과 평생학습관에서 주민 간담회를 열었다. 주민들은 고도제한, 비행 소음, 대피시설 부재, 방음벽 미설치 등 생활 불편을 토로했다. “고도제한에 소음까지 겹쳤는데도 대피시설이 없다”, “외곽도로 방음벽이 없어 염화칼슘이 날려 빨래가 오염된다”는 구체적 호소가 이어졌다.
김 지사는 CCTV 설치와 대피시설 국비 건의, 방음·도로환경 개선을 약속하며 특별교부금 5억 원을 긴급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양구 읍내 전체가 규제에 묶여 있다. 이제는 풀어야 할 때”라며 규제 완화 의지를 강조했다.
양구군 행정구역의 49.5%가 군사시설보호구역 및 비행안전구역으로 묶여 있어 개발과 투자에 큰 제약을 받고 있다. 특히 양구읍 시내 전역을 포함한 비행안전구역은 전시 기준으로 22㎢에 달한다. 이는 인근 인제·화천·철원·고성을 모두 합쳐도 5㎢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4배 이상 넓다.
군민의 약 3분의 2가 이 구역 안에 거주하고 있으며, 고도제한으로 인해 주거·사업 개발은 물론 기업 투자까지 제약을 받는다.
헬기 저공 비행으로 인한 소음 피해도 상시적으로 이어진다. 주민들은 “집은 지을 수도, 사업을 확장할 수도 없는 반쪽짜리 땅”이라고 토로한다.
이에 따라 지역은 규제 완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단계로 도심부 비행안전구역을 ‘협의위탁구역’으로 전환해 주민과 기업의 건축·개발을 신속히 허용하고, 2단계로 안대리 비행장을 ‘헬기전용작전기지’로 재분류해 규제면적을 1.05㎢로 축소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보다 95% 이상 규제가 완화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전만식 강원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국적으로 이렇게 과도하게 묶인 지역은 없다”며 “70년 넘게 이어진 불합리한 규제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초소 북상·군사규제 조정, 개발 성패 가른다
군은 두타연과 방산면 이목정초소, 동면 비득초소 등 주요 초소를 북상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병력이 줄어든 만큼 군사적 필요성도 과거보다 낮아졌고, 이를 지역에 환원할 경우 안보 관광지 개발과 생태환경 복원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
특히 두타연 일대는 민통선 북상 없이는 관광 활성화에 한계가 크다. 군부대의 잦은 출입 제한으로 지난 5년간 관광객이 61% 감소했다. 지역사회는 군 작전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출입 절차를 개선하고, 울타리·CCTV 등 보완 비용은 국가안보 목적의 시설인 만큼 국·도비가 책임 있게 지원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두타연 관광지는 출입 절차 완화 이후 방문객이 증가했지만, 금강산길·을지전망대와의 연계가 막혀 관광의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 주민들은 “북상 없이는 단기 효과에 그칠 뿐”이라며 규제 조정을 거듭 요구하고 있다.
■대통령 공약과 도지사 약속… 실무협의가 분수령
양구는 단순한 ‘피해 지역’을 넘어 접경지 군사규제 완화 정책의 성패를 가늠할 시험대로 부각됐다. 그러나 지난 4월 1차 규제 완화에서 양구가 제외되면서 주민들의 실망감은 매우 컸다. 지역사회는 “다음 규제 완화에는 반드시 양구가 포함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강원특별자치도와 국방부는 오는 9월 말 접경지역 군사규제 개선 실무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최재희 강원도청 접경지역과장은 “실무협의가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하고 끝날지, 아니면 규제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협의가 단순 절차에 그치느냐, 아니면 규제 완화의 신호탄이 되느냐에 따라 양구의 향방은 물론, 강원 전체 접경지역 정책의 방향이 결정될 수 있다.
주민들은 더 이상 말뿐인 약속이 아니라 생활 불편을 해소하는 실질적 성과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군사규제 개선은 안보와 지역발전이 상충하는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시대적 과제라는 점에서 양구의 선택과 결과에 전국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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