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강원, 잊히는 사람들] 10. 고립 노인 일상 속 ‘활력 충전’ 공동체 울타리 세우다

최우은 2025. 8. 29.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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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 노인 일상 속 ‘활력 충전’ 공동체 울타리 세우다
고독 조기사망 위험 평균 26%↑
런던 바넷 1인 노인가구 27% 달해
Age UK 노인 생활 밀착 지원 방점
건강 안내·노인 권익 보호 등 앞장
정부 협력 외로움 대응 모델 제시
가가호호 방문 서비스 연결 상징
기네스모건센터 자율 활동 설계
미용실·헬스장·작은텃밭 등 조성
“ 친절함 속 센터 긍정 기류 형성
따뜻한 커뮤니티 만드는 데 최선”
▲ 런던 북부에 위치한 Age UK 바넷. 자원봉사자·이용자들이 인종·성별 등 다양성을 기념하는 국제 행사 ‘PRIDE DAY’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2018년 세계 최초로 외로움 담당 부서를 신설한 영국에서는 사회적 고립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에 비유할 만큼 심각하게 다루고 있다. 일본, 호주, 핀란드, 스웨덴 등의 국가도 외로움과 관련 부서를 신설해 공적 영역 차원의 대응을 전개하고 있다.

영국 고독부의 연구에 따르면, 고독은 조기 사망 위험을 평균 26%나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런던 북부에 있는 바넷(Barnet) 지역만 보더라도 노인 1인 가구 비율이 27%에 달한다. 이는 단순히 ‘혼자 산다’는 의미를 넘어, 고립과 외로움이 삶 전반에 얼마나 깊게 파고드는지를 시사한다.

본지 취재진이 지난 6월 17~18일 양일간 영국 런던에 있는 노인복지 비영리기관 Age UK을 찾았을 때, 관계자들은 “우리의 최우선 목표는 고령자가 ‘잘 늙을 수 있게’ 돕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노년이 단순한 ‘돌봄의 대상’으로 머무르지 않는 것이다. 은퇴 이후에도 사회와 연결되고, 여전히 기여할 수 있다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네스 모건 센터에서 이용자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

■영국 노인복지의 구심점, Age UK

Age UK는 영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노인복지 비영리기관으로, 2009년 여러 단체가 통합되며 출범했다.

전국 단위의 모체 기관인 Age UK 아래에 각 지역 지부가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본지는 이중 런던 북부의 바넷(Barnet)과 남서부의 완즈워스(Wandsworth) 지부를 지난 6월 17~18일 양일간 찾았다.

각 지부의 서비스는 단순히 ‘복지 제공’을 넘어 지역사회에 뿌리내린 생활밀착형 지원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고립·고독 예방을 위한 방문·전화 서비스, 운동 프로그램과 음식 제공, 생활 자립을 위한 도구 설치, 연금·복지 상담, 건강 안내, 노인 권익 보호 및 정책 제안까지 그 범위는 다양하다.

특히 외로움 대응은 정부와 협력하는 공공서비스의 핵심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

Age UK는 외로움을 사회적 위험 요인으로 정의하고, 정책 파트너로서 정부와 함께 선도적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나탈리 드 실바 Age UK 완즈워스 CEO가 이용자에게 AI 활용 시스템을 교육하고 있다.

■사소한 실천이 만드는 공동체의 힘 ‘작은 유토피아’

“I just do what I do.(나는 그저 내 일을 할 뿐이에요)” Age UK 완즈워스의 프로그램 담당자 샐리 클락은 “지속적으로 봉사할 수 있는 힘이 어디에서 나오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처럼 답했다.

이곳의 대응 방식은 특별한 제도나 거대한 시설이 아니라, 일상의 아주 사소한 순간들을 복원하는 데 있었다. 커피 모닝(coffee mornings)처럼 가볍게 차 한 잔을 나누는 자리, 하루 종일 함께 머무는 데이케어 프로그램,

심지어 바닷가에 갈 수 없는 노인을 위해 실내에 모래와 조경을 꾸며 ‘작은 해변’을 만들어주는 시도까지. 언뜻 소소해 보이는 활동이지만, 고립된 노인들에게는 삶의 활력소이자 공동체의 울타리가 되고 있었다.

▲ 헬렌 뉴먼(Helen Newman) Age UK 바넷 CEO

클락은 “누군가에게서 보답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홀로 지내며 생기를 잃은 분들에게 다시 생명을 불어넣는 일 자체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회적 단절이 극심했던 시기에도 이러한 시도는 멈추지 않았다. Age UK 바넷은 2년 동안 ‘가가호호’ 방문 서비스를 이어갔다.

운동 강사들이 거리 끝 매트 위에서 춤을 추면, 노인들은 집 앞 현관에서 함께 따라 하며 몸을 움직였다. 이는 단순히 건강관리를 넘어, 서로가 여전히 연결돼 있다는 상징적 메시지이기도 했다.

제니 진 찰스 Age UK 바넷 프로그램 담당자는 “당시 많은 자선단체들이 없어지는 추세였는데, 23명의 상근직원만이 남아돌아 가면서 당직을 섰다. 결식자 및 저소득층에게 식품을 지원하는 ‘푸드뱅크’ 개념도 이때 처음 시작됐다”고 했다.

▲나탈리 드 실바(Natalie de Silva) Age UK 완즈워스 CEO와 그의 반려견 ‘헥터’

■“친절함이 철학” 자원봉사와 공동체

지난 6월 18일 찾은 런던 남서부의 기네스 모건 센터. Age UK 완즈워스가 운영하는 이 센터에 들어서자마자 활기차고 밝은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다. CEO의 반려견 ‘헥터’가 이곳저곳을 누비고 있었고, 노인들은 티타임을 즐기거나 기도를 하고, 직접 음식을 준비하는 등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있었다.

센터 내부에는 미용실과 네일숍, 헬스장, 작은 텃밭까지 갖춰져 있었다. 노인들이 스스로 돌봄을 넘어 생활의 즐거움을 누리고, 자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공간이 설계된 것이다.

▲  런던 남서부에 위치한 기네스 모건 센터. Age UK 완즈워스가 운영하는 이곳에서 한 이용자가 스스로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 모든 활동 중심에는 나탈리 드 실바(Natalie de Silva) Age UK 완즈워스 CEO가 있었다.

그는 늘 환하게 웃으며 이용자들의 안부를 묻고, 필요한 일이 있으면 누구보다 먼저 나섰다. 그들을 움직이는 힘은 작은 친절이었다.

나탈리 CEO는 “친절한 분위기 속에서 센터 전체의 기류가 긍정적으로 형성될 수 있다”며 “많은 분들이 다양한 활동에 참여해 서로 간의 거리를 줄이고 하루를 최대한 보람 있게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  런던 기네스 모건 센터는 시설 내부에 미용실·네일숍 등을 갖추고 있다.

Age UK 바넷을 이끄는 헬렌 뉴먼(Helen Newman) CEO도 ‘친절함’을 가장 중요한 운영 철학으로 꼽았다. 현재 70여 명의 상근 직원과 47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운영되고 있는 Age UK 바넷에서 친절은 단순한 미덕이 아니라 공동체를 유지하는 실질적인 힘이었다.

뉴먼 CEO는 “나이 든 사람들도 여전히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데, 그 힘은 긍정적 사고에서 비롯된다”며 “우리는 이들이 고립되지 않고 사회 속에서 자연스럽게 살아갈 수 있도록, 따뜻하고 열린 커뮤니티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런던/최우은 기자

이 기사는 ‘2025 강원도 지역언론발전지원사업’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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