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의 미래] 자동차 온실가스 미스터리
가장 큰 돈 쓴 전기차 보급 사업
감축 목표보다 640만t 더 배출
단편적 상황인식이 초래한 결과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에서는 2030년까지의 감축목표 비율만 정하고 2031년부터 2049년까지 19년간의 감축목표에 관해서는 어떤 형태의 정량적인 기준도 제시하지 않았는 바 … 2050년 탄소중립의 목표 시점에 이르기까지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감축을 실효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장치가 없으므로, 이는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하는 방식으로 감축 목표를 규율한 것으로, … 과소보호금지원칙을 위반하였다.” (헌법재판소, ‘2020헌마389 사건 결정문’)

산업의 탄소저감이 작동했다면 생산량이 늘어도 배출은 늘지 않아야 한다. 이를 온실가스 원단위 개선이라고 한다. 그런데 정유, 철강, 시멘트의 온실가스 원단위는 되레 악화했다. 철강 1t을 만들 때 나오는 온실가스가 더 늘었다는 뜻이다. 건물은 배출 통계만 보면 진전이 있는 것 같지만 단위 면적당 에너지총사용량은 산업계 온실가스 원단위와 마찬가지로 오히려 전년보다 늘었다. 올 하반기부터는 30세대 이상 신축 민간 공동주택도 연간 100kWh/㎡라는 1차 에너지소요 기준을 충족해야 하지만 프랑스?네덜란드(45~80kWh/㎡) 등과 비교하면 격차가 있다. 농축수산 배출량은 2.2% 줄었는데 농지면적(-0.5%)과 가축사육두수(-1.6%) 역시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정책 효과로 보긴 어렵다.
개인적으로 가장 이해가 안 되는 건 수송부문이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감축 예산을 모아놓은 ‘감축 인지 예산서’에 따르면 가장 큰돈이 들어가는 사업은 무공해차 보급사업이다. 흔히 말하는 전기차 보조금이다. 올해만 2조3000억원이 책정됐다. 그 뒤를 잇는 것 역시 충전인프라 구축사업이다. 그런데도 이상과 현실은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2023년엔 목표치보다 210만t을, 지난해에는 640만t을 더 배출했다. 가장 많은 정부 예산을 쓰는 분야에서 가장 큰 구멍이 생겼다. 미스터리다. 도대체 왜?
전기차보다 다른 연료 차들이 훨씬 더 많이 늘고 있어서다. 지난해 전기차는 전년보다 14만대 늘었는데, 비전기차는 20만대 늘었다. 지난해 여름을 휩쓴 전기차 캐즘 탓인가 싶어 5년 전과 비교해 봤자 더 암울할 뿐이다. 전기차가 59만대 늘어나는 동안 다른 차는 200만대가 늘었다. 다시 한번, 도대체 왜?
우선 제작사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내가 전기차를 의무적으로 팔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있다. 정부는 자동차 제작사에 평균 연비 기준과 온실가스 배출 기준 둘 중 하나를 충족하도록 의무를 부여했다. 올해 출시 차량의 연비 기준은 26~30km/ℓ, 온실가스 배출량은 대략 71~88g/km다. 그랜저가 국민차가 된 현실에서 지키기 어려운 조건이다. 그래서 전기차를 팔아 평균을 맞춰야 한다. 하지만 당장 못 지켜도 과징금을 면할 수 있는 ‘제도적 배려’가 곳곳에 숨어 있다. 더구나 이 기준은 2021년 2월 나와 2030 감축목표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정부의 방향을 읽기 어렵다. 대당 전기차 보조금은 매년 주는데 유류세는 2021년 11월부터 여태 인하된 상태다. 그렇다 보니 무공해차 보급 예산 집행률은 60~70%대에 머물러 있다. 어느 부문보다 확실한 탈탄소 해법이 있는데도 머뭇거린 결과다. 내연기관차 퇴출을 공식화하자니 산업계 눈치가 보이고 국민 여론도 걱정된다. 그러니 뭉개자. 기후위기를 ‘발등의 불’이라 생각했어도 이랬을까.
‘단기적일 수도 있는 정부의 상황 인식에만 의존하는 구조로는 온실가스 감축정책의 적극성 및 일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헌재 결정문에 적힌 문장이 더 무겁게 내려앉는다.
윤지로 사단법인 넥스트 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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