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총리 29일 탄핵심판…탁신 가문 퇴장 주목
7일부터 직무정지 상태
군부 재집권 전망도 나와

캄보디아 전 총리와의 통화 녹취록 유출로 직무가 정지된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사진)가 헌법재판소의 탄핵 최종 심판을 받는다. 20년 넘게 권력을 이어온 탁신 친나왓 가문의 통치가 막을 내릴지 주목된다.
태국 PBS방송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헌재는 29일 패통탄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에 대한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패통탄 총리는 재판에 출석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2001~2006년 총리를 지낸 탁신 친나왓의 딸인 패통탄 총리는 지난해 8월 38세의 나이에 취임하며 태국 최연소이자 두 번째 여성 총리라는 기록을 세웠다. 고모 잉락 친나왓과 고모부 솜차이 웡사왓도 총리를 지냈으며, 부친 탁신 친나왓은 군부 쿠데타로 실각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지난 7월1일부터 두 달간 직무가 정지된 패통탄 총리의 복귀 여부가 갈린다. 그는 지난 5월 캄보디아·태국 간 국경 갈등 당시 평소 탁신 가문과 친분이 있던 훈센 캄보디아 전 총리와 통화하며 그를 ‘삼촌’이라 부르고 접경지역을 담당하는 태국군 제2군사령관을 “반대편 사람” “국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두 정상의 통화 녹취파일이 온라인에 퍼지자, 패통탄 총리가 외국 지도자에게 굴복해 국익을 해쳤다며 사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패통탄 총리는 “캄보디아와의 국경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헌재는 재판관 9명 중 7명의 찬성으로 그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탄핵심판의 쟁점은 패통탄 총리가 훈센 전 총리에게 한 발언이 공직자 윤리를 위반하고 국가 이익을 훼손했는지다. 야권 상원의원 36명은 그가 자국군을 비하해 헌법에 규정된 공직자 윤리 기준을 어겼다며 탄핵소추안을 헌재에 제출했다. 다만 일부 헌법학자들은 ‘공직자 윤리 위반’의 기준 자체가 모호하다고 지적한다.
탄핵이 인용될 경우 각 당의 총리 후보 지명과 하원 투표 절차를 거쳐 차기 총리가 선출된다. 하원은 다음달 소집될 가능성이 크며 과반 표를 얻는 후보가 최종 당선된다. 현재 거론되는 후보는 차이카셈 니티시리(프아타이당), 아누틴 찬위리쿨(붐자이타이당), 쁘라윳 짠오차 전 총리(통합태국국민당), 피라판 살리랏티위파 부총리 겸 에너지장관(통합태국국민당), 쥬린 락사나윗(민주당) 등이다.
현재 태국 하원 500석 가운데 범여권은 255석을 차지하지만, 이 중 집권 프아타이당 의석은 141석에 불과해 연임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태국 정치의 ‘딥스테이트’로 지목되는 군부 세력이 다시 권력을 잡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014년 육군참모총장 시절 쿠데타로 집권해 9년간 권좌에 머문 쁘라윳 전 총리는 여전히 보수 진영에서 ‘정신적 지도자’로 불릴 만큼 지지를 얻고 있다.
탄핵소추안이 기각될 경우 패통탄 총리는 즉시 직무에 복귀한다. 하지만 한 자릿수로 떨어진 당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캄보디아와 이어지는 국경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다. 또 범여권 내에서도 통화 내용을 둘러싸고 분열이 일어난 상황이어서 연정 유지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
한편 태국·캄보디아 국경 갈등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최근 국경지역에서 캄보디아인들이 태국군이 설치한 철조망을 훼손하는 일이 발생하자 태국은 영구 장벽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윤기은·최경윤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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