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회담 성적표와 남은 숙제 [특파원 칼럼]

홍석재 기자 2025. 8. 28. 19:1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3박6일간 숨 가쁘게 이어진 첫 방일-방미 일정을 마무리하고 귀국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일본과 첫 정상회담'을 실행한데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강제동원 문제에 대해 "국가 간 약속을 번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을 밝히자 강경한 목소리가 옅어진 게 사실이다.

이시바 총리는 "(한국 대통령의) 첫 양자 회담 방문지가 일본인 것은 국교 정상화 이후 처음이며 '셔틀 외교'를 실천하게 돼 기쁘다"고도 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3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 도착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대화하며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석재 | 도쿄 특파원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3박6일간 숨 가쁘게 이어진 첫 방일-방미 일정을 마무리하고 귀국했다.

첫 양자 회담 방문지로 미국 대신 일본을 택한 것은 여러모로 좋은 전략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애초 일본에선 보수 언론뿐 아니라 정치권, 정부 내부에서도 이 대통령에게 ‘반일’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삐딱하게 보는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일본과 첫 정상회담’을 실행한데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강제동원 문제에 대해 “국가 간 약속을 번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을 밝히자 강경한 목소리가 옅어진 게 사실이다.

이 대통령의 우호적 손짓에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양국 국기가 나란히 형상화된 배지를 달았다. 주일 한국대사관이 지난 6월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기념식’ 당시 이시바 총리에게 직접 건넨 것으로, 서로 존중하며 협력하자는 의미가 담겼다. 평소 달던 중의원 배지,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배지, 북한 납치 피해자를 상징하는 ‘푸른 리본’ 배지에 이를 더해 한-일 관계 강화 뜻을 강하게 드러냈다. 이시바 총리는 “(한국 대통령의) 첫 양자 회담 방문지가 일본인 것은 국교 정상화 이후 처음이며 ‘셔틀 외교’를 실천하게 돼 기쁘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에게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남에 견줘 긴장감이나 중요도에서 전초전 수준이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향후 5년간 대일 관계 첫 단추를 끼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두 정상 역시 너무 무리하거나, 뒤처지지 않고 조심스레 반걸음만 내딛는 모습이었다. 한·일 정상이 17년 만에 발표한 공동 문서에 “한·일 양국이 미래지향적이고, 상호호혜적인 공동의 이익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는 ‘모범 답안’을 담았다. 셔틀 외교 조기 재개와 북한 비핵화, 안보·경제 같은 거창한 문제뿐 아니라 저출산·고령화, 수도권 집중, 인공지능(AI) 같은 ‘먹고사니즘’을 같이 해결하자는 뜻도 함께했다. 1998년에 있었던 ‘김대중-오부치 한·일 공동선언’을 계승·발전시키는 새 공동선언으로 한-일 관계를 한번 더 도약시킬 가능성도 열어놨다.

결과적으로는 양쪽 모두 괜찮은 성적표를 얻었다. 이 대통령은 안정적 한-일 관계 디딤돌을 놨고, 이를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활용해 “트럼프 대통령께서 한·미·일 협력을 매우 중시하고 있기 때문에 … 미리 일본과 만나서 대통령이 걱정할 문제를 다 미리 정리했다”는 말로 호의적 반응을 끌어냈다. 이시바 총리는 자민당 내 강경파들의 ‘총리 끌어내리기’에 대한 시선을 외교 분야로 분산하며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때마침 정상회담 직후 지지율도 상승했다.

하지만 짧은 ‘화해 무드’만으로 한-일 간 해묵은 숙제가 그냥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당장 국내 시민단체들은 “지난 2015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일본에 고통받았던 우리 국민들을 영원히 땅속에 묻어버리려는 시도’라고 강력히 비판했던 이 대통령이 맞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지난해 파행으로 끝난 일제강점기 사도광산 조선인 강제동원 희생자 추도식 같은 갈등 요소를 품은 사안들이 산적해 있다. 이 대통령은 일본을 떠나는 전용기 안에서 “이런 문제에 대한 지적과 비판을 각오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정부의 ‘실용주의’가 과거사와 현안을 분리한다는 ‘투트랙 전략’에서도 성과를 낼지 지켜볼 일이다.

forchis@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