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詩티즌 리포트-마음의 단상] 대전에서 시-쓰기와 시-연구

충청투데이 2025. 8. 28.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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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선우 시인

나는 시를 쓴다. 하지만 시만 쓰지 않는다. 시를 가르치기도 하고, 시를 연구하기도 한다. 특히나 시를 연구하는 작업은 매력적이고 까다로운 작업이다. 물론 시를 쓰는 것 또한 그러하지만, 시를 연구한다는 것은 다른 이의 텍스트에 잠재하는 학술적, 문학적 가치를 부각해내는 일이라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먼저, 연구하고자 하는 시인의 텍스트를 꼼꼼하게 읽어야 하고, 꿰어낼 수 있는 화두를 찾아야 한다. 더불어 해당 시인이 썼거나, 다루어진 산문을 참조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그의 시를 효과적으로, 잘 읽어낼 수 있는 담론과 사유를 찾아야 하는데, 이 또한 만만하지 않은 것이다.

나의 관심사는 1990년대 시이다. 특히 1990년대의 실험적 시에 주목하고 싶다. 나의 지도교수님이신 이혜원 선생님께서는 1990년대의 그러한 시를 '개인적인 실험시'라고 언표하셨다. 1980년대에 정치적이고 집단적인 실험시(해체시)가 감행되었다면, 1990년대의 실험시는 보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진행되었다는 의미이다. 또 1990년대의 개인적인 실험시는 2000년대 시단의 뜨거운 화두였던 미래파 시로 가는 과정 중에 있는 것이기도 하였다. 나는 이 같은 대목에서, 1990년대 시가 1980년대의 해체시와 2000년대의 미래파 시라는 간명하고도 탁월했던 언표 사이에서, 마치 1980년대의 실험에서 2000년대의 실험으로 이행하는 과정에 있던 '단계' 정도로 이해되어온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이 같은 의문을 쥐고, 1990년대 시의 다양한 실험과 시도에 관한 활발한 연구를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다.

공부를 거듭하다 보니, 1990년대의 실험적 시뿐만 아니라, 다양한 시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최근에는 1990년대 시에 두드러지던 사회적, 정치적 상상력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1990년대는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의 완전한 승리로 평가되기도 한다. 1980년대 말부터 대내외적으로 나타났던 사회적, 정치적 사건들, 요컨대 군사정권 및 공산 국가들의 몰락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이는 거인들의 붕괴의 파편을 딛고 다양한 모색을 수행해야 할 시대가 '1990년대'이리라는 사실을 나타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1990년대는 정말 그러하였고, 이전 세대와는 다른, 또 한편으로 2000년이라는 새로운 세기를 가늠해내는 전환기와 세기말적 성격이 혼재하는 모색과 혼란의 시대였다.

나는 시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믿는 1990년대 시사를 정리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 요즈음 1990년대로부터 시간이 제법 흘러, 나의 논문을 비롯한 1990년대 시(사)를 연구한 박사학위논문이 활발히 제출되고 있다. 작금의 흐름에 힘입어, 나 또한 보탬이 되는 연구자가 되고 싶다.

그런데 한편으로, 내가 살고 있는 대전의 문학에 주목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올해가 대전을 대표하는 시인 박용래의 탄생 100주년이라 특집 산문을 신경 써서 발표한 덕분도 있고, 또 대전을 대표하는 사상가이자 문학인인 신채호 포럼에 참여하고 느낀 바도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신채호에 대해 잘 몰랐는데, 시전집이 출간되기도 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또 그의 시를 읽어보니 재미있기도 했다.

박용래에 관한 관심은 얼마간 커지는 듯한데, 신채호에 관한 관심은 꺼지는 듯하여 씁쓸하다. 신채호를 연구하는 연구자들도 많이 줄어들었다고 하니 걱정된다. 나는 근대문학 연구자는 아니라서 신채호 시에 대한 본격적 논의는 못 하겠지만, 신채호 등으로부터 비롯한 대전 문학, 대전의 문학인에 꾸준한 관심을 표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앞으로 대전의 문학(인)을 살피고 나누고 기록하는 일에 힘을 보태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나는 어디 즈음 서 있나 생각해본다. 보이지 않으나 느낄 수 있는 어느 역사를 쥐고, 그 흐름을 놓치지 않은 채로 나의 도시에서 문학을 성실하게 읽어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소소한 바람이다.

변선우 시인
- 1993년 대전에서 태어났고 성장했다. 201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하였다. 시집으로 『비세계』가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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