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의 교훈, 자선 사업과 영리 혁신의 공생
![게이츠재단 빌 게이츠 이사장이 2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 접견 중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28/KorMedi/20250828190417609wiqy.jpg)
3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은 8월 20일 저녁부터 2박 3일간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22일 귀국했다. 시차 적응도 어려운 짧은 시간 동안 그는 이재명 대통령, 우원식 국회의장, 김민석 국무총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등 정계와 재계 최고 실세 인사들을 두루 만났다. 모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해 자신의 삶과 한국과의 인연도 소개했다.
이 글을 쓰기 전까지 필자는 게이츠 이사장의 진면목을 몰랐다. 우리 정부와 국내 기업과 게이츠재단과의 관계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그를 극진하게 환대한 대통령과 우리 측 인사들의 태도가 매우 의아했고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가 대단한 미국인으로 성공한 기업인이고 재산을 모두 자신이 만든 재단에 기부했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그 정도의 예우와 대접을 받는 것에는 동의하기 쉽지 않았다.
더군다나 내가 국내에서 만난 재단법인과 이사장들이 적지 않고 그들에 대해서 정말 많이 알고 있다. 당연히 그 연장선에서 게이츠 이사장을 이해했다. 나는 컨설턴트로서 혹은 업무 관계로 몇몇 재단법인과 의료법인을 직접 설립하는 실무 책임을 맡았고, 적지 않은 재단법인의 설립을 자문했다. 그들 국내 재단법인들 대부분은 실망스럽다. 말로만 기부와 헌납이지 공익적인 사업은 거의 없거나 형식적인 데 그치고 있다. 오히려 편법 상속과 승계, 권력을 이용한 자본 조성과 형성, 쌓아 놓은 돈으로 온 가족이 먹고 사는 도덕성 부재한 모습들이 더 일반적이다.
일단 게이츠 이사장과 그의 재단 활동을 살펴보기로 했다. 지난 2022년부터 2024년까지의 재단 사업보고서를 구해 요약했다. 그런데 무려 10페이지에 달한 그 요약보고서 어느 한 페이지도 소홀히 지나칠 수 없었다.
게이츠 이사장은 내가 이전에 보았던 한국의 이사장들과는 바라보고 걸어가는 방향과 길이 달랐다. 그 길을 가기 위한 방법도 예사롭지 않았다. 게이츠재단의 사업은 매우 헌신적인 인류애에 기반을 두고 있다. 전략적이고, 혁신적이며, 글로벌하고, 미래지향적이었다.
윌리엄 H. 게이츠 3세. 애칭인 빌 게이츠로 불리는 그는 1975년 4월 4일 하버드대를 중퇴하고 레이크사이드스쿨 동창인 친구 폴 앨런과 마이크로소프트(MS)를 창업했다. 2000년에는 빌 & 멜린다 게이츠재단을 설립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재단에 590억 달러 이상을 직접 기부했고 MS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2020년에는 MS와 버크셔 해서웨이 이사회에서도 손을 뗐다.
게이츠재단의 연간 자선 지원액은 2022년 70억 달러, 2023년 77억5000만 달러다. 재단의 순 자산은 2023년 말 713억 달러에서 2024년 말 733억 달러로 증가했다.
글로벌 개발 및 보건 분야에 가장 많은 기금이 지원되었다. 이는 저소득 국가의 질병 퇴치 및 보건 시스템 개선이라는 재단의 핵심 사명을 반영하고 있다. 2022년에는 양성평등 부문이 기존 중점 분야와 더불어 최우선 순위가 되었다.
게이츠재단의 세계 보건 및 세계 개발 부문은 만성적인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 지속적인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단일 투자 중 가장 큰 규모는 소아마비 퇴치다. 이를 위해 2024년 한 해에만 8억9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예방접종에 4억8000만 달러, 말라리아 3억2000만 달러, 결핵 2억8000만 달러, HIV 2억2000만 달러, 백신 개발에 2억 달러를 지원했다.
모성, 신생아, 아동 영양 및 건강에 4억2000만 달러, 여성 건강 혁신에도 1억8000만 달러를 지원했다. 2024년 게이츠재단은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세계기금에 3억 달러 이상을 지원하기도 했다.
빈곤과 불평등의 근본 원인 해결을 위해 2024년 한 해 농업 개발에 5억4000만 달러를 지원해 개발도상국의 소규모 농가들이 생산성과 소득을 지속가능하게 높일 수 있도록 도왔다. 금융 시스템에도 1억5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빈곤층에게 안전하고 저렴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공공 인프라와 모바일 머니 플랫폼 개발 지원에 투입한 돈이다.
이처럼 사업의 실적과 투자 규모도 대단하지만 '소아마비 영구 퇴치와 온실가스 제로' 같은 사업 목표는 더욱 놀라운 것이었다. 그 어느 나라 통치자와 국제기구 대표와 세계적인 재벌, 그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있었다. 그 사업들을 살펴 본 뒤 나는 그제서야 그를 반겨 맞아 준 우리 국가 지도자들과 기업 대표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게이츠 이사장은 대한민국을 세상을 건강하고 평등하며 함께 행복하게 사는 곳으로 만들려는 자신의 노력과 사업에 가장 잘 맞는 파트너 국가로 꼽고 있다. 또 바이오와 제조업 분야에서 우리 기업들의 수준을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수혜와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공여를 하는 세계 최초의 나라로 한국의 위상에 주목했다. 게이츠재단이 2000년 서울 소재 한국 제1호 국제기구인 국제백신연구소 설립 자금 4000 만 달러를 기부한 것도 알게 되었다. 이밖에 소형원자로 사업과 백신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삼성과 HD현대, SK 등의 국내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었다.
지난 25년의 게이츠재단 사업 보고서에 놀랐다. 그는 CEO 시절보다 더 치열하게 고민했다. 귀한 돈이 낭비되지 않고 지향한 사업 목표를 반드시 이룰 수 있도록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해 다양한 영리 혁신 사업을 펼쳐나갔다. 동시에 도덕성과 권위의 신장을 위해 애써왔다.
게이츠재단의 생태계는 지속적인 혁신의 노력 위에서 건강하게 균형이 잡혀 있다. 비영리 자선 사업에 투자해야 하는 게이츠재단, 재단의 사업들이 지속적으로 성장 가능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투자하고 다른 이들이 실패하고 주저하는 시장에서 성공을 통해 자본을 확보하는 투자신탁 회사, 혁신적인 영리 사업을 추구하는 기업이 공생하고 있다.
자선 사업을 통해 확보된 도덕성과 권위와 신뢰를 기반으로 사업의 글로벌 연계를 이끌어 내는 게이츠 이사장의 지난 성과는 명확했다. 게이츠재단 사업 분석 보고서에서는 이를 일러 "게이츠 독트린"이라고 썼다.
국내 수많은 비영리 재단법인과 그 대표자, 그리고 KOICA와 같은 국제 개발 사업 공공기관의 경영자와 관련 정책 입안자들에게 게이츠재단은 영리 혁신과 도덕적 권위 사이의 균형과 확장을 강력하게 주문하고 있다. 우리 모두가 교훈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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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출 대표 (medicallead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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