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들] 필요했던 법

조국환 2025. 8. 28.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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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장소 흉기소지죄'가 시행됐다. 이제 도로와 공원 등 불특정 또는 다수가 이용하는 공간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사람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흉기를 소지하고 이를 드러내어 공중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킨 경우, 법정형 징역 3년 이하 또는 벌금 1천만 원 이하로 처벌할 수 있다.

그간의 법 체계에는 분명히 빈틈이 있었다. 흉기를 들고 배회하며 불안을 조성하더라도 특정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거나 구체적 해악의 고지가 없으면 특수협박으로 보기 어려웠다. 칼날 길이나 허가 여부에 따라 총포 등 불법소지에도 해당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경범죄처벌법상 흉기은닉휴대는 말 그대로 '숨겨서 지니고 있는 것'에 한정돼 있을 뿐 아니라 제재 수위가 낮아 제어기능이 약했다. 결과적으로 처벌은 쉽지 않은 회색지대가 존재했고 새 조항은 바로 이 공백을 메우려는 시도다.

그러나 "처벌 대상을 지나치게 넓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들도 존재한다. 하나의 조항이 '일상적 운반'까지 위축시키면, 선량한 시민의 생활을 괜히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는 등의 우려다. 처벌 대상을 무작정 넓히면 일시적으로는 안도감이 생길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남용 가능성이 높아져 결과적으로 우리의 불안을 늘릴 수 있다. 반대로, 기준을 구체화하여 예견가능성을 높이면, 기준이 엄격해지겠지만 과잉과 과소 사이의 균형을 달성할 수 있다.

해당 조항에서 고려하는 것은 세 가지다. 첫째, 공간의 공공성이다.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장소인지, 시간대와 혼잡도는 어떠한지가 판단을 바꾼다. 둘째, 드러냄이다. 칼을 손에 들었는지, 허리에 찼는지, 가방 밖으로 제시했는지 등 외관상 인식 가능성이 구체적으로 확인되어야 한다. 셋째, 불안의 존재이다. 신고 경위, 주변인의 회피, 현장 영상과 언행 등 기록 가능한 정황이 있어야 한다. 이 셋이 동시에 충족될 때만 형사처벌이 가능해진다. 반대로 하나라도 결여되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결국, 해당 조문의 요건들을 잘 살펴보면 그와 같이 부당한 상황은 다수 발생할 것이라고 크게 우려할 만하지는 않다고 생각된다.

사안마다의 판단은 맥락을 고려하여야 한다. 예컨대, 셰프가 잠금 가능한 칼 가방을 지참해 출퇴근하는 장면, 낚시용 칼을 케이스에 넣어 차량으로 이동하는 장면, 공연 소품을 봉인해 운반하는 장면들과 번화가에서 허리에 칼을 차고 과시하거나, 대중교통 안에서 박스커터를 꺼내 손에 쥐고 언쟁을 벌여 주변이 실제로 동요·회피·신고에 이른 경우 등(특수협박은 별론으로 하고)을 고려하면 드러냄과 불안의 발생이라는 요건의 충족성이 달리 판단될 수밖에 없다. 같은 물건이라도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유발했는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것이다.

이 법은 필요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구체적 사례를 통한 선 긋기다. 그 선이 명확할수록, 안전은 가까워지고 부당함은 멀어진다.

조국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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