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향기] 강물, 둑에 이르다

김명숙 2025. 8. 28.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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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강에 갔습니다

강물이
가뭄에 줄어든 강폭을 점차 넓히며
허연 정강이를 드러내놓고 있던 강둑을 향해
스멀스멀 기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쩌 억 쩍 갈라진 강바닥은 이내 피돌기가 돌고
목숨을 부지한 몇몇의 게들이
제 구멍 드나들며 부산을 떱니다

생기가 돈 풀잎들이 바람에 모로 눕다 다시 일어나고
술렁대는 갯벌을 다독이며
모든 것을 품어 안기 시작한 강은
불어난 몸을 몇 번 뒤척이다가
강둑을 향해 나아갑니다

둑도 물이 그리웠던 모양입니다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물이 둑에 닿자
반가운 듯 찰랑찰랑 소리를 내는
물의 긴 허리를 감싸 안습니다

그런 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나도 그 사람이 보고 싶어졌습니다

김명숙 시인

수상 '부천예술상', '한국동요음악대상' 외
시집 '그 여자의 바다', '내 마음의 실루엣'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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