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최종건·종현 형제의 ‘지식의 샘’ 뚝심… SK ‘인재철학’ 담은 선경도서관

장우진 2025. 8. 28.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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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경영에 인재보국 철학 접목… 미래 세대 적극적 투자
SK그룹, 개관 30주년 맞은 수원 선경도서관에 25억 기부
최종현(오른쪽) SK 선대회장. SK 제공

최종건 SK 창업회장·최종현 SK 선대회장


1995년 경기 수원시 장안구(現 팔달구) 신풍동. 과거 수원지방법원이 있던 자리에 지상 3층짜리 신식 건물이 문을 열었다. 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새로운 쉼터, 배움을 갈망하는 청소년들에게는 또하나의 교실이 된 수원 ‘선경도서관’이다.

수원 시립 선경도서관에 건립된 고(故) 최종건 SK 창업회장 동상. SK 제공

선경도서관의 앞뜰에는 SK를 세운 고(故) 최종건 창업회장 동상이 서있다. 선경도서관 건립의 계기를 제공한 인물이다. 1926년 수원에서 태어나, 1953년 전쟁으로 폐허가 된 수원에서 사업을 일으켰다. 1973년 선경(SK)를 이어받은 동생 고 최종현 SK선대회장은 형님의 애향의 뜻을 기려 도서관 건립을 준비했다.

SK그룹은 개관 30주년을 맞은 수원 선경도서관에 25억원을 기부한다고 28일 밝혔다. 1995년 SK가 250억원을 투입해 설립한 도서관은 이번 지원을 계기로 시설 개보수를 비롯해 현대적인 문화공간으로의 재도약을 추진할 계획이다.

SK, 당시 선경그룹은 1989년 도서관 부지를 매입해 1991년에 수원시에 기증하고, 2년 후 착공을 시작해 1995년 건물을 지어 통째로 기부했다. 대지면적 1만1830㎡의 부지에 건물연면적 8312㎡로 총 사업비 250억원이 투입됐다.

당시 서울 강남 테헤란로의 중대형 빌딩을 사거나 세계에서 가장 큰 배였던 ‘시와이즈 자이언트’를 인수할 수 있는 거금이었다. 도서 4만9598권, 비도서 2529점 총 5만2127권을 기증했는데, 도서구입비만 약 8억원 정도로 타 도서관의 4배 정도였다고 한다.

도서관 기부는 최종건-최종현 형제의 뚜렷한 인재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최종건 창업회장은 1950년대 기계를 돌릴 전력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회사에 조명을 밝게 켜고, 구성원들에게 밤늦도록 한글을 가르쳤다.

최종현(왼쪽) SK 선대회장이 1982년 1월 신입사원 연수교육 과정에 참석해 SKMS를 주제로 특강을 펼치고 있다. SK 제공

최종현 선대회장도 “첫째도 인간, 둘째도 인간, 셋째도 인간”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기업 경영에 인재보국 철학을 접목시켰고,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에 언제나 적극적이었다.

최 선대회장은 도서관을 단순히 책을 쌓아놓는 공간이 아닌, ‘사람과 사람, 생각과 생각이 만나는 장’이 되길 원했다. 주부, 어린이 열람실을 별도로 마련하고, 강당과 전시실에서는 독서 교실 및 독후감 발표회, 전문가와의 만남, 가족극장 운영 등 문화 활동이 쉴틈없이 열렸다.

30년이 지난 지금, 선경도서관은 시민과 더불어 성장하는 수원 대표 문화 커뮤니티로 성장했다. 이제는 ‘선경’이라는 이름이 SK의 옛 이름이란 걸 모르는 사람들도 많지만, 도서관이 시민들의 지식 공간이란 점은 변함이 없다.

SK의 창업가 정신은 수원 고택에서 시작됐다. 1926년 최종건 SK창업회장이, 1929년 최종현 선대회장이 태어나 40여년을 보낸 SK가(家)의 시작점이다. 논밭으로 둘러 쌓였던 23평 작은 한옥집에서 최 창업회장은 일제강점기의 수세징수 반대운동에 앞장서고, 최 선대회장은 농사에서 물 대는 방식을 바꿔 수확량을 늘릴 수 있다고 어르신에게 답을 올리며 성장했다.

이곳은 최 창업회장이 한국전쟁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을 위해 잿더미로 변한 공장에서 부품을 주워 선경직물을 세우고, 최 선대회장이 ‘인재보국’을 구상한 터전이 됐다. 한국의 섬유·화학 산업을 일으키고, 반도체·그린에너지·바이오 등 국가전략산업의 기반을 텄다.

SK그룹은 작년 4월 형제의 생가를 복원해 국가경제의 성장사와 기업가정신을 후대에 전하는 기념관 ‘SK고택(古宅)’으로 개관했다. 고택은 1111㎡(약 336평) 크기의 대지 위에 75㎡ 크기의 한옥과 94㎡의 별채로 구성됐다.

한옥은 최 창업회장이 회사를 설립하고, 최 선대회장이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제품 수출과 사업고도화에 전념한 1950~1960년대 모습을 그대로 담았다.

최 선대회장이 영면한지 27년. 그의 철학은 오늘날 SK그룹 전반에 걸쳐 이어지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2018년 최종현 선대회장 20주기를 맞아 사재인 SK㈜ 주식 20만주(당시 520억원 상당)를 출연해 ‘최종현학술원’을 창립했다.

최태원 회장은 스스로 학술원 이사장을 맡아 ‘국가 인재’를 키운다는 뜻을 이어가고 있다.

장우진 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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