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 기업들도 못지키면서 RE100산단이 웬 말"

박형주 기자 2025. 8. 28.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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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 에너지정책 총점검]③떠나는 기업들

기다리다 지쳐 전남 떠나는 해외 개발기업 속출
‘풍력 터빈 공장 조성’ 베스타스도 '하세월'
수조원 초대형 데이터센터 계획도 줄줄이 좌초
"재생에너지 기반도 없는데 산단이 무슨 소용"
유럽을 순방중인 김영록 전남지사 일행이 지난해 4월 덴마크 베스타스 린도 터빈공장을 방문, 시설 현황을 청취한 뒤 현지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전라남도 제공

19일 관련 업계와 정부 부처 등에 따르면 프랑스의 대형 에너지 기업인 A 사는 국내 대기업 B사 등과 함께 합작법인을 꾸리고 전남 진도와 여수에서 총 1GW가 넘는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를 개발하고 있다. 각각 전기사업발전허가를 받아 사업을 진행중이었으나, 지난 6월 한국내 해상풍력 관련 인력을 크게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안에서 해상풍력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미국계 재생에너지 개발사 C사도 최근 한국 인력 구조조정을 마무리했고, 해외업체가 참여한 영광의 해상풍력 사업은 매각설이 돌고 있다.

이처럼 전남에 투자했던 해상풍력 해외 기업들이 사업을 축소하거나 철수를 검토하는 이유는 글로벌 경기 침체의 여파도 있지만, 언제 사업을 마무리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해상풍력 개발사 관계자는 "송전망 등 인프라 부족과 '산넘어 산' 같은 각종 인허가 규제, 반복되는 민원 등으로 사업 완료 시기를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그럼에도 나아지지 않는 한국 해상풍력의 여건에 대해 해외 기업들의 인내가 한계에 달했다"고 배경을 전했다.

전남을 아시아·태평양 해상풍력 터빈으로 자리매김하게 해 줄 것으로 기대했던 덴마크 베스타스 사의 터빈공장 설립 계획도 표류하고 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지난해 4월 덴마크 현지까지 건너가 투자협약을 맺었다. 협약대로면 베스타스가 머스크 사와 3천억 원을 투자해 목포신항 항만 배후단지 20만㎡(약6만 평)에 최대 터빈 150대 생산이 가능한 시설을2027년 양산을 목표로 건립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공장 예정부지인 목포신항 배후단지 입주기업 공모에 베스타스가 참여하지 않으면서 기대는 우려로 변했다. 11월 베스타스 엔더슨 회장이 방한해 김영록 지사를 만나 2년 내 착공하기로 하면서 잠잠해졌으나, 이후 희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이밖에 연료전지 발전허가를 받고도 착공이 지연돼 허가가 취소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산자부 산하 전기위원회의 자료를 보면 올 들어서만 여수와 강진, 순천 등에서 총 230MW 상당 연료전지 발전사업 3건의 허가가 줄줄이 취소됐다.

일부 태양광 발전 사업은 허가 취소에 반발해 재심을 청구하는 등 재생에너지 사업이 곳곳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023년 해남에 10조원을 투자해 1GW 데이터센터를 건립하겠다고 했다가 무산된 미국계 투자사 계획도, 올해초 기대감을 높였던 50조원·3GW 상당의 미국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도 전남의 부족한 재생에너지 여건을 실감하고 줄줄이 제동이 걸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 7월 기준 전남의 발전허가 규모가 21.3GW이고, 원전 21기에 달한다"며 "현재 발전허가를 갖고 있는 업체들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면서 재생에너지 기반을 갖추고서야 조성할 수 있는 RE100산단을 논하는 것이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고개를 저었다.
/박형주 기자 hispen@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