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 거제 귀향 청년 농부 부부, 유자로 지역에 스며들다

정봉화 기자 2025. 8. 28. 18:36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고향사랑기부, 좋지 아니한가] 30. 거제 수피랑 유자 가공제품

하청면 출신 권요섭 대표
송선영 씨와 결혼 후 귀향
지역 특산물 유자 농사 결심

겨울에만 소비되는 것 아쉬워
1년 내내 즐기는 제품군 개발
액상차·젤리 등 답례품 인기

각종 단체 참여해 공동체 적응
"궁극적으로 동네 더 알리고파"
치유농업·마을기업 '2막' 구상
수피랑 대표 권요섭·송선영 씨 부부. /정봉화 기자

'우리 부부는 둘 다 시골 출신입니다. 부산에서 만난 우리는 서로 사랑에 빠졌죠. 어느 순간, 문득 생각났어요. 점점 조용해지는 고향이…. 그래서 돌아가기로 했어요. 30년 만에, 고향 거제로! 이 땅에 유자도 심고, 올리브도 하나하나 돌보고. 간호사였던 아내는 이제는 치유농업사로 일해요. 땅을 살리고, 사람의 마음까지 함께 돌보는 일을 하고 있어요. 수피랑은, 고향의 가치를 다시 피워내는 이야기입니다.'

고향사랑e음 누리집에 소개된 '수피랑' 대표 권요섭(45)·송선영(43) 씨 부부 이야기다. 
수피랑 유자 젤리.

◇귀농한 초보 농사꾼 부부 = 수피랑은 거제시 하청면 연하해안로에 있다. 이곳은 권 대표 아버지가 농사를 짓던 땅이다. 아버지는 나이가 들면서 농사일이 힘에 부쳤다. 노는 농지가 많아졌다. 외지로 나간 5남매 중 막내아들에게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고향으로 돌아와 부모 곁에서 지내면 어떻겠냐고. 

권 대표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다니던 유계초등학교가 폐교하면서 누나들을 따라 일찌감치 부산으로 유학 갔다. 그곳에서 학창시절을 보냈고 일자리도 찾았다. 사천 출신 선영 씨를 만나 결혼하고 아들을 낳았다. 삶터가 돼버린 도시를 떠나기까지 고민이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버지 권유를 뿌리칠 수 없었다. 점점 활기를 잃어가는 고향 모습도 마음에 걸렸다. 언젠가 다시 돌아가야 할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 시기를 앞당기기로 했다. 귀향을 결심했지만 농사만 지을 자신이 없었다. 그럼 뭐하며 먹고살지?

권 대표는 귀농 준비를 시작했다. 2018년 부산 농업기술센터에서, 이듬해 거제에서 귀농·귀촌 수업을 받으며 여러 가지 사업 구상에 들어갔다. 

지역 특산물인 유자가 떠올랐다. 주로 유자청으로 만들어 겨울철 따뜻하게 마시는 유자차만으로 소비되는 게 아쉬웠다. 유자를 1년 내내 먹을 수 있고, 젊은 사람들도 즐길 만한 음료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2020년 1월, 권 대표는 가족과 함께 3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수피랑 유자 톡.

◇1년 내내 맛볼 수 있는 유자 제품 만들기 = 유자 농사를 짓기로 했지만 농업 경험이 없는 부부에게는 모든 것이 새로운 도전이었다. 본격적으로 농사 공부를 했다. 지역 선배 농부들을 찾아가 조언을 구하고, 경험을 쌓아 나갔다.

"집에서 유자청을 수천 번은 만들었던 것 같아요. 아이와 친구들을 대상으로 맛 테스트도 하고요. 소비자들이 불편한 것이 뭘까 많이 고민했어요. (유자 껍질) 건더기가 싫다, 시원하게 마시고 싶다 같은 피드백을 받았죠. 음료 시장은 여름이 크니까, 여름에도 유통할 수 있는 제품 개발에 집중했어요. 귀농 6년 차인데 3년 차 때까지는 계속 공부하러 다녔어요. 돈 버는 것보다 공부하는 게 더 많았어요. 2000시간 정도 공부한 것 같아요.(웃음) 지역에 있는 유자연구회와 거제시농산물가공센터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권요섭)

그렇게 해서 첫선을 보인 게 '선셋유자'다. 거제에서 직접 재배한 유자에 히비스커스꽃을 블렌딩한 유자차다. 히비스커스 붉은 빛깔이 노을지는 것 같아 붙인 이름이다. 선셋유자가 입소문을 타면서 판매가 늘기 시작했다. 수제품으로는 생산을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수피랑 유자청.

◇지역에 스며들기 = 귀농하고 나서 1년 6개월이 지난 2021년 4월, 권 대표는 비닐하우스가 있던 농지 일부를 전용해 공장을 지었다.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다. 품목도 40개로 늘었다. 첫해 2000만 원이던 매출 소득이 8000만 원으로 뛰어올랐다. 최근 연간 평균 매출액은 2억~2억 5000만 원 정도다.

"갓 귀농했을 때 코로나가 터져서 제품을 파는 게 쉽지 않았어요. 저희 제품은 먹어봐야 제 맛을 알 수 있는데 너무 생소하니까 소비자들이 찾지 않았죠. 당시에는 축제나 행사를 못 하니 시음할 기회도 없고, 6개월 동안 수입이 없었어요. 그걸 타파하려고 거제 대표 온라인 쇼핑몰인 '거제몰'에 눈을 돌렸죠. 남편이 쇼핑몰을 활성화하겠다고 회장직을 맡고, 저는 제품 홍보하러 라이브 방송에 나갔다가 '유자 언니'라는 별명을 얻었어요. "(송선영)

부부는 지역에 빨리 적응해야겠다는 생각에 각종 단체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청년농업인단체를 비롯해 주민자치회·학교운영위원회 등에서 역할을 맡고, 지역에 도움되는 봉사활동을 찾아 나섰다. 

노인들만 남은 마을에 등장한 청년 부부는 동네 활력소가 됐다. 마을 어른들은 냉장고가 고장 났다, 택배 좀 보내 주라, 핸드폰이 안 되는데… 하면서 권 대표를 찾았다.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나는 권 반장'으로 자리 잡았다.

선영 씨는 "수피랑이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게 아니고 지역에 스며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답례품 인기 품목으로 = 수피랑 제품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거제시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에 선정됐다. 첫해에는 권 대표가 답례품 선정위원을 맡으면서 심사 대상에서 빠졌다. 권 대표는 심사위원을 그만두고, 고향사랑기부 답례품으로서 가치를 인정받고자 했다. 무농약 자연농법으로 키운 지역 대표 특산물로서 자신감이 있었다.

현재 답례품에는 워터젤리·유자스프레드·유자액상차 3종이 올라있다. 

소비자들은 '기존에는 맛볼 수 없었던 맛이에요, 여행 선물로 딱이네요, 진짜 깔끔하게 짜서 먹을 수 있어요, 여러 가지 활용도가 높아요' 등 생생한 리얼 후기를 남겼다.

수피랑 제품은 거제시 인기 답례품으로 꼽힌다. 지역 내 관광기념품 가게에 거의 다 들어가 있다.

"전체적인 매출 비중으로 따지자면 답례품 판매 실적이 크지 않지만, 구입한 분들이 따로 연락 와서 다른 제품을 구입하기도 하고, 주문하던 분이 또 주문하는 일도 있어 나름 홍보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맛있고 선물하기 좋은' 고부가가치 패키지 상품으로 경쟁력을 키워가고 싶습니다."(권요섭)

◇치유농업·마을기업을 꿈꾸다 = 부부는 또 한 번 도약을 준비 중이다. 유자 말고도 올리브 나무를 심어 색다른 지역 특산물로서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 

요즘 권 대표는 사회적 농업을, 선영 씨는 치유 농업을 공부하고 있다. 부부가 경쟁하듯 공부하며 게으름을 피울 수 없는 이유가 있다.

"가장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것은 이 동네를 알리는 거에요. 우리 동네가 가진 자원들, 산과 바다 등을 공유하고 싶어요. 알 만한 사람은 아는 명품 벚꽃 마을로도 유명해요. 마을이 고령화하면서 1년에 한두 분씩 돌아가시고 빈집이 늘고 있어요. 동네를 조금 예쁘게 꾸며놓으면 '관계인구'가 늘어나고, 그러면 식당이나 카페도 할 수 있겠죠. 그런 것 하려고 수피랑에서 돈을 벌고 있어요. 공장을 크게 짓고 싶은 생각이 아닙니다. 공동체가 살아있고 다 같이 잘 살 수 있도록 마을기업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권요섭)

수피랑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자연친화적인 느낌을 살려 '숲이랑'을 발음대로 표현한 것, 또 하나는 '요수빙'(남편 애칭)과 '해피'(아내 애칭)를 합친 것이다. 노란 유자청처럼 화사하고 달달한 이름이다. 

/정봉화 기자 

경남도민일보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