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옛 신문광고] 한국 최초의 D램 개발

삼성의 반도체 진출은 우연한 기회에 찾아왔지만 우여곡절이 많았다. 반도체가 처음 개발된 것은 1950년대인데 우리나라에서는 1965년 무렵 미국의 고미그룹이 들어와 트랜지스터를 조립·생산한 것이 시초다. 그 후 모토로라 등 다른 업체들이 들어와 국내에서 반도체를 만들었다. 1974년 우리 손으로 직접 반도체를 만들고자 한국반도체라는 기업을 차린 사람이 강기동 박사(서울대 전기공학과 53학번)다. 한국 반도체의 선구자로 불리는 그는 미국으로 유학을 가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모토로라 반도체연구소에서 생산기술부장을 지내다 귀국했다.
강 박사는 1972년 경기 부천에 반도체 소자를 생산하는 한국반도체를 설립, 이 땅에 반도체의 싹을 틔웠다. 한국반도체는 약 300명의 기술자와 기능공을 고용하고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모두 제조할 능력을 갖춘, 당시 미국 반도체 업체보다도 앞선 기업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금세 자금난에 빠지고 말았다. 이 소식을 들은 이건희 동양방송 이사가 인수에 나섰지만 내부의 반대가 워낙 심했다. 회삿돈을 쓸 수 없게 되자 그는 사재를 털어 1974년 12월 한국반도체를 인수, 삼성반도체로 사명을 바꾸고 웨이퍼를 생산하며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출발을 알렸다.
강 박사는 1976년까지 삼성반도체 사장을 맡아 한국 최초의 시계용 반도체 칩을 생산했고 1983년에는 현대전자 반도체(현 SK하이닉스) 설립을 자문하기도 했다. 초창기에 삼성반도체는 미국 등 선두주자들의 기술이전 거부로 어려움을 겪었고, 한때 부도 위기를 맞기도 했다. 경영진단을 실시한 그룹 비서실에서는 더 이상 나빠질 게 없는 'F'라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도 '3년 안에 실패할 것이다' 'TV도 제대로 못 만드는데 최첨단산업은 위험하다'고 했다.
당시 반도체 사업은 인구 1억명 이상, 국민소득 1만달러 이상, 국내 소비 50% 이상이 되어야 가능하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우리는 어느 하나도 충족할 수 없는 조건이었다.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던 삼성반도체는 1980년 1월 삼성전자로 흡수합병됐다. 비관적 전망에 아랑곳하지 않고 삼성은 공격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초기에 반도체 사업을 반대하던 이 창업주의 생각이 바뀐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 창업주는 1981년 9월 그룹 전체 임원회의에서 반도체를 기업의 흥망이 걸린 사업이라고 강조하면서 꼭 성공시키겠다고 말했다. 무모한 도전이라는 의견은 여전했지만 '싸워보기도 전에 항복할 수 없다'고 했다.
1983년 12월 1일 개발에 나선 지 6개월 만에 309개 공정을 자력으로 개발, 국내 최초로 64K D램 개발에 성공했다(조선일보 1983년 12월 6일자·사진). 광고에서는 미국과 일본에 이어 반도체 산업을 세계 3위로 올려놓았다고 소개했다. 64K D램은 머리카락 굵기의 50분의 1 정도인 가는 선 800만개가 실리콘 판 위에 집적돼 있고, 글자 8000자를 기억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초의 메모리 반도체인 삼성의 64K D램은 2013년 문화재청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그 뒤 삼성은 64M D램(1992년), 256M D램(1994년), 1GB D램(1996년)을 세계 최초로 내놓으며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업으로 부상했다.
tonio66@fnnews.com 손성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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