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컷뉴스] 경찰은 ‘담배꽁초’ 소방은 ‘미상’… 화재 원인 다른 이유는?


지난 5월 수원의 한 모텔에서 불이 나 투숙객 1명이 숨진 사고(중부일보 5월 19일 온라인 보도)와 관련해 3개월이 지나서도 화재 원인을 놓고 경찰과 소방 간의 미묘한 차이가 감지돼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28일 중부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5월 19일 오전 4시께 수원 장안구 A모텔의 3층 객실에서 불이 나 투숙객 1명이 숨진 것과 관련해 경찰은 '원인 미상'으로 사건을 종결하고, 소방은 현재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경찰은 공식적으로는 원인 미상으로 판단했음에도 객실 바닥에 다량의 담배꽁초가 발견된 점 등 과학수사대의 감식 내용을 토대로 담배꽁초에 의한 실화로 강력히 추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망자가 객실에 들어간 시각과 화재 발생 시각을 고려했을 때 담배꽁초 말고는 다른 원인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경찰 수사가 끝난 지 이미 1달이 넘었음에도 소방은 자체적인 조사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아직 원인이 나오지 않았다는 입장을 보인다.
감식 기관에 요청해 둔 감정 관련 자료를 회신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원인 분석을 마무리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 측은 한때 '전기적 요인'으로 인한 화재 가능성도 열어둔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까지 추정되는 원인을 밝히기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과거부터 하나의 화재 사건을 두고 경찰과 소방 간 결론이 달리 나오는 경우는 종종 있어 왔다는 게 현장 경찰과 소방의 설명이다.
가장 큰 이유는 화재 자체가 원인 규명이 어렵기 때문이다.
살인, 폭행 등 강력범죄의 경우 CCTV라는 사건 당시를 그대로 기록해 둔 증거물이 남아 있어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범인을 검거할 수 있다. 근래 들어 '연쇄살인마'와 '완전범죄'라는 용어가 사라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화재는 현장 증거 보존이 거의 불가능하기에 최소한의 단서만으로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 백지에 가까운 상황에서 수사를 해야 하기에 기관별로 추정하는 원인도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앞서 2018년에는 남양주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난 불이 인근 건물로 번진 사건을 놓고 소방과 경찰이 각기 발화 지점을 다르게 판단하면서 당사자 간 손해배상청구가 진행되는 일도 있었다.
이 때문에 화재 조사에는 과학수사라는 전문의 영역이 관여할 수밖에 없는데, 그럴수록 화재 조사관의 관점이 분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게 화재 전문가들의 말이다.
도내 한 소방 화재조사관은 "화재 감식을 같이 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 기관 간 의견을 맞추지 못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며 "화재 조사는 또 다른 재난 예방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경찰과 소방 간 공식적인 소통 창구를 제도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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