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라고 생각한 남해살이 기꺼이 등을 내준 공동체 [행복한 시골살이]
한때 외롭고 지쳤던 시골살이
서울 돌아가야 하나 고민도 해
우연히 방문한 청년센터 '바라'
많은 이들과 교류하며 용기 내
내달 23일 청년의 날 함께 준비
고민 함께 나누는 공감 장 되길

#남해군 청년센터 바라
요즘 읍에 나갈 일이 생기면 꼭 한번은 들르게 되는 곳이 있다. 아담한 마당과 마루가 있는 한옥을 리모델링한 공간, 청년센터 '바라'다. 이곳은 청년친화도시사업과 도시재생뉴딜사업을 통해 탄생한 공간으로, 청년에게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하고 다양한 시도와 경험을 통해 청년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곳이다. 청년센터지만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운영시간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로 상당히 긴 편이다.
처음 갔을 때는 작은 골목 뒤에 숨어있는 위치라 '누가 찾아올까?' 싶었다. 그런데 웬걸, 대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이미 많은 학생과 청년이 삼삼오오 모여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버스 시간을 기다릴 때나 약속 시간까지 시간이 남아 잠시 쉴 때는 물론, 공간을 대관해 소모임을 열기도 하고 청년센터에서 주관하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클래스에 참여하기도 한다. 청년들에게 꼭 필요한 지원 정책이나 생활정보도 가장 먼저 공유되는 곳이라 안 가본 청년은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청년은 없는 곳이 이곳이 아닐까 싶다. 사실 나도 처음에는 아는 얼굴이 많지 않아 쭈뼛쭈뼛했는데 자주 방문하다 보니 이제는 늘 보는 친구들과 인사도 자연스럽게 할 정도가 되었다. 특히 올해는 감사한 기회로 청년센터와 다양한 일을 함께하게 되어서 이번 기회에 소개해 볼까 한다.
#사담사담 : 사업가의 직관을 키우는 시간
사담사담은 청년역량강화교육 목적으로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청년 사업가들이 모여 경영 역량을 쌓고 직관을 키우는 시간으로, 두모마을 팜프라촌에서 매주 목요일마다 총 11회차 모임을 했다. 남해처럼 작은 지역에서는 동종 업계에서 일하는 청년 사업가들과 진득하게 이야기 나눌 기회가 많지 않다. 우선 절대적인 숫자가 너무 적기도 하고, 다들 각자 업에 너무 바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업을 하며 마주하는 문제들을 함께 나누고, 공부하고, 스스로 해결할 힘을 기르는 공부 모임을 기획했다.
나는 운영 보조 역할이자 참가자로 참여했는데, 열기가 정말 대단했다. 새 사업 아이템을 기획 중인 농부 친구, 새롭게 시작하려는 사업의 방향성을 찾고 싶은 친구, 부모님과 함께하는 사업을 안정화하고자 찾아온 친구까지. 심지어 참여를 너무 희망해서 매주 남해까지 왕복 4시간여 거리를 달려온 친구도 있었다. 우리는 각자 고민을 안고 골든서클, 5WHY, 스토리 브랜드 공식, 기획 기술, 마인드맵 등 회차마다 경영 관련 책을 읽었다. 그 후 내 사업에 적용할 부분들을 찾는 과제를 수행하고 피드백을 나눴다.

#일상을 감각하는 글쓰기
내가 강사로 참여하는 <일상을 감각하는 글쓰기>는 지역 청년들과 함께하는 5주 과정의 글쓰기 프로그램이다. 원래 책방에서 해마다 진행해 왔던 글쓰기 모임과 포맷은 같지만, 청년센터에서 모객하니 참여 연령대나 성별이 또 달라서 꽤 신기했다. 현재 두 번의 모임을 마쳤고, 세 번의 모임이 더 남았다.
글쓰기 모임에 오게 되면 매주 짧은 글 한 편, 긴 글 한 편을 쓴다. 짧은 글은 모이는 날 바로 써서 낭독하고, 긴 글은 과제로 해온 다음 서로 돌아가며 피드백을 한다. 짧은 글쓰기는 생각을 바로바로 글로 풀어내기 위한 목적으로, 제한된 시간 안에 서너 개의 키워드를 문장 안에 넣어 열 문장을 만드는 연습을 한다. 글쓰기가 자신이 없다면서도 타이머를 켜는 순간 곧장 노트에 고개를 파묻고 전전긍긍하는 귀여운 정수리들을 볼 때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청년의 날 <남해 감각>
청년의 날 행사는 청년센터와 팜프라가 준비하는 대망의 메인이벤트다.(청년의 날은 청년의 권리보장과 청년문제 관심을 높이고자 매년 9월 세 번째 토요일로 제정된 법정기념일이다.) 9월 23일 화요일, 평소에는 일한다고 바빠서 얼굴도 제대로 못 본 남해 청년들을 모두 초청할 계획이다. 1년에 한 번 모여 두모마을 잔디밭에서 먹고 마시며 자신을 돌아보고 서로 안부를 묻자는 취지로 기획되었다.
올해 콘셉트는 남해를 느끼는 12가지 감각이다. '남해에서 계속 살아도 될까?' '다른 친구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라는 당사자성에서 시작되었다. 팜프라 대표인 지황님도, 청년센터팀장인 은지님도, 나도 모두 남해살이 연차가 어느 정도 쌓였지만 여전히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사에 참여하려면 존재감, 소속감, 가능성, 기여감, 주체성 등 12가지 감각에 대한 설문에 응답해야 한다. 수집된 감각은 자료화하여 2027년 남해군 청년 기본계획에 반영, 남해군 청년 정책의 구조 및 시스템을 개선하고 청년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활용할 예정이다.
설문을 완료하면 응답 개수에 따라 코인을 지급하고, 이 코인을 가지고 남해 청년 셰프들의 다이닝을 즐길 수 있다. 잔디밭 위에서 맛있는 음식과 음료를 나누며, 장장 5시간 동안 이어지는 싱잉볼, 돗자리 요가, 핸드팬 공연과 라이브 음악까지 즐길 수 있다면? 상상만으로도 멋지지 않은가. 또한, 3년 이하 이주 청년 및 새로운 도전을 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청년 근황 토크와 15개 내외의 다양한 분야의 셀러가 모인 청춘마켓도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남해 청년이 아니라도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니 많은 이들의 방문이 이어지길 희망한다.
#살아갈 힘을 배우다
한때 남해살이가 참 외롭고 고독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남해를 떠나야 하나?' 고민하며 관계에 지쳐 있었을 때의 이야기다. 그때 나는 마음이 많이 닫혀있었고, 작은 일에도 날이 서 있었던 것 같다. 그런 내게 먼저 손을 내밀어 준 친구들 덕분에, 지금은 새로운 일 앞에서도 '일단 한번 해볼까'하는 용기를 내는 자신을 보며 많이 열리고 유연해졌다고 느낀다.

/ 박수진(남해 아마도책방 책방지기)
☞ 필자는 아름다운 섬 남해를 닮고 싶은 작은 서점, 아마도책방을 운영한다. 반려묘 바람, 노을, 별, 달과 함께 남해에서 어느덧 아홉 번째 해를 맞고 있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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