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도망가는게 이득"…주정차 뺑소니 처벌 어떻길래?
현행법 과태료 12만원 불과.."법 개정, 시민의식 제고 필요"

#. 광주 시민 박 모씨(30대)는 지난달 황당한 '주·정차 뺑소니(물피도주)'를 당했다. 북구 한 오피스텔 주차장에 차를 댔는데, 누군가 차량을 회오리 치듯 긁고 도망친 것. 곧바로 블랙박스 영상 등을 확보해 경찰 수사를 요청했지만, CCTV로도 가해자를 특정하지 못했다. 직장 생활로 조사에 시간을 많이 쏟을 수 없던 박 씨는 결국 사건 종결을 요청했다. 박 씨는 "이런 피해를 줬는데도 가해자는 도망가면 그 뿐이라는게 너무 원통하다"고 했다.
주·정차 차량에 물적 피해를 입히고도 조치 없이 줄행랑 치는 뺑소니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가해자를 잡아낼 방법도 마땅치 않은 터라 시민 불만은 커져가고 있다.
27일 광주경찰청, 전남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2022~2024) 주·정차 뺑소니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광주는 2022년 9천620건, 2023년 9천456건, 지난해 9천165건이었다. 전남은 2022년 9천567건, 2023년 1만267건, 지난해 1만973건이다. 단순 통계상 매일 20~30건 넘게 발생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검거율은 절반 수준이다. 전남은 같은 기간 50~60%, 광주는 매년 더 낮은 30% 대에 그치고 있다.
가해자들이 도주를 선택하는 이유는 '처벌 수준이 너무 낮아서'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2017년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물적 피해를 낸 뒤 별다른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날 경우 불과 20만원 이하 벌금 등에 처해진다. 차량에 따라서 처벌이 약해지기도 한다. 승합차 13만원, 승용차 12만원, 이륜차 8만원이다. 수십~수백만원의 수리비를 지불할 바엔 우선 도망치고, 걸려도 범칙금이 낮으니 도주가 되려 합리적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경찰 수사도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다. 뺑소니 여부는 운전자가 사고를 인식했는지, 도주 의사가 있었는지 등을 증거로 따진다. 차에서 내려 확인하거나, 접촉 후 주춤거린 정황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가해자들 대부분 접촉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해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특히 주차장 접촉 사고는 시간·장소를 특정하기 어려울 때가 많아 조사에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일각에선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지만, 실제 국회 차원에서의 논의는 실종된 상태다. 관계기관이 비협조적일 거라는 회의론도 적잖다. 김경환 법무법인 위드로 변호사는 "경찰 내부에선 주차 뺑소니가 수사력을 낭비한다는 인식이 있다. 법 개정에도 적극적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경찰 당국은 성숙한 시민의식을 당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검거나 큰 처벌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피해자 분들의 신속한 대처와 증거 확보가 중요하다"며 "가해자들의 시민 의식 제고도 필요하다"고 했다.
/임지섭 기자 ljs@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