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의 시작' 노상원 수첩... '4월 선수 선발'

강현석 2025. 8. 28.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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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는 12·3 내란의 설계자로 불리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쓴 자필 수첩을 입수해 윤석열 등 내란 일당이 장기 집권을 위해 각종 ‘공작’을 기획한 정황을 추가로 확인했다. “차기 대선에 대비해 모든 좌파 세력을 붕괴시킨다”는 목적으로 쓰인 ‘노상원 수첩’은 내용은 물론 작성 경위와 시점 등이 의문으로 남아 있다. 내란의 전모를 밝힐 핵심 증거로 꼽히지만 수사를 통해 그 진위를 가리지 못한 것이 노상원 수첩이다.

특검, 노상원 수첩 소유권 확인… 외환 수사 등 새로운 동력

조은석 특별검사팀(내란 특검)은 최근 노 씨를 소환해 중요한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수첩 소유권이 노 씨, 즉 자신에게 있다는 자백을 받아낸 것이다. 그동안 노상원 수첩은 소유자인 노 씨가 일체의 진술을 거부하면서 증거 능력을 인정받지 못했다. 노 씨는 앞선 경찰·검찰의 수사 과정에서 묵비권을 행사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수첩 소유권에 대한 자백은 내란 특검이 주력해 온 외환 혐의 수사의 새로운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과 함께 12.3 내란의 핵심 기획자로 꼽힌다. 

내란 특검은 노상원 수첩에 적힌 ‘행사’, 즉 내란 및 외환을 위한 계획들이 12·3 비상계엄을 앞두고 실행됐는지 여부를 확인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수첩에 여러 차례 등장하는 북한의 활용 방안도 수사 대상이다. 노 씨가 ‘북풍 공작’에 대해 입을 연다면, 주춤한 외환 수사가 다시 탄력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내란 특검은 이미 노상원 수첩에 대한 1차 분석을 마친 상태로 알려졌다.

노상원 수첩은 12·3 내란의 ‘기획서’와 같다. 수첩에 적힌 ‘3선’, ‘헌법개정’, ‘국가안전관리법 제정’ 등의 표현은 내란 세력이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연임을 위해 정적들을 제거하고, 국가를 장악하려 했음을 보여준다. 이는 12·3 내란의 범행 동기와도 연결된 표현으로 윤석열 등 내란 일당이 3선 장기 집권을 계획했다면, 이들이 받게 될 죄는 더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수첩에 따르면, 노 씨는 처음부터 이 계획을 위해 군을 동원할 마음을 먹었던 것으로 보인다. 수첩에는 ‘헌병’, ‘지작사’, ‘국방부’ 등 우리 군의 역할을 적어 놓은 대목이 여럿 나온다. 특히 수첩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행사’라는 단어는 맥락상 ‘친위쿠데타’, 즉 불법 계엄을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역행사’라는 표현인데 자신들의 친위쿠데타에 반대하는 세력의 항전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노 씨는 수첩에서 ‘역행사 방지’ 방안을 강구하며, 이때도 역시 군을 동원하거나 북한을 개입시킬 구상을 펼친다.

뉴스타파는 노상원 수첩 전문을 입수해 분석했다. (자료는 조성식 뉴스타파 전문위원 제공)

노상원 수첩의 주요 내용들은 이미 알려진 것이 많다. 이재명 현 대통령 등 야권 인사를 수거 대상으로 분류해 수용소에 가둔다든지, A~C급으로 나눠 수장시키거나 북한을 통해 사살을 유도하는 계획 등이다. 노 씨가 쓴 표현처럼 “좌파의 싹을 잘라 버리기” 위해 국회를 봉쇄하고 ‘긴급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해 국회의원들을 재판에 넘긴다는 대목도 있다. 

계엄 상황시 각 부대가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행동 요령을 적어 놓은 부분도 있다. 물론 내란이 일어난 시점과 수첩 작성 시점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계획은 실행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강원도 현리 등에 수집소를 마련하고 특전사 간부와 방첩사 영관급 장교, 헌병을 활용하는 방안이 고려됐지만 이는 이행되지 않았다.

노상원 수첩 작성 시기에 윤석열 ‘비상 조치’ 언급?

노상원 수첩은 노 씨가 구상한 계획의 실행 여부와 무관하게 매우 의미 있는 수사 증거로 평가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수첩을 통해 내란이 언제 시작됐는지 알 수 있다는 점이다. 노 씨는 수첩 첫 장에 ‘행사’ 시기를 총선 전과 총선 후로 구분했다. 나아가 각 시나리오별로 행사에 누구를 동원할지 생각나는 계획을 적었다. 여소야대 국면과 여대야소 국면까지 가정했다. 이를 토대로 수첩을 작성한 시기를 짐작할 수 있는데 적어도 22대 총선 전인 지난해 4월 이전에 작성됐다는 결론이 나온다.

노상원은 수첩은 첫 장부터 시기를 총선 전과 총선 후로 나누어 '행사' 즉, 친위쿠데타와 관련한 시나리오를 적었다.

수첩 작성 시점이 22대 총선 전후라는 정황 증거는 더 있다. 노 씨가 적은 수거 대상에는 뜬금 없이 ‘차범근’이라는 이름이 등장한다. 축구선수 출신인 차범근 씨가 정치적인 인물도 아닌데 수거 대상에 등장한 이유는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그런데 시점을 맞춰보면, 지난해 1월 말 차범근 씨는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를 위해 법원에 탄원서를 써줬고,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다. 당시 여러 언론은 이 사실을 대서특필했다. 정확한 경위는 알 수 없지만, 노 씨 역시 이 사실을 접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노 씨가 언론 보도를 접하고 차 씨를 수거 대상에 집어 넣었다면 그 시점 역시 22대 총선을 앞둔 지난해 1월 말부터 4월경으로 볼 수 있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지난해 3~4월경)는 당시 대통령 윤석열이 여인형 방첩사령관, 조태용 국정원장 등을 안가에 불러 “비상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시점과 겹친다. 여기서 윤석열이 언급한 ‘비상한 조치’가 불법 계엄이라면, 이들의 계엄 모의는 지난해 봄부터 있었던 셈이 된다. ‘야당의 줄탄핵’ 때문에 갑자기 계엄을 선포했다는 윤석열 측 주장과 달리 총선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야당을 제압할 목적으로 내란을 모의하고 준비해 온 정황인 것이다. 

수첩에는 ‘4월 인사부터 선수 선발’이라는 글귀도 적혀 있다. 군 인사를 할 때 계엄에 협조적인 군인을 선발하거나 핵심 보직에 앉힌다는 의미인데, 이 역시 수첩이 22대 총선 전 작성됐음을 방증한다. 이는 특검이 수사 중인 외환 유치 혐의와도 연결된다. 우리 군이 북한 상공에 무인기를 보내고, 오물풍선에 대해 타격 계획을 세우는 일련의 과정 모두가 ‘의도적인 군사 도발’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란 준비 시기가 앞당겨지는 것은 그만큼 내란에 연루된 사건과 인물이 많아지는 결과를 낳는다. 특검은 수첩에 적힌 ‘NLL에서 공격 유도’ 등을 근거로 북한을 이용하기 위한 군 차원의 작전 계획이 있었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첩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는 수거 대상 명단을 누구와 상의했는지, 이 과정에 외부의 누군가가 개입하지 않았는지 등도 잠재적인 수사 대상이다. 앞선 경찰 수사에서 노 씨는 “김용현이 불러주는대로 받아 적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이 실제 명단을 불러줬는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김 전 장관이 불러줬다고 해도 또 다른 누군가가 김 전 장관에게 그 명단을 전달했을 가능성도 있다.

노상원 수첩에는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하고, 검사와 판사를 동원해 중앙지검에 본부를 설치한다는 식의 표현도 등장한다.

‘수거 대상 처리’에 검찰 협조 방안 명시… 계엄 사전 인지 가능성

현재 내란 특검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들이 윤석열의 지시를 받고 계엄에 협조했는지 여부를 수사하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노상원 수첩엔 검찰을 ‘행사’에 끌어들이기 위한 여러 구상이 담겼다. “수거대상 처리방법 연구”라고 쓰인 메모 뒤에는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한다고 돼 있다. 수사본부는 “6개월~1년 정도 구성”하고, 검사와 판사, 서울중앙지검을 활용한다고 적혀 있다. 문맥상 검찰을 동원해 부정선거 관련 수사를 벌이거나 야권 인사와 얽힌 비위 등을 캐내 처벌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더구나 수첩에는 수용소, 교도간부, 출금조치, ‘교도소 한 곳을 통째로 수감한다’와 같은 법무부의 사무와 관련된 내용들이 적혀 있다. 실제 계엄 당일, 법무부가 노 씨의 의도대로 움직였다면,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내란 동조 세력이 추가로 드러날 개연성이 높다.

이렇듯 노상원 수첩은 내란과 관련된 여러 증거를 담고 있지만, 정작 노 씨는 그 내용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민주당은 내란 특검의 수사 기간과 인력 등을 늘리는 특검 연장 법안을 발의했는데, 국민의힘은 이에 반대하는 상태다. 노 씨를 비롯한 내란 세력의 전모를 밝히지 못한 상황에서 내란 특검이 그대로 종료된다면, 앞으로도 내란의 실체를 온전히 밝히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뉴스타파 강현석 khs@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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