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 리스타트] ① 귀농1번지 의성에 푹빠진 농부 이영우씨


의성군은 귀농을 꿈꾸는 이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정착지 중 하나로 꼽힌다.
일찌감치 다양한 귀농 지원정책과 함께 의성군이 제시한 지속가능한 농업 모델이 예비 귀농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200명이 넘는 귀농인이 정착하면서 의성군은 4년 연속 귀농인 유치 전국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이제 '귀농하면 의성'이라는 수식어가 귀농을 꿈꾸는 전국의 '예비귀농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의성군 또한 '귀농 1번지'라는 자부심과 귀농 정책 노하우를 바탕으로 타 지자체보다는 한 발 앞선 귀농정책을 발굴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의성군은 지금 농업 창업 자금부터 주택 마련, 영농 기반 구축까지 폭넓은 혜택으로 귀농 인구를 적극 유치하고 있다. '귀농인의 집' 운영과 이사비용 지원 등을 통해 예비 귀농인들의 초기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으로 농기계 구입, 저온저장고 설치, 하우스 조성, 버섯 재배사 등 농업 시설 구축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해 귀농인의 생산활동까지 촘촘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농업 창업을 위한 융자 지원도 마련하고 있다. 농업 창업자금은 최대 3억 원까지 지원되며 연 2%의 저금리로 제공된다. 상환 조건은 5년 거치 후 10년간 원금 균등 분할 방식이다.
하지만 귀농을 꿈꾸는 이들 모두가 이런 혜택만 고려해 귀농을 결정하는 건 아니다. 2018년 귀농해 8년째 농부로 지낸 이영우(43)씨가 그렇다. 그가 의성을 귀농지로 선택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의성이 귀농 1번지로 인정받는 이유를 이영우씨에게서 찾을 수 있었다.
그는 '더 많은 기회'에 주목했다고 한다.
"의성군은 전국에서도 고령화가 심각한 지역입니다. 그만큼 '노는 땅'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는 달리 말해 귀농인에게도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기계화 비율이 높은 논농사는 예비귀농인들에게 힘든 부분이지만 밭이나 임야 등 특수농작물을 심을 땅은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습니다. 단순히 농사뿐 아니라 농산물의 가공하거나 유통망을 새로 마련하는 등 틈새시장도 그만큼 열려 있습니다."
그는 '도시촌놈'이었다. 농부가 될거라고는 꿈도 꾸지 않았다. 그는 대구에서 태어나 자랐다. 부모님 역시 그랬다. 대학에서도 공과 계열을 전공했다보니 평생 농촌과는 인연이 없을 줄 알았다. 그랬던 그가 귀농을 결심한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지금의 아내 때문이었다. 아내는 뉴질랜드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는 동안 만났다. 아내는 의성군 안사면 출신이다.
"2017년 장인 어른이 돌아가셨습니다. 아직 결혼 전이라 아내 혼자 장례식에 다녀왔는데 나중에 뜻밖의 제안을 하더군요. 함께 의성에 내려가자는 얘기였습니다. 도시에 오랜 동안 살고, 특히 귀농은 남자들만이 꿈꾸는 걸로만 알았는데, 의외였습니다. 그리고 이상하게 마음이 끌렸습니다."
2017년 10월 귀국한 그는 다음해인 2018년 아내와 결혼식을 올리고 의성군 안사면에서 농부로 인생 2막을 시작했다. '나홀로 귀농인'이 적잖은 귀농 현실에서 아내의 제안과 동행은 그에게 큰 힘이 됐다.

귀농 생활이라고 모든게 순탄하지는 않다. 귀농 후 적응을 하지 못해 한 두해만에 다시 도시로 떠나는 귀농 실패 사례가 적잖은 것도 현실이다. 그 역시 초짜 농부 생활은 쉽지 않았다. 하우스 안은 찜통같아 조금만 있어도 금새 지쳤다. 필요할 때 바로 배울 곳이 적어 농사나 농기계 다루는 법을 유튜브를 보고 배우기도 했다.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이나 정책이 있다는 사실도 나중에야 알았다.
처음부터 하나하나 배우는 자세로 발품을 팔자 이리저리 자신의 노하우를 알려주는 이들도 늘어났다. 다행히 의성에는 다양한 귀농·귀촌 커뮤니티가 잘 발달돼 있었다. 현재 그가 청년 부회장으로 활동하는 의성군 귀농귀촌연합회도 그런 커뮤니티 중 하나였다.
"귀농인 모임에는 다양한 직업에 종사했던 분들이 모여 있습니다. 농사에는 서툴지 몰라도 자신이 몸담았던 분야에선 전문가들이 많아 고장난 농기계를 고치거나 집을 수리하는 일은 금새 해결되곤 합니다. 어떤 문제를 두고 논의할 때도 더 다양한 시각에서 해결법이 나옵니다."
처음 하우스 3동에서 시작했던 이영우씨의 농사는 7년 만에 4동으로 늘었다. 1만평 크기의 논에서 벼 농사도 시작했다. 그에게 있어서 벼농사는 큰 발전이자 도전이었다. 처음에 심었던 가지뿐 아니라 멜론으로 재배작물을 다양화해 소득도 높였다. 지금은 하우스 4동 중 2동이 멜론이다.
그는 "멜론은 조금만 상처를 입어도 다음날 열매 자체가 물러지거나 상품성이 떨어지는 작물"이라며 "그래서 더 애착이 간다"고 했다. 재배 면적이 좀 더 늘어나면 자체적인 판매망을 만들어 온라인 판매도 시도해 볼 생각이다.
그는 "단시간에 귀농·귀촌을 결정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귀농 과정에서 그 스스로 겪었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그러면서 "다양한 커뮤니티를 통해 인간 관계를 만들고 적극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기자에게 꼭 할 말이 있다고 했다. "정부나 지자체의 귀농인 기준 5년은 너무 짧습니다. 5년이라고 해봐야 겨우 다섯 번의 농사를 지어봤는데, 한 명의 귀농인이 농업인으로 자리잡기에는 너무 부족한 시간입니다. 귀농인의 기준을 최장 15년으로 기간을 늘리고 단계별로 나눠 지원의 내용을 달리 할 필요가 있습니다."
류성욱 기자 1968plus@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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