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후계자, 6년 만에 지주사 복귀…올리브영 합병 속도내나
상법 시행 전 승계 마무리?…합병비율이 관건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이 6년 만에 그룹 지주사인 CJ에 복귀한다. 이 실장은 신설되는 미래기획실장을 맡아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진두지휘하게 된다. 재계에선 이번 지주사 복귀로 인해 이 실장의 승계 시계가 더 빨라질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승계의 키로 지목된 CJ올리브영의 기업공개(IPO)는 상법 개정으로 사실상 어려워진 가운데 지주사와의 합병이 유력한 승계 시나리오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합병비율을 놓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여지가 있어 CJ그룹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이 실장은 오는 9월 CJ제일제당에서 CJ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그는 신설되는 미래기획실장을 맡을 것으로 전해진다. 미래기획실은 그룹의 중장기 비전과 신규 성장엔진 발굴 업무를 수행하고 미래 관점의 전략적 시스템 구축을 담당하는 조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실장의 지주사 복귀는 2019년 이후 약 6년 만이다.
삼성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의 장손자이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 실장은 2013년 상반기 그룹 공채로 CJ제일제당에 입사했다. 2016년 바이오사업부문 관리팀장 겸 과장을 거쳐 2017년 CJ그룹 경영전략실 부장으로 일했다. 2019년 CJ제일제당으로 자리를 옮긴 뒤 2021년 CJ제일제당 글로벌비즈니스 담당 부장을 거쳐 2022년 10월부터 식품성장추진실장을 맡아 그룹의 글로벌 식품 사업을 이끌어왔다.
이 실장은 CJ제일제당에서 사업관리, 전략기획,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부서를 거치며 경영 전문성을 쌓아왔다. 특히 2019년 인수한 미 냉동식품기업 슈완스의 통합작업을 주도하며 미국 내 제품 유통망을 빠르게 확장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CJ제일제당의 'K푸드 세계화' 성공 사례는 하버드 경영대학원(Harvard Business School) 교재로도 채택됐다. 이 실장은 사례 연구 과정에 참여해 사업 현황과 성장 전략 등을 소개하며 "K푸드를 즐기는 것이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도록 '한국 식문화 세계화'를 더욱 가속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실장이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을 맡는 동안 CJ제일제당 해외 매출 비중은 2022년 47%에서 지난해 49.2%로 높아졌다. 햇반과 비비고, 냉동치킨 등 제품의 해외 인지도가 높아졌고, 미국, 유럽, 오세아니아, 일본 등 진출 국가도 다각화됐다. 이 실장의 이번 지주사 복귀는 CJ제일제당을 글로벌 식품 사업을 궤도에 올려놓은 성과를 인정받은 결과라는 것이 업계의 해석이다.
재계에선 이번 인사를 단순한 경영 수업을 넘어서 승계 프로젝트가 구체화되는 변곡점으로 바라보고 있다. 일각에선 승계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상법 개정 때문이다. 지난 25일 국회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2차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 집중투표제 도입을 의무화하고, 다른 이사와 분리해 선출하는 감사위원 수를 기존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게 핵심이다. 이는 기업의 주요 의사 결정을 주도하는 이사회와 경영진을 감시·감독하는 감사위원회 내에 일반 주주가 지지하는 이사 및 감사위원을 앉히기 위한 조처다.
주주 보호 방안이 강화된다는 것은 향후 이 실장의 승계 과정에서 주주들의 문제 제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이런 이유로 상법 개정이 본격 시행되기 전에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개정 상법은 공포 1년 뒤 시행된다.

합병비율에 국민연금까지 신경 써야
유력한 대안은 지주사 CJ와 CJ올리브영의 합병이 꼽힌다. 수년 전만 하더라도 재계에선 이 실장이 CJ올리브영의 기업공개(IPO)를 통해 확보한 실탄을 토대로 지주사 지분을 매입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이 실장은 CJ 보통주 3.20%를 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시나리오를 추진하기 어려워졌다. 지난 7월 1차 상법 개정으로 인해 중복 상장이 문제가 될 소지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사진의 충실 의무 대상이 주주까지 확대된 상법으로 인해 상장을 추진할 경우 주주 충실의무 위반으로 처벌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 결과 CJ의 CJ올리브영 흡수합병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CJ올리브영은 이미 합병 사전작업에 나섰다는 평가다. 지난해 CJ올리브영은 2020년 사모펀드(PEF) 글랜우드 프라이빗에쿼티에 넘겼던 CJ올리브영 지분 22.56% 가운데 절반인 11.28%를 자사주 형태로 사들였다. 나머지 절반은 신한은행과 신한투자증권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한국뷰티파이오니어가 매입했다. 당시 CJ올리브영은 한국뷰티파이오니어가 보유한 지분 11.28%를 3년 내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 계약을 맺었다. 이후 1년 만인 지난 3월 한국뷰티파이오니어의 지분마저 매입하면서 CJ올리브영의 자사주 지분은 22.58%로 늘어났다.
현재 CJ올리브영의 최대주주는 CJ(51.15%)다. 이어 이 실장과 이 실장의 누나인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이 각각 11.04%, 4.21%를 들고 있다. 자사주까지 포함하면 CJ 오너일가가 99%가 넘는 지분을 보유 중인 셈이다. 향후 CJ올리브영이 자사주를 소각할 경우 이 실장의 지분은 14%가 넘어선다.
관건은 흡수합병 비율이다. 이 실장이 CJ 지분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기 위해선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를 최대한 높여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CJ 주주들의 지분 희석이 발생할 수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CJ 지분 13.48%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입장도 중요하다. 기업가치 훼손과 주주 권익 침해를 지적하며 반대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가 주주 권익 확대라는 점에서 합병비율 산정 과정에서 CJ그룹의 고심이 깊어질 것"이라며 "CJ그룹은 CJ올리브영의 실적 확대를 통해 기업가치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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