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검정고무신’ 저작권소송 1심 뒤집고 “출판사가 유족에 배상”

만화 ‘검정고무신’의 출판사가 그림작가 고 이우영씨의 유족에게 4000여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유족 측이 출판사에 74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했던 1심 결론을 사실상 뒤집은 판결이다.
서울고법 민사4부(재판장 김우진)는 28일 스토리업체 형설앤과 장모 형설퍼블리싱 대표가 이씨 유족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장 대표와 형설앤은 공동으로 이씨 유족에게 총 4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또 재판부는 이씨와 출판사가 맺은 계약 효력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인했다. 출판사 측이 검정고무신 캐릭터를 사용해선 안 된다고도 명령했다.
‘검정고무신’은 1990년대 국내 인기 만화로 이씨가 그림을 그리고 이영일 작가가 스토리를 썼다. 이씨는 생전 자신이 그렸던 검정고무신 캐릭터 사업화를 위해 2008년 장 대표와 그룹 산하에서 캐릭터 사업을 맡았던 형설앤과 세 차례 사업권 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지분 배분 이후 3차 사업권 설정계약을 하면서 ‘검정고무신 원저작물 및 그에 파생된 모든 이차적 사업권’이 포함됐다. 앞선 1·2차 계약서엔 계약기간 5년으로 명시됐었지만 이 계약엔 기간을 따로 명시하지 않았다.
이후 이 작가는 ‘검정고무신’ 캐릭터가 나오는 만화책을 그렸는데, 출판사는 2019년 11월 이 작가가 계약을 어기고 부당하게 작품 활동을 했다며 2억8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 작가도 2020년 7월 이에 맞선 소송인 반소(저작권 침해금지 청구 소송)를 제기했다.
이씨 측은 저작권 일부를 장 대표에게 양도했음에도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했다면서 오히려 원작자인 자신이 캐릭터를 활용한 작품 활동에 제한을 받게 됐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계약 자체를 무효화해 달라고 주장했다.
반면 출판사 측은 이씨가 ‘검정고무신 관련 모든 창작 활동은 출판사 동의를 받게 돼 있는다’는 계약서 내용을 어겼다고 밝혔다. 이씨 측도 2020년 7월 맞소송(반소)을 걸었다. 이씨는 이 분쟁으로 고통을 호소하다 지난 2023년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심은 이씨와 출판사가 맺은 기존 저작권 계약이 유효하다고 판단하고, 이씨 측이 장 대표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유족 측이 출판사 측에 74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날 재판부는 이씨 측이 청구한 계약 해지는 받아들였다. 계약은 이날로 해지되며 출판사는 검정고무신 캐릭터를 더는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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