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 먹으면 뇌 젊어져”…과학이 입증하다 [건강한겨레]

김보근 기자 2025. 8. 28.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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룩셈부르크 연구진, ‘뇌 노화 시계’ 모델로 입증
강황 속 커큐민 등 478개 뇌 노화 방지 물질 발견
맥주 원료인 홉과 땅콩·베리류도 ‘젊은 뇌에 효과’
“카레를 많이 먹으면 뇌가 젊어진다”는 사실이 룩셈부르크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룩셈부르크 시스템 생물의학센터(LCSB)의 안토니오 델 솔 박사 연구팀은 최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노화된 뇌를 되돌릴 수 있는 478개 물질을 찾아냈는데, 그 중 하나가 카레의 주원료인 강황에 많이 들어 있는 ‘커큐민’이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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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를 자주 먹으면 뇌가 젊어진다.”

이 말은 미신이나 주술이 아니라 과학적 연구의 결과에 기초한 것이다. 룩셈부르크 시스템 생물의학센터(LCSB)의 안토니오 델 솔 박사 연구팀은 최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노화된 뇌를 되돌릴 수 있는 물질을 찾아냈는데, 그중에는 커큐민(curcumin)이 포함돼 있었다. 강력한 항염증 및 항산화 기능을 가진 커큐민은 강황(curcuma)의 주성분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강황은 카레의 주 재료다.

연구팀은 20살에서 97살 사이 778명의 건강한 성인의 뇌 조직에서 발견된 유전자 발현 패턴을 바탕으로 새로운 ‘뇌 노화 시계’라는 모델을 개발한 뒤, 이를 적용하여 뇌를 회춘시킬 수 있는 화합물 478개를 찾아냈다.

역사적으로 많은 과학자들이 뇌를 회춘시키는 물질을 연구해왔다. 예를 들어, 뇌 노화와 관련이 있는 특정 단백질의 생성을 억제하는 물질들을 찾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각각의 물질을 대상으로 노화 관련 시험을 하려면 수많은 실험과, 오랜 시간, 막대한 인건비가 필요하다.

룩셈부르크 연구진은 ‘노화 시계’라는 모델을 통해 이 부분을 상당히 해결했다. 778명의 뇌 조직을 이용해 먼저 ‘노화 시계’라는 모델을 만든 뒤, 여기에 여러 물질을 대응시킴으로써, 비용과 시간, 인건비를 줄이게 된 것이다.

핵심은 전사체학(Transcriptomics)을 뇌 노화 시계를 만드는 수단으로 사용했다는 점이다. 전사체학은 세포나 조직에서 발현되는 모든 RNA의 총체, 즉 ‘전사체(transcriptome)’를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DNA에 담긴 유전 정보가 어떤 유전자가, 얼마나, 언제 발현되어 RNA 형태로 나타나는지를 분석하여, 세포나 유기체의 기능을 이해하는 데 활용됩니다.

연구진은 이를 활용하여 뇌의 노화가 진행되는 단백질의 총량이 항 노화 예비물질을 투입할 때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주목했다. 그리고 수 많은 물질을 투입한 뒤 뇌 조직의 회춘에 효과가 있는 화합물 478개를 찾아냈다.

그리고 이 물질들 중 상위 3개의 후보 물질인 5-아자시티딘, 트라닐시프로민, JNK-IN-8을 쥐에 투여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늙은 쥐의 불안감이 줄어들고, 공간 기억력이 개선됐으며, 유전자 활동이 젊은 뇌 수준으로 회복되는 결과가 관찰됐다. 5-아자시티딘(azacytidine)은 DNA 메틸화 억제제이며, 트라닐시프로민은 비정형 우울증을 포함한 주요 우울 장애를 치료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FDA 승인을 받지 않은 약물인 JNK-IN-8은 인체에서 염증의 시작과 증폭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JNK 단백질을 강력하게 억제한다. 연구진은 자신들의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5-아자시티딘, 트라닐시프로민, JNK-IN-8’ 복합물 등을 인간이 복용할 수 있도록 임상실험 등을 진행할 경우, 최종적으로 FDA의 승인을 얻으려면 10~15년의 시간이 들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10~15년이라는 긴 시간을 무작정 기다리고만 있지 않아도 된다. 연구팀이 뇌 노화를 억제할 수 있다고 밝힌 물질 중 일부가 이미 건강기능식품이나 식재료의 형태로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강황 속에 들어 있는 ‘커큐민’도 그중 하나다. 연구진은 또 레스베라트롤 (Resveratrol)과 잔토후몰 (Xanthohumol)도 커큐민과 비슷한 노화 억제와 뇌 재생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강황에 들어 있는 커큐민은 강황차나 강황이 들어간 카레를 통해 흡수할 수 있는 반면, 레스베라트롤은 포도껍질, 베리류, 땅콩에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포 노화를 늦추고 개체의 수명을 연장하는 역할을 하는 단백질인 시르투인(SIRT1) 효소를 활성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잔토후몰은 맥주 원료인 홉(Hop)에 들어 있는 성분이다. 강력한 항산화 및 항염 작용을 하며 신경세포 보호 기능을 가지고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알코올화하지 않은 홉 추출물’로 먹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

커큐민이 들어 있는 강황은 수천 년 전부터 음식 재료나 전통의학 약재로도 많이 사용되어 왔다. “당신이 먹는 것이 바로 당신의 뇌를 만든다”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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