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사육당할 것인가, 스스로 자랄 것인가?

방민준 2025. 8. 28.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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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내용과 관련 없는 참고 사진입니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하지 마십시오.)

 



 



[골프한국] 인도의 성자로 불리는 오쇼 라즈니쉬의 『지혜로운 자의 농담』에 실린 다음의 우화는 정신적 굴레의 속성을 보여준다.



 



14년 동안 전신마비로 걷지 못하고 누워만 지낸 한 중풍 환자가 있었다. 어느 날 집에 불이 났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빠져나왔으나 그는 불난 집에 갇혔다. 불길이 점점 드세어지자 그는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자신이 걷지 못하는 중풍 환자라는 사실을 잊고 벌떡 일어나 집 밖으로 뛰어나갔다. 불타는 집에서 달려 나오는 그를 보고 사람들이 놀라 소리 질렀다. "잠깐! 당신은 중풍환자가 아니냐?" 이 소리를 들은 그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이 우화는 인간이 갖고 있는 대부분의 병이 육체적인 것 못지않게 마음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마음이 병을 잊어버리면 어떤 약보다도 더 빨리 그 병을 사라지게 할 수 있고 마음속에 병을 담고 씨름하면 병의 증세는 더욱 악화할 따름이라는 가르침이다.



 



1950년대에 실제 있었던 일이다. 영국의 컨테이너 운반선 한 척이 스코틀랜드의 한 항구에 닻을 내렸다. 포르투갈 산 포도주를 운반하는 배였다. 한 선원이 짐을 다 부렸는지 확인하려고 냉동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 그가 안에 있는 것을 모르고 다른 선원이 밖에서 냉동실 문을 닫아버렸다. 안에 갇힌 선원은 소리치며 벽을 두드렸지만 다른 선원은 이미 자리를 떠났고 배는 포르투갈을 향해 출항했다.



 



냉동실 안에 식량은 충분히 있었다. 그러나 선원은 쌓인 식량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컨테이너 안에 있던 쇳조각으로 냉동실 벽에 자신이 겪은 고난의 이야기를 날짜별로 적어나갔다. 그는 죽음에 이르는 과정과 고통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냉기가 코와 손가락과 발가락을 꽁꽁 얼리고 몸을 마비시키는 과정, 언 피부가 고통을 주는 과정을 묘사했다. 자기의 온몸이 조금씩 굳어지면서 얼음덩어리로 변해 가는 과정을 기록했다.



 



배가 리스본에 도착하고 냉동 컨테이너의 문을 연 선장은 죽어있는 선원을 발견했다. 선장은 벽에 꼼꼼하게 새겨놓은 선원의 일기를 읽었다. 그러나 정작 선장이 놀란 것은 일기 내용이 아니라 컨테이너 안의 온도계가 섭씨 19도를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온도라면 쾌적한 온도였다. 컨테이너 안에는 곡물 외에 다른 화물이 없어 스코틀랜드를 출항할 때부터 냉동장치는 작동시키지 않았던 것이다. 그 선원은 스스로 컨테이너의 냉동장치가 작동하고 있다고 착각, 컨테이너 안이 영하라고 생각해 추위를 느꼈고 끝내 죽음에 이른 것이었다. 그는 자기만의 상상 때문에 죽음을 자초한 것이었다. (『개미』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중에서)



 



인간의 상상력이란 불가사의한 초능력과 함께 엄청난 파괴력을 발휘한다.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때 징크스가 되지만 거부하고 저항하는 사람에겐 징크스는 무릎을 꿇는다.



 



모든 골퍼가 타이거 우즈나 어니 엘스 같은 스윙을 터득할 수는 없다. 타고난 소질, 신체 조건, 연습 방법, 연습량이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으로 태어나면 그 즉시 자기만의 지문을 갖게 되듯 골프채를 잡으면 역시 그만의 스윙 자세, 골프관을 갖게 된다. 즉 자기만의 '골프 개성'을 갖게 된다. 처음 골프를 배울 때는 누구나 훌륭한 프로골퍼를 모델로 삼아 이상적인 스윙을 배우려 애를 쓰지만 타이거 우즈나 어니 엘스, 프레드 커플스, 비제이 싱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처음 골프채를 잡는 사람은 대부분 제대로 배우면 명품 스윙을 따라 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잘 팔리지 않는 레슨프로들이 한몫을 한다. 그들은 배운 지 며칠 지나지 않아 '골프 천재' '골프 신동' '프로로 나가야겠다'는 등의 칭찬으로 초보자들의 마음을 휘어잡는다. 자신에게 열심히 배우면 얼마든지 좋은 스윙을 터득해 먼저 골프에 입문한 선배들을 혼내 줄 수 있다고 장담한다.



 



이런 감언이설(?)에 넘어간 초보자들은 레슨프로의 가르침을 철칙으로 받아들인다. 혼자 걸을 생각은 않고 오로지 레슨프로의 가르침에 매달린다. 때때로 내 식대로 해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도 꾹꾹 누르고 스승의 가르침에 복종한다.



 



훌륭한 스승이라면 고기를 대신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게 옳다. 처음 걸음마를 배울 때 옆에서 지켜보고 잡아주기도 하지만 옳은 가르침이란 혼자서 서서 걷고 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스스로 깨우쳐 앞으로 나갈 수 있는 동기 또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스승의 역할이다.



 



레슨프로 의존도가 높은 골퍼들의 공통점은 레슨을 중단하면 급격히 골프가 무너진다는 것이다. 장기간 레슨을 받는데도 눈에 띄는 진전이 별로 없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사육 받는 골퍼'의 특징이다. 



 



모든 인간이 자신만의 신체조건과 정신세계를 갖고 있듯 자기만의 운동감각과 생체리듬을 갖고 있다. 골프를 제대로 즐기려면 이미 자기 것으로 굳어진 자기만의 골프 감각과 리듬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자생력 있는 골퍼'를 터득해야 한다는 말이다.



 



가수가 리듬을 잃으면 노래를 망친다. 씨름선수가 삽바를 놓치면 모래바닥에 먼저 눕는다. 마라톤선수가 자기 페이스를 지키지 않고 앞선 선수를 쫓다간 결정적인 순간에 쏟을 힘이 없다.



내 꿈은 내가 꾼다. 내 골프는 남이 아닌 내가 한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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