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로 뻗는 韓 조선… 남미·동유럽 실패 전례 극복할까
美 임금 높아 견습생이 年 5만 달러
AI·로봇·CCTV로 생산성 높일 계획
국내 조선 업체들이 잇따라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가운데, 기대와 함께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한미 조선 협력에 따라 신규 선박 수주나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Maintenance, Repair, Overhaul)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과거에도 국내 조선사가 해외에 진출했다가 실패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조선 업체인 HD현대·삼성중공업·한화오션은 모두 미국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말 필리조선소를 인수해 미국에서 선박을 건조하고 있고, HD현대도 현지 투자사인 서버러스 캐피털과 손잡고 현지 조선소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특수선 사업부가 없는 삼성중공업은 미 해군 MRO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미국 비거 마린 그룹과 조선소 현대화·운영 노하우 전수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세 업체 모두 마스가(MASGA·Make America Shipbuilding Great Again·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에 맞춰 현지 조선업 생태계 재건에 나섰다.
미국은 2034년까지 국적 상선 규모를 250척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함정 MRO 시장은 연간 20조원 규모로 추정돼 한미 조선 협력이 강화되면 한국 업체의 일거리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존스법(Jones Act)‘과 ‘번스-톨레프슨법(Byrnes-Tollefson Act)’ 등으로 자국 조선업을 보호하고 있어 현지 진출이 필요하기도 하다.
하지만, 국내 조선 업계가 해외 생산 기지 구축에 실패한 여러 전례가 있는 만큼 미국 진출의 위험성도 상당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국은 그동안 진출했던 다른 나라와 달리 인건비가 비싼 고비용 구조다.
한화오션은 필리조선소 근로자들에게 기본 시급으로 23달러 10센트를 지급해 가장 임금이 낮은 견습생도 연간 5만달러(약 7000만원)가 넘는 임금을 받는다. 시급은 6개월마다 인상된다. 이 때문에 생산성을 높이지 못하거나 조선업 불황이 오면 높은 임금 구조를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
삼성중공업은 2006년 아틀란티코(ATLANTICO) 컨소시엄과 포괄적 협력 계약을 체결해 브라질 수아페 지역에 조선소를 설립했다. 이후 브라질 기업의 신조 발주로 약 4조5000억원에 이르는 수주 잔액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술 이전에 난항을 겪으면서 기술력 부족으로 수주한 선박의 인도 지연이 잦았고, 건조된 탱커선이 출항 이후 기울어져 되돌아 온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삼성중공업은 경영난으로 6년 만에 브라질에서 철수했다.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역시 1997년 루마니아 망갈리아에 조선소를 설치해 한때 20억 달러에 가까운 연간 수주 금액을 달성하기도 했으나 원자재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조선업 불황기에 저가 수주를 늘리면서 경영이 어려워져 2018년 네덜란드 기업에 매각됐다.
한진중공업(현 HJ중공업)도 2009년 2조원을 들여 필리핀 수빅 조선소를 완공했으나 2019년에 매각했다. 한진중공업은 인건비가 낮은 수빅조선소를 중심으로 상선을 건조하면서 한때 수주 잔량 기준 세계 10위까지 올랐으나, 2014년부터 이어진 조선업 불황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매각했다.
국내 조선 업계는 이런 시행착오가 미국 시장에서도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미국은 조선업 생태계가 망가졌는데, 숙련공이 없어 기술 이전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또 조선업은 경기 흐름을 타는 업종이라 지속적인 일감 확보가 이뤄지지 않으면 경영난에 빠질 수 있다.
국내 조선 업계는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자동화 기술을 최대한 적용해 생산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한화오션은 국내에 적용하기 어려웠던 폐쇄회로(CC)TV를 필리조선소에 설치해 생산성을 높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3D프린터를 사용해 핵심 부품을 자체 조달하고 증강현실(VR) 기술을 근로자 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업황 부진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미국 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지속적으로 일감을 확보해야 투자 이익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의 함정 시장 개방 수준에 맞춰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국내 조선 업계는 미 해군 함정 전체 시장 규모를 2034년 약 502조원으로 추정하고 수주할 수 있는 규모는 약 21조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는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이 소형 수상 전투함·군수 지원함·전투 보급함 등인데, 현지 조선소를 통하면 잠수함·대형 전투함까지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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