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음모론’ 케네디와 갈등…미 질병통제센터장 한달 만에 경질

정유경 기자 2025. 8. 28.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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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수전 모나레즈 신임 국장이 취임 한달만에 경질됐다.

미국 백악관은 27일 밤(현지시각) 케네디 주니어 장관과 갈등을 빚은 모나레즈 질병통제예방센터 국장을 해임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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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5일 수전 모나레즈 질병통제예방센터 국장 지명자가 미국 워싱턴디시 의사장에서 열린 상원 상원 보건·교육·노동·연금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수전 모나레즈 신임 국장이 취임 한달만에 경질됐다. 예방접종을 축소하려는 ‘백신 음모론자’인 로버트 에프(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과의 갈등 끝에 공개적으로 해임된 것이다.

미국 백악관은 27일 밤(현지시각) 케네디 주니어 장관과 갈등을 빚은 모나레즈 질병통제예방센터 국장을 해임했다고 밝혔다. 감염병 연구자 출신인 모나레즈 국장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의 인준을 거쳐 임명되었지만, 최근 케네디 주니어 장관의 사임 압박에 시달려 왔다고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이 보도했다. 이날 먼저 보건복지부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모나레즈 국장은 더 이상 국장이 아니라고 밝혔고, 이에 모나레즈 국장이 사임을 거부하자 밤 늦게 백악관이 케네디 주니어 장관 편에 선 것이다. 질병통제예방센터 국장을 해임할 권한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아닌 대통령에게 있다.

모나레즈 국장은 보건복지부의 해임 발표에 반발하며 “케네디 장관이 비과학적이고 무모한 지시를 내리며, 보건 전문가들을 해고하라고 강요했다”며 “정치적 이득을 위해 공중 보건을 무기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펼쳐 온 케네디 장관은 취임 뒤 백신자문위원회 위원을 모두 해고하고, 엠알엔에이(mRNA) 백신 연구 자금을 끊었으며, 어린이의 필수 의무접종 일정을 재조사하라고 명령하는 등 반과학적인 행보를 펼쳐 왔다.

국장이 해임당하면서 질병통제예방센터의 고위 간부 4명도 집단 사표를 냈다. 이들은 코로나19 등 핵심 방역 정책을 이끌던 인물로, 전문가들이 대거 이탈해 질병통제예방센터의 감염병 대응 역량이 크게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달만에 수장이 해고되고 수뇌부들도 대거 퇴진하자 질병통제예방센터는 큰 충격에 빠졌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질병통제예방센터는 거듭 수난을 겪고 있다. 예산이 삭감됐고, 수백명의 직원이 해고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조처에 공개 반대서한을 낸 직원 수십명은 강제휴직을 당했다. 지난 8일엔 백신 음모론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애틀랜타에 있는 질병통제예방센터 본부 건물에 총격을 퍼부어, 경찰 1명이 숨지는 사고도 있었다.

보건 전문가들은 이번 해임과 집단 사퇴가 단순한 인사 문제를 떠나 공중 보건기관이 제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번에 사표를 낸 질병통제예방센터 산하 국립면역호흡기질환센터의 디미트리 다스칼라키스 소장은 “보건 결정에 대한 과학적 논의를 펼칠 수 없는 조직에서 더 이상 일할 수 없다”며 “케네디 장관은 과학자들의 말을 듣지 않고 있다. 정치 유권자 지지층을 만족시키겠다는 욕망 탓에 취약한 어린이·성인들이 죽거나 아프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윌리엄 포지 전 질병예방센터국장은 “케네디 장관의 행보가 바이러스만큼 치명적”이라고 경고했다.

보수층을 중심으로 백신 음모론이 만연한 가운데, 미국의 예방접종률은 크게 떨어졌다. 접종률 감소로 인해 집단면역이 저하하며, 2000년 홍역 박멸을 선언했던 미국에서 2025년 대규모 홍역 확진자가 발발하는 등 최악의 상황을 겪고 있다. 26일 기준 질병통제예방센터가 집계한 올해 홍역 발병 건수는 모두 1408건으로, 확진자 중 92%가 필수 접종인 홍역·볼거리·풍진(MMR) 백신 미접종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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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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