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방어권 안건 수용?…이숙진 인권위원 “수사기관 원론 답변 과장”

“형사법 원칙을 지킨다”는 수사기관의 원론적 답변을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윤석열 방어권 권고’를 수용한 것처럼 과장했다는 비판이 상임위원회에서 제기됐다. 이 자리에서는 또 정신장애인의 회복을 위한 동료지원인 제도 이행 관련 의견표명을 놓고 “국정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라는 취지의 발언도 나왔다.
인권위는 28일 오전 제22차 상임위원회를 열고 ‘북한 장애인 인권보호를 위한 제도개선 권고’와 ‘동료지원인제도의 효과적 이행을 위한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 개정에 대한 의견표명’ 등의 안건을 공개 심의했다.
이날 상임위가 시작하자마자 이숙진 상임위원은 전날 전원위원회에서 보고안건으로 처리된 ‘윤석열 방어권 권고 수용여부 보고 안건’(계엄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관련 인권침해 방지 대책 권고 및 의견표명 수용여부 보고의 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 상임위원은 “헌법재판소장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5형사부, 중앙지역군사법원 재판부에 대한 인권위의 (윤 방어권 관련) 의견 표명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이에 대한 이행 여부가 점검되지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날 안창호 위원장은 당시 가장 중요한 의견표명 대상이었던 헌법재판소 등 사법기관의 수용 여부와 관련해 “단순히 우리가 의견 표명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용 여부에 대한 반응이 없다”고 발언했으나,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 상임위원은 이어 “인권위법 제25조 5항에서는 의견 표명에 대해서 ‘의견의 이행 실태를 확인 점검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다. 즉 의견 표명이라고 해서 이행 실태 확인과 점검, 그리고 이에 대한 공표가 아예 불가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이 이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하자 이석준 사무총장은 “의견표명은 회신 의무가 없지만, 입법이 필요한 사항이나 추후 팔로우업이 필요한 사항들은 담당 부서에서 확인한다”고 말했다.
전날 인권위는 조사총괄과장 보고를 통해 지난 2월10일 전원위에서 의결된 ‘윤석열 방어권 보장 권고’에 대해 “대검찰청 등 5개 수사기관(대검찰청,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국가수사본부, 국방부 조사본부, 국방부 검찰단)이 수용 의사를 회신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상임위원은 “5대 수사기관의 수용 내용은 일반적인 형사법 원칙을 지킨다는 원론적 내용이었다는 점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이들 수사기관에 “계엄 선포와 관련된 범죄 수사에 있어서 형사법의 대원칙인 불구속 수사 원칙을 유념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회신 내용을 보면, 인권위의 권고를 따른다기보다는 “인권보호수사규칙 및 체포·구속 업무 처리 지침 준수” 등 보편적인 수사원칙을 밝힌 것이었다. 권고 결정문에서도 수사기관에 대한 비중은 매우 작았다.
이숙진 상임위원은 또 “결론적으로 헌법재판소는 4월4일 탄핵 심판을 통해서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했고, 군사 법원은 구속 수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제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계엄이라고 하는 엄중한 사건을 놓고 헌재와 군사법원에 대해서 그것도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던 윤석열 대통령을 적시해서 인권위 입장을 표명한 것과 다른 탄핵 인사들과 달리 유독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 대해 조속히 각하할 것을 의견 표명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상임위에서 김용원 상임위원은 ‘동료지원인제도 관련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 의견표명’과 관련 “(시행규칙이 만들어지기도 전에) 인권위가 이렇게 국정의 모든 분야에 개입해서 선도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가르치려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의결 반대입장을 밝혔다. 이충상 전 상임위원이 사직한 뒤 3명 체제의 현 상임위 구조에서는 한 명만 반대해도 안건 의결이 불가능하다. 안창호 위원장이 “의견표명 필요성을 보완해서 재상정하겠다”고 하자 김 상임위원은 “저는 그 생각을 바꿀 의사가 없다고 미리 말씀을 드린다”고 못 박았다.
동료지원인제도는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인 삶을 영위하도록 하는 지원제도로, 2024년 정신건강복지법에 법적 근거가 마련된 이후 보건복지부는 올해 하반기 시행규칙을 만들 예정이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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