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속아서 돈 보냈어도 은행이 전액 배상'..보이스피싱 특단 대책, 왜

금융회사 등이 보이스피싱 피해액의 일부 혹은 전부를 의무배상하는 대책이 나온 이유는 피해규모가 올해만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영국은 최근 1억6000만원(8만5000파운드) 한도로 금융회사의 무과실 책임배상을 세계 최초로 의무화했다. 피해자 탓만 할 게 아니라 금융회사·통신사가 피해예방에 적극 나서도록 한 특단의 조치지만 금융권의 반발,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 우려가 제기된다.
종합대책에 포함된 '금융회사 등의 무과실 책임배상 법제화'가 가장 파격적이다. 금융회사의 과실 유무와 상관없이 보이스피싱 피해액의 일부 혹은 전부를 금융회사 등이 의무적으로 배상하라는 내용이다. 딥페이크·음성변조 등 AI(인공지능)기술을 활용하거나 개인정보를 탈취해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지배하는 등 범죄 수법이 고도화 돼 개개인의 주의·노력만으로 문제 해결을 할 수 없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FDS(이상거래탐지시스템) 등 전문성·인프라를 갖춘 금융회사 등이 책임 지고 피해 예방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다.
무과실 책임배상은 여신전문금융업법과 전자금융거래법 등 2개 법에도 적용 중이다. 카드 분실시 카드사가 금융사고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했고(여전법), 해킹 등의 금융사고 발생시 전금업자에 배상 책임(전금법)을 지웠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는 '통신사기피해 환급법'에 따라 범죄에 연루된 계좌에 잔액이 남은 경우만 환급 가능하다. 지난 2024년 금융권의 '비대면 금융사고 책임분담' 시행으로 최대 50%까지 은행이 자율배상하고 있지만 배상액이 총 1억6000만원에 그쳤다. 악성문자 등에 포함된 링크(URL)를 잘못 눌러 휴대폰에 저장된 개인정보 등이 털리고 제3자가 송금·이체한 경우만 배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발생한 피해액의 대부분은 이같은 제3자 송금보다는 본인이 속아서 직접 자금을 이체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무과실 배상책임이 법제화 하면 제3자 송금 뿐 아니라 피해자가 범죄자에 속아 직접 자금을 이체한 경우도 배상이 이뤄진다. 금융위원회는 구체적인 배상한도나 방식 등은 영국과 싱가포르 등 해외 사례를 참고하겠다고 밝혔다.

싱가포르는 금융회사 뿐 아니라 통신사도 공동책임을 지웠다. 소비자가 피싱링크를 통해 정보가 털려 피해를 당하면 전액 배상 받을 수 있다. 배상 방식은 '폭포수 접근법'에 따라 은행-통신사-소비자 순으로 상위 순위의 기관이 주요 책임을 위반했다면 해당 기관이 전적으로 배상한다. 다만 본인이 직접 송금한 경우에는 구제하지 않는다.
금융위는 은행권 등과 배상한도와 방법 등 논의를 시작했다. 일부 은행이 '무료 보이스피싱 보상보험'에 따라 1인당 1000만~2000만원 한도의 보상을 하는 만큼 1000만원 이하로 무과실 책임배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올해 피해액이 1조원대로 예상되는 만큼 1000만원 한도의 배상이 이뤄지면 은행 부담은 대폭 늘어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에 무차별적인 책임 전가가 될 수 있다"며 "제도 도입 취지는 공감하지만 은행권의 입장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실제 실행되기까지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고 유예 기간도 주어질 것"이라며 "금융회사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조율하는 과정을 거쳐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럴해저드 문제도 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인 것처럼 속여 금융회사에 거액의 배상을 요구할 수 있어서다. 금융위 관계자는 "모럴해저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피해자는 반드시 경찰의 피해자 입증 서류를 받아 배상을 청구하도록 절차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김도엽 기자 us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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