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현장 출동하는 경찰… "자살대응 전담조직 검토해야"
[편집자주] 매년 우리나라 국민 1만1000여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2011년 자살예방법을 제정해 국가 차원의 대응에 나섰지만, 'OECD 자살률 1위' 오명은 계속된다. 자살을 막는 안전망은 체계적인 시스템 부재, 예산·인력 부족, 각종 칸막이 탓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자살예방 현장에선 "자살 문제를 사실상 방치한 상태"라는 토로가 쏟아진다. 머니투데이는 현황-원인-대안 3편에 걸쳐 자살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자살예방 개선책을 제시한다.

자살 문제 대응을 강화하려면 자살시도 현장에 출동하는 경찰에 '자살대응과' 같은 전담 조직을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국에 촘촘한 조직망을 갖춘 경찰력을 활용해 자살위험신호를 인지한 직후부터 대응하자는 취지다.
28일 경찰에 따르면 전국 259곳 경찰서에는 생명존중협력관이 1명씩 근무하며 자살 대응 업무를 맡고 있다. 생명존중협력관은 생활질서계 소속으로 다른 업무를 겸직한다. 전국 시·도경찰청 18곳은 자살시도자를 현장에서 설득 및 구조하는 위기협상팀을 운영한다. 이들 역시 대테러 업무를 함께 맡는다.
경찰은 자살시도와 자살 사건 현장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자살자 발견 시 수사 후 변사 사건을 종결하는 권한이 있다. 112 신고는 자살위험신호를 인지하는 주요 통로이고, 자살시도자 구출에 물리력이 필요할 경우 경찰관이 투입된다. 시도자를 응급입원시키려면 경찰관 동의가 필요하기도 하다.
하지만 자살대응은 경찰의 대표적인 기피업무다. 자살 관련 사건 처리는 실적에 잡히지 않고, 응급입원 처리 과정에서 대상자 또는 가족이 경찰관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는 경우도 많아서다. 자살대응 노하우와 같은 업무 경험이 전파되지 못하고 사장되는 이유다.
역할이 많지만 현행 경찰 체계에서 '자살'이 들어간 전담 조직은 전무하다. 자살대응을 지휘 또는 총괄하는 부서가 없어 자살대응 업무 강도, 관련 통계도 정리된 게 없다. 관련 예산도 0원이다. 경찰 역시 국가 차원의 자살률 하락 노력에 동참하려면 전담 조직과 예산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서울 서초경찰서의 '자살기도자 특화 위기협상 전문요원' 같은 자살시도 현장 대응 조직부터 확대할 필요가 있다. 서초서는 관내 급증하는 자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달 전국 최초로 전문요원 양성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현장 대응 조직을 시작으로 보건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와 같은 전담 부서를 본청과 시·도경찰청에 신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는 경찰에 단순 치안 업무가 아니라 민생과 생명을 지키는 일에 더 많은 역할을 맡길 바라고 있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이 경찰 전담 분야가 아닌데도 관련 조직이 신설된 만큼, 자살도 정부 기조에 따라 경찰에서 조직을 구성할 수 있는 환경은 마련됐다"고 말했다.

일선서에서도 자살대응 강화 필요성에 공감했다. 서울 한 경찰서장은 "경찰청 내에서 전문적으로 대응하는 조직이 신설될 필요성은 있다"며 "아무리 못해도 경찰청 내에 위기협상요원들을 관리하는 담당자 정도를 둘 순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서장은 "서초서 위기협상전문요원 양성 프로그램이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게 우선"이라며 "그 이후에 담당 과 신설 여부를 논의하는 게 자연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경찰에 자살대응 조직이 꾸려지면 자살예방 기초센터의 업무 부담이 줄어 사례 관리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동욱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회장은 "정신건강복지센터 직원이 자살 시도자를 돕는데 한계가 있는 영역이 있다. 공권력이 없어 직원이 도리어 위험한 상황도 겪는다"며 "경찰 내부에 자살예방계 등 부서가 생기고 전문성 교육도 병행되면 센터 현장에서 업무 부담을 더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강준 기자 Gjlee1013@mt.co.kr 박상혁 기자 rafand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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