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 치료·상담해야 사람 살린다… "자살고위험군 찾아 가야"
[편집자주] 매년 우리나라 국민 1만1000여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2011년 자살예방법을 제정해 국가 차원의 대응에 나섰지만, 'OECD 자살률 1위' 오명은 계속된다. 자살을 막는 안전망은 체계적인 시스템 부재, 예산·인력 부족, 각종 칸막이 탓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자살예방 현장에선 "자살 문제를 사실상 방치한 상태"라는 토로가 쏟아진다. 머니투데이는 현황-원인-대안 3편에 걸쳐 자살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자살예방 개선책을 제시한다.

응급입원 요건 완화와 찾아가는 상담 등 자살 고위험군에 대한 보다 적극적 조치 필요성이 제기된다. 경찰과 병원 응급실에서 자살시도자를 발견하더라도 적극적 치료와 상담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자살시도 직후 다시 자살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자살시도자를 최대 72시간까지 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키는 응급입원은 개인의 신체 자유를 제한하지만, 자살시도 직후 충동 행동을 막을 수 있는 효과적인 조치로 평가된다.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르면 응급입원 절차 진행 시 △자타해 위험성이 크고 △상황이 급박해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등을 시킬 시간적 여유가 없으며 △의사와 경찰관 동의 등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응급입원 요건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경찰관 동의를 필수적으로 받아야 하는 요건을 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병원 이송부터 입원까지 개입하는 경찰관이 소송 등 법적 리스크를 우려해 응급입원에 소극적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어서다.
양용준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정책이사는 "응급입원으로 극단적인 감정이 누그러들 수 있다. 입원 이후 자살 위험을 줄이도록 약물 치료도 진행한다"며 "경찰관은 법적 리스크 등 위험 부담을 느낄 수 있다.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국내는 자타해 우려가 큰 경우만 경찰이 의료기관으로 이송하니 신체적 손상이 없을 때에는 이송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응급입원 시 병원 이송 업무를 수행하는 경찰관 또는 소방관의 입원 동의를 요구하지 않는다. 대만은 대상자를 의료기관에 이송해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의무를 경찰관과 소방관에게 부과한다. 자타해 우려가 '있는' 경우 응급입원이 가능하다. 이송 시 구속 장치도 사용할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복지 및 제도법(Welfare and Institutions Code)'에 근거한 응급입원 과정에서 경찰 동의를 필수적으로 요구하지 않는다.
영국의 국민보건서비스(NHS)는 '정신건강법(Mental Health Act)'에 따라 대상자가 긴급한 치료 필요성이 있고, 자타해 우려가 있을 경우 응급입원이 가능하다고 규정한다. 대상자가 자택에 있을 경우 경찰관은 영장을 받아 의료 전문가를 동행해 강제로 진입할 수 있다. 이후 병원 등 시설로 이송된 대상자는 최대 24시간 동안 머물러야 한다.
응급입원을 확대하려면 병상 부족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신의료기관 병상 규모는 2017년 8만1734병상에서 2024년 6월 6만7477병상으로 17% 감소했다. 양 이사는 "정신의료기관이 많이 문을 닫으면서 입원 가능한 병원 자체가 크게 줄었다"며 "공공병상도 입원할 수 있는 곳이 부족하다"고 했다.

상담 역시 적극적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자살예방센터, 정신건강복지센터 등 기초센터 인력이 매우 부족해 상담 권유조차 몇 차례 밖에 하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해외에서는 고위험군을 직접 찾아가는 상담 서비스를 운영한다. 대만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돌봄방문요원은 자살예방통보시스템에 입력된 대상자에게 연락을 취하고, 연락이 닿지 않으면 자택 방문을 시도한다. 방문이 어렵거나 거부 당할 경우 주변 이웃들을 통해서라도 대상자의 상황을 확인한다. 2022년 기준 자살예방통보시스템에 입력된 4만5366건 중 98.2%에 대한 전화 및 자택 방문 조치가 이뤄졌다.
영국도 위기해결·가정치료팀(CRHTT)을 통해 자택 방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상자가 병원에 오지 않아도 의료 지원을 받게 하자는 취지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자택 방문이 원칙이다. 연중무휴 24시간 운영된다. 정신과 의사와 심리학자 등 2명 이상 인력이 현장에 파견된다.
복지부는 오는 10월부터 고립·은둔청년을 찾아가는 온라인 상담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전국 1300여명 고립·은둔청년을 선정하고, 40명 규모 상담 전담팀이 나설 방침이다. 올해 2차 추경에서 예산 4억3000만원을 확보했다. 시범 사업 수준으로 대상자 확대 여부는 미지수다.
정찬승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사회공헌특임이사는 "자살 위험에 놓인 사람들에게 가장 위헌한 건 고립이다. 고립을 해소하기 위해 상담으로 연결해야 한다"며 "끊임없이 설득하고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면서 저항을 계속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적극적 )자살예방도 한 사람의 생명을 지키는 중요한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양 정책이사는 "현실적으로 (자택 방문을 하기엔) 기초센터 인력이 부족하다"며 "예산 배정과 인력 없이는 개선이 안 될 것"이라고 했다.

박진호 기자 zzino@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일부러 말 안 하고 온건데"...BTS 지민-송다은 열애설 전말은 - 머니투데이
- 이시영, 38억 아파트 매입 후 '억대 대출'…'이혼 재산분할'에 썼나 - 머니투데이
- "문원, 아이 있는 돌싱" 신지 말에 벌떡, 화장실 간 빽가…입 열었다 - 머니투데이
- 이성미 "故 김자옥, 연명치료하려 목 뚫어…울면서 한복·장미 부탁" - 머니투데이
- "산후조리원 400만원, 누워만 있잖아"…공무원 남편 불만에 쏟아진 비난 - 머니투데이
- 두 달 만에 -100만원…'갤S26 울트라' 사전예약자 '분통', 왜? - 머니투데이
- "한국 주식 아직도 싸다"…'8400피 시대' 열어줄 정책 또 나온다 - 머니투데이
- 트럼프 "이란, 한국 화물선에 발포…미군 공격시 이란 날려버릴 것" - 머니투데이
- 에릭남, 한국 생활 어땠길래…"팔·다리 마비, 공황장애까지" - 머니투데이
- 숨만 쉬어도 매달 300만원…강남 턱밑까지 쫓아온 마곡·중계 월세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