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봉투법보다 재계에 더 두려운 것 [김세형칼럼]

김세형 기자(shkim@mk.co.kr) 2025. 8. 2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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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미·일 순방차 자리를 비운 사이 민주당은 노란봉투법과 더 센 상법을 기습 통과시켰다.

그럼에도 재계는 이번 노란봉투법, 더 센 상법 개정에 대해서는 끈질기게 반대 목소리를 냈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통령과 재계 총수와 경제단체장이 만났을 때 한국경제인협회장이 어렵사리 용기를 내 '노란봉투법을 거두어 주십사' 대통령에게 요청했다고 한다.

재계로선 노란봉투법 상법 통과보다 당정대 원 팀이 편가르기로 기업의 하소연을 내쳐버린 게 더 절망스러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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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정상회담 돕는 틈타
노란봉투법·상법 기습 통과
노동계 청구서에 손 들어줘
기업들 더욱 절망 느끼는 건
당정대 모두 호소 외면한 것

이재명 대통령이 미·일 순방차 자리를 비운 사이 민주당은 노란봉투법과 더 센 상법을 기습 통과시켰다. 재벌 총수들은 대통령의 협상을 돕기 위해 만사를 제치고 동행하여 트럼프의 무리한 요구를 소화하느라 손해를 봐가며 진땀을 흘린 시점이었다.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 센’ 상법 개정안이 여당 주도로 통과되고 있다. 개정안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 대해 집중투표제 도입을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기존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연합뉴스
재계는 새 정부가 출범한 초기 힘이 가장 셀 때 권력의 눈치를 많이 보는 편이다. 그럼에도 재계는 이번 노란봉투법, 더 센 상법 개정에 대해서는 끈질기게 반대 목소리를 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과 경제8단체가 틈만 나면 국회로 가 민주당 핵심층을 만나고 대통령실에서 수뇌부를 만나 “이 법 만큼은 안 된다”며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고 10여 차례는 그렇게 했다. 임시국회 개막 직전에는 200명가량 동원해 국회에서 팻말 시위도 감행했다.

그만큼 법 시행 시 충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노사 간 협상은 원래 이해당사자인 회사 경영진과 노조 간에 하게끔 돼 있다. 그리고 협상 범위는 근로자의 이해관계인 근로 조건에 국한하는 게 만국의 공통이다.

그런데 노란봉투법은 그 2가지 전제를 무너뜨리는 파격을 담고 있어 기업 경영을 너무나 불안하게 한다. 노사 협상 시 하도급 업체가 원도급 업체를 대상으로 협상할 권리를 부여하고, 근로 조건뿐 아니라 해외에 공장 건설이랄지 구조조정을 하는 경영 판단에 대해서도 협상할 권리를 부여했다. 파업 시 공장을 때려 부술 경우 손해배상 청구도 물어줄 형편에 따라 제한하고 불법 파업을 벌여도 배상청구를 제한했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선진국도 이런 법이 전무하거나 실질지배관계에 있는 원도급의 경우 법제화하지 않고 판례로만 다스리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주한유럽상공회의소가 노란봉투법의 부당함을 호소하고 그 법을 도입하지 말라고 했던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6월 1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열린 6경제단체와 기업인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 대통령,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뉴스1
경제단체들은 대통령이 수행을 요청하는 재벌 총수들에게도 대통령을 만나면 이의 제기를 해달라는 부탁을 많이 했다. 그런데 포스코이씨 등에서 근로자 사망 사고가 터지자 면허 취소, 사장 사표 등 공포 분위기가 연출되며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통령과 재계 총수와 경제단체장이 만났을 때 한국경제인협회장이 어렵사리 용기를 내 ‘노란봉투법을 거두어 주십사’ 대통령에게 요청했다고 한다. 대통령은 “우리도 이제 선진국 수준에 맞춰야 한다”는 한마디로 잘라버렸다.

더 센 상법에서는 집중투표제와 대주주의 감사선임 제한으로 기업경영체제의 와해 우려가 있다. 집중투표제는 가령 참여연대나 경실련 혹은 해외 기업 사냥꾼의 대리인을, 가령 현대차 이사에 넣을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이런 상황에서 정상적 이사회가 되겠는가.

지금 AI 혁명 시대는 기업이나 정부의 힘만으로는 글로벌 체제를 헤쳐나갈 수 없다. 정부·기업·국민이 똘똘 뭉쳐 삼위일체로 대응해도 모자랄 판이다. 대통령 순방길에 재벌 총수가 동원되고 ‘모든 국민의 AI’라는 슬로건이 채택된 것도 그런 까닭이다.

노란봉투법, 상법 통과 과정에서 여당은 기업과 야당을 무시하고 대선에 표를 준 노동계의 청구서를 최우선 처리했다. 법 통과가 되기 전부터 현대제철 등 대기업 하도급 업체는 “원도급 장 나오라”는 데모를 시작한 것을 보면서도 여당은 태연하게 강행 처리해 버렸다. 재계로선 노란봉투법 상법 통과보다 당정대 원 팀이 편가르기로 기업의 하소연을 내쳐버린 게 더 절망스러웠을 것이다. 삼위일체는 부서졌다. 한국GM 철수설이 나온다. 폴 새뮤얼슨 말마따나 경제 성적표는 항상 정치의 책임을 묻는다.

김세형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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