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돈 탈루한 스타트업, 정부기관 아무도 몰랐다? [강홍민의 끝까지 간다]

2025. 8. 28.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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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진공·팁스 등 선정된 스타트업, 92억원 허위 세금계산서 교부
특가법 및 조세범처벌법 위반으로 벌금 9억5천만원·징역 2년 집유 3년
중진공 등 자금 지원 기관, 불법 사실 몰라
(연합뉴스)



국내 기술력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양성하기 위해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의 R&D 예산을 편성한 가운데, 친환경 바이오 화학제품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대표가 92억원의 허위 세금계산서로 매출을 부풀린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확정 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 스타트업은 2018년부터 2025년까지 정부가 운영하는 창업기업 지원 자금 프로그램에 선정돼 수십억 원의 정부 지원금을 받아 온 곳으로, 정부의 투자 지원 이후 사후 관리 시스템이 부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및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이스텍 대표 소모씨의 상고를 5월 15일 모두 기각했다. 이로써 소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9억50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이 유지됐다.

대법원은 “형사소송법상 10년 이상의 형이 선고된 사건에서 중대한 사실오인이 있어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경우에만 상고가 가능한데, 피고인이 그보다 낮은 형을 선고받았고, 주장한 심리 미진·법리 오해는 상고 이유가 될 수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오이스텍은 처리가 곤란한 굴패각(굴껍데기)을 불산폐수처리제로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해 2021년 해양수산 창업 콘텐스트에서 사업화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스타트업이다.

이후 2023년 전라북도 민간투자 주도형 기술창업지원(TIPS)에 선정됐고, 같은 해 해양환경 부문에서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소씨는 오이스텍 대표로 재직하며 2018년 2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실물거래 없이 50여 차례에 걸쳐 92억원 규모의 세금계산서를 발급해 회계상 매출을 허위로 부풀렸다.

소씨는 중국에 주방·세탁세제를 수출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자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언론사 등 협력업체들과 매출에 비례해 매입을 맞추는 방식으로 지속적으로 허위 세금계산서를 주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소씨는 2018년 9월부터 이듬해 11월까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에서 주관하는 청년창업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해 8600만원, 7370만원의 사업비를 지원 받았다. 이 과정에서 해당 지원사업에 필요한 원재료를 협력업체로부터 각 3010만원, 1075만원 견적서를 받아 공단에 제출해 비용 지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법원은 중진공에 사업비로 요청한 거래내역 역시 실물거래가 아닌 허위로 작성한 세금계산서로 판단했다.

법원은 “피고인 소씨가 제출한 사업비 사용내역서에는 거래명세표와 언제 공급되었는지 알 수 없는 원재료의 사진만 첨부되어 있어 협력업체와 실물거래가 있었음을 뒷받침할 수 없다”면서 “실물거래가 있었다는 객관적인 근거를 제출하지 못하는 점을 보아 가공거래에 의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라고 적시했다.
 

 정부 예산 탈루? 우리 기관 아니면 ‘모르쇠’

오이스텍이 받은 정부 지원금은 이뿐만이 아니다.

2023년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주관하는 기술창원지원(TIPS)에 선정돼 수억 원의 정부 지원금과 사업화 지원을 받았고, 올해 6월 창업진흥원에서 주관하는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도 선정돼 정부 지원 예산을 지원받고 있는 중이다.

오이스텍의 사례와 같이 허위 세금계산서 발행 등 정부에서 출자한 지원금을 불법에 활용한 스타트업이 지속적으로 정부 지원금을 받아 온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더불어 정부의 창업기업 지원사업 주관사로 지정되는 공공기관 및 민간기관에서 소위 ‘빌런 기업’을 거를 수 있는 거름망이 없다는 부분도 논란이다.

중소벤처기업부를 비롯해 창업진흥원, 중진공 등 오이스텍의 특가법 및 조세범처벌법 위반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과거 정부 지원을 받은 스타트업이 불법을 자행했다 하더라도 이를 감추고 또다시 지원 사업에 응모할 경우 알 길이 없다는 허점이 드러난 셈이다.

취재가 시작되자, 중진공 관계자는 “이 사실을 처음 알았다”면서 “지금부터라도 어떤 불법이 있었는지 면밀히 체크해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격차 스타트업’ 프로그램에 선정된 오이스텍에 정부 지원금을 지원 중인 창업진흥원 역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창진원 관계자는 “(오이스텍에)현장실사를 다녀왔으나 현재 진행 중인 지원 사업에서는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과거 문제로 해당 지원 사업을 중단할 명분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간 투자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투자사에서 피투자사를 검증하기 위한 방법이 사업계획서 등 아이템과 관련된 서류 외에는 없다는 게 현실이다. 물론, 투자사에서 스타트업 대표와의 인터뷰, 평판조회 등을 할 순 있으나 대표자의 과거 범죄 이력 등을 요구 또는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전무하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내 한 벤처캐피탈(VC)의 사내 변호사 ㄱ씨는 “투자사가 창업기업에 투자를 할 경우 대표의 금적적인 이슈나 전과, 범죄 이력 등을 의무적으로 제출하고 있지 않아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면서 “사실 국내에서 투자사가 창업기업 대표에게 범죄 이력을 요청하는 경우도 없지만 설사 요청을 하더라도 거부하면 끝”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라는 게 투자사와 피투자사의 니즈가 어느 정도 맞았을 때 나오는 이야기인데, 피투자사 대표의 범죄 이력을 물어본다는 자체가 굉장히 민감하고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다”면서 “투자사 차원에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범죄 이력을 사전에 공유하는 것은 업계 문화로 자리 잡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억 원대 정부 창업 지원금, 줄 잘 서면 ‘너도나도’?

오이스텍이 지원 받은 팁스(TIPS)의 경우 국내 창업 지원 프로그램 중 규모가 손꼽히는 사업 중 하나다.

팁스의 경우 정부의 재원을 중심으로 운영되지만 운영은 한국엔젤투자협회에 일임한 상태다. 엔젤투자협회는 연간 4,700억원에 달하는 팁스 예산을 정부로부터 받아 팁스 프로그램을 운영할 운영사를 선발한다. 100여개 이상 달하는 이 운영사들은 창업기업 선별과 더불어 민간투자와 정부자금을 매칭 지원해 창업활성화를 도모하는 역할이다.

한국엔젤투자협회 공지문



하지만 이 운영사의 창업기업 선정 기준은 ‘자체 기준’이다. 제대로 된 떡잎을 가름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 정해진 것이 아닌 팁스 운영사의 역량과 입맛에 따라 수억 원의 정부 지원금을 검증되지 않은 스타트업에 연결시켜 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창업기업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박리다매로 선정한 이후 성장하는 몇 곳만을 기다리는 방식으로 투자하는 일명 ‘씨뿌리기 전략’을 하는 팁스 운영사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창업기업에 대한 보육이나 멘토링, 기술개발지원, 후속 투자 유치 등의 역량이 미진한 곳이 자금력으로만 밀어붙여 업계 물을 흐리고 있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제대로 된 창업기업의 액셀러레이팅은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양육하는 것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야 하는 일”이라면서 “특히 팁스와 같은 국가 지원 사업의 운영사는 초기 창업기업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것들을 모두 파악하고 지원해 줄 수 있는 역량이 최우선”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이스텍의 사례를 들면서 “이 같은 문제는 팁스 운영사에서 창업기업의 오너리스크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발생한 사고”라고 지적했다.

한편, 중소벤처기업부는 팁스 등 정부에서 중소기업·스타트업에 지원하는 사업 신청과정을 더 간소화한다는 방침이다.

23일 대통령실에서 주관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원회의에서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스타트업들이 정부 지원 사업 신청과정에서 벌어지는 문제들과 사업계획서 개요를 쓰느라 낭비되는 시간을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성 있는 스타트업을 빠르게 지원하는 것만큼이나 추후 기업이 성장한 이후 발생할 문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업계의 목소리도 귀 기울여야 할 때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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