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트 신화서 따온… 사랑의 환희·죽음의 고통 넘나드는 현대음악 걸작[이 남자의 클래식]

2025. 8. 28.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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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남자의 클래식 - 메시앙 교향곡 ‘투랑갈릴라’
종교적 신념·자연 등 주제로
색채미 돋보이는 심상 그려
3년간 공들인 80분 연주곡
음악어법·악기 편성 등 독특
추천곡 들여다보기

20세기를 대표하는 프랑스의 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Olivier Messiaen·1908∼1992)은 종교적 신념, 자연의 새소리 등을 주제 삼아 자신만의 독창적인 음악어법을 작품 속에 녹여 낸 현대 음악의 거장이다.

그의 음악에선 단연 색채미가 돋보이는데 소리를 들으면 오색찬란한 색깔들을 함께 떠올리게끔 하는 황홀한 공감각적(synaesthesia) 심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특징이다. 그의 작품 중 복잡한 리듬 속에 사랑과 죽음, 그와 함께 신과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노래한 작품이 있으니 바로 교향곡 ‘투랑갈릴라’이다.

메시앙은 프랑스 아비뇽에서 셰익스피어 작품을 번역하던 영문학자 아버지와 시인이었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열 살이 되던 해에 정식 음악교육을 받기 시작한 메시앙은 불과 1년 만에 파리 음악원에 입학하게 된다. 11세이던 1919년 그는 음악원에서 마르셀 뒤프레와 폴 뒤카에게 작곡을 배웠는데 오르간에도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그가 처음 파이프 오르간을 배웠을 때, 고작 한 번의 레슨을 받고 난 뒤 단 일주일간의 연습으로 바흐의 오르간곡을 완벽하게 연주해낸 얘기는 매우 유명하다.

21세가 되던 해 파리 트리니테 성당(성 삼위일체 성당)의 차석 오르가니스트로 부임하게 되는데 독실한 신앙심으로 메시앙은 평생에 걸쳐 이 자리를 지켰다. 2년 뒤인 1931년 상임 오르가니스트로 임명되었으며 이 시기부터 작곡가로서 활발한 연구와 창작에 매진하게 된다.

1931년 관현악 작품인 ‘잃어버린 봉헌물’(Les offrandes oubliees)을 작곡하였으며 1935년엔 오르간 작품인 ‘주의 탄생’(La Nativite du Seigneur)을 발표하였는데 초기 작품임에도 메시앙은 자신의 음악적 독창성과 종교적 세계관을 뚜렷이 드러내기 시작한다. 1939년,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31세의 메시앙은 군에 입대하는데 적군에게 사로잡혀 수용소 생활을 하는 고초를 겪기도 했다. 그러나 포로 신세에도 작곡활동을 멈추지 않았는데 이때 탄생한 작품이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실내악 작품인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이다.

포로에서 벗어난 1942년 메시앙은 파리 음악원 교수로 위촉되어 후학을 양성하였는데 그 유명한 피에르 불레즈, 카를하인츠 슈토크하우젠 등이 그에게 사사했다.

1945년 메시앙은 미국 보스턴 교향악단의 지휘자였던 세르게이 쿠세비츠키로부터 한 편의 관현악 작품을 위촉받게 되는데 이때 탄생한 작품이 바로 메시앙의 유일한 교향곡인 ‘투랑갈릴라’이다. 메시앙은 자신이 창안한 독자적 음악어법과 심오한 메시지를 담아낼 대작을 결심하여 1946년부터 1948년까지 무려 3년간이나 작곡에 매진했다.

‘투랑갈릴라’는 산스크리트어로 ‘시간, 운동, 리듬’을 뜻하는 ‘투랑가’(Turanga)와 ‘놀이, 사랑, 삶과 죽음’을 뜻하는 ‘릴라’(lila)가 합쳐진 합성어로, ‘사랑의 노래’ 또는 ‘환희의 송가’와 같은 뉘앙스를 담은 제목이라 할 만하다. 메시앙은 켈트 신화의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사랑 이야기를 재해석하여 사랑의 열정과 기쁨, 소멸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투랑갈릴라’라는 신비로운 제목의 관현악 작품으로 탄생시킨 것이다.

작품은 전체 10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오케스트라 외에 독주 악기로 피아노와 전자악기 옹드 마르트노(Ondes Martenot)를 포함시켜 사랑의 환희와 죽음의 고통이 공존하는 복합적인 감정을 독특하고도 신비로운 사운드로 자아낸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저자

■ 추천곡 들여다보기

‘투랑갈릴라’는 20세기 현대 음악의 걸작이자 메시앙의 대표작으로 1948년 작곡되었으며 1949년 레너드 번스타인의 지휘 아래 보스턴 교향악단에 의해 초연되었다. 전체 10악장인 대규모의 교향곡으로 연주 길이는 무려 80여 분에 달한다. 독창적 음악어법과 악기편성, 심오한 주제를 담은 메시앙 최고의 걸작 중 하나로 그의 음악 세계를 이해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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