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스마트폰 시대, 돌아온 빈티지 디카
MZ, 아날로그 감성 빠져
중고 카메라 거래 급증
필름 효과 주는 앱 구매도
디지털 발전 역설 보여줘
사진으로 ‘나’ 표현하는
‘포토프레스’ 트렌드 한몫
디지털의 완벽함이 커질수록 아날로그의 불완전함이 그립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전문가용 못지않은 화질을 자랑하는 시대에도, 어떤 이들은 먼지 쌓인 필름 카메라를 꺼내 추억을 담는다.
역설적이게도 고화질 스마트폰 카메라나 최신 디지털카메라에 비해 화질이 떨어지는 카메라를 젊은이들이 즐기는 이유는 ‘불완전함’ 때문이다.

빈티지 디지털 카메라 ‘클라시M1’과 젊은 층 사이에서 ‘올드 아이폰’이라 불리는 구형 스마트폰 ‘아이폰SE’
실제로 시장 데이터가 이런 현상을 뒷받침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글로벌 그로스 인사이츠에 따르면 필름 카메라 시장이 2024년에서 2029년 사이 약 70%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며 35㎜ 필름 카메라 수요 역시 2029년까지 64% 증가할 전망이다. 한때 스마트폰에 밀려 사양산업으로 여겨졌던 디지털카메라 시장도 13년 만에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안소연씨가 빈티지 카메라 ‘클라시M1’을 이용해 창밖을 촬영하고 있다./이하은 기자/
◇특유의 감성과 색감으로= 친한 친구와 신입생 열댓 명을 모아 최근 대학 시사 사진동아리 ‘치즈’를 만든 대학생 안소연(24)씨는 빈티지 디지털카메라 ‘클라시M1’을 이리저리 조작해 보였다.
클라시M1은 처음 보는 사람은 어떻게 조작하는지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특이한 생김새를 띠고 있다. 카메라 렌즈와 화면이 수평 구조로 되어 있는 보통 카메라와는 다르게 렌즈와 화면이 수직 구조로 만들어져 있는 이 카메라는 외관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안소연씨가 빈티지 카메라 ‘클라시M1’을 이용해 창밖을 촬영하고 있다./이하은 기자/
“동아리 멤버들이 각기 다른 카메라를 쓰는데, 빈티지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그 색감 덕분에 눈에 잘 들어와요. 흐릿하지만 고유의 색감이 있어서 어떻게 찍든 다 마음에 들 수밖에요.”
대학생 신수련(19)씨는 최근 빈티지 카메라에 푹 빠져 어딜 가든 카메라를 가지고 다닌다. 신씨는 “사진을 찍을 당시 느꼈던 감정이나 분위기를 담기에는 빈티지 카메라가 적합하다”며 자신이 찍은 빈티지 카메라로 촬영한 빛바랜 사진물을 보여줬다.

안소연씨가 빈티지 카메라 ‘클라시M1’을 이용해 촬영한 사진을 보고 있다.
◇빈티지 카메라를 찾는 손길 늘어= 젊은 층의 빈티지 카메라 열풍은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도 볼 수 있다. 번개장터는 젊은 층 이용자가 많아 이들 사이에서 빈티지 카메라와 관련한 액세서리 거래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즉석카메라 브랜드인 ‘인스탁스’에 따르면 지난해 졸업 시즌인 1월 말~2월 초 거래액이 전주 대비 259% 급증했다.

신수련씨가 빈티지 카메라를 이용해 촬영한 풍경./신수련씨 제공/

신수련씨가 빈티지 카메라를 이용해 촬영한 풍경./신수련씨 제공/
◇사진으로 나를 표현하는 ‘포토프레스’= 전문가들은 빈티지 카메라 재부상을 ‘포토프레스(Photo+Express)’로 설명한다. 사진을 통해 자신을 기록하고 표현하는 것을 중시하는 2030세대의 특성이 빈티지 카메라 열풍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특히 즉시성, 표현성, 소통성, 몰입성을 특징으로 하는 이들에게 빈티지 카메라는 스마트폰으로는 얻을 수 없는 특별함을 제공한다. 노이즈와 그레인이 있는 사진, 한 번 찍으면 되돌릴 수 없는 긴장감이 오히려 매력 포인트가 된다.
빈티지 카메라에 있어서 ‘의도적 제약’은 새로운 재미로 작용한다. 무제한 촬영이 가능한 디지털 시대에 오히려 촬영 횟수가 제한된 매체가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안소연씨가 기자를 촬영 후 보여주고 있다.
빈티지 카메라 열풍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이들이 단순히 과거를 그리워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기술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소셜미디어에 빈티지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올리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카메라 정보를 공유하며,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중고 카메라를 거래하며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자연스럽게 융합된다.
이는 단순히 카메라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LP판, 기계식 시계, 줄이어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나는 ‘아날로그 르네상스’의 한 축으로, 심지어 아이폰 6S나 아이폰 SE 같은 구형 스마트폰도 ‘올드 아이폰’이라는 이름으로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효율성과 편의성만을 추구해 온 현대 사회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라이프 스타일이다.
결국 빈티지 카메라가 이토록 인기를 끄는 것은 기술 발전의 역설을 보여주는 셈이다. 더 좋은 화질, 더 많은 기능, 더 간편한 조작이 항상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때로는 제약이 신중함을 만들고, 불완전함이 더 깊은 감동을 준다는 것을 젊은 세대들이 몸소 보여주고 있다.
완전함에 지친 또 다른 누군가는 오늘도 추억이 깃든 감성을 찾아 헤매다가, 문득 서랍 깊숙한 곳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잠들어 있던 낡은 필름 카메라를 꺼내 든다.
글·사진= 이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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