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젤과 그레텔이 길 잃은 '검은 숲' [세계의 국립공원 독일 슈바르츠발트]

얼마나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찼으면 검은 숲black forest, 흑림黑林이라 부를까. 더구나 서울시 면적의 10배에 이르는 6,000㎢의 수해樹海, 거대한 숲의 바다다. 그곳은 독일의 '슈바르츠발트Schwarz(검은) Wald(숲) 국립공원'이다.
고대 로마인들이 이곳에 와서 숲이 너무 울창하고 어두워서 들어갈 수 없다며 '검은 숲'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낮에도 컴컴한 숲이라 유령과 마녀 이야기가 많고, 숲에서 길을 잃은 <헨젤과 그레텔> 동화가 유명하다. 이곳은 정각마다 뻐꾸기 인형이 나와서 울고 들어가는 뻐꾸기시계가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독일의 남서부 끝에 위치하고 있으며, 프랑스·스위스와 맞닿아 있다. 슈바르츠발트의 최고봉은 해발 1,493m의 펠트베르크Feldberg산이고, 장장 2,858km를 흘러가는 다뉴브(도나우)강의 발원지다.

슈바르츠발트의 대부분은 자연공원으로 지정되어 있고, 그 안에 면적 100㎢의 '핵심 숲'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자연공원Nature Park은 사람 이용과 지역경제 기여를 중시하며, 자연을 침해하지 않는 관광Sustainable tourism을 권장한다. 반면에 국립공원National Park은 "자연은 자연 그대로 둔다Leave nature to nature"는 원칙으로 야생동식물 보호와 생물다양성 증진에 중점을 둔다. 자연공원에는 레크리에이션 시설이 많지만, 국립공원에는 꼭 필요한 시설만 최소한으로 둔다.
슈바르츠발트국립공원의 북쪽 거점도시는 바덴바덴Baden Baden이다. '바덴바덴의 기적'을 기억하는가? 1981년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이곳에서 1988년 올림픽 개최지로 서울을 결정했다. 그때 최후까지 우리와 겨뤘던 도시는 일본의 나고야로, 한일전에서 이겼기에 국민들은 더욱 환호했다.

슈바르츠발트는 나무들의 천국, 여가 활동의 천국
바덴바덴에서 슈바르츠발트에 진입하는 도로로 들어서면 곧 산림욕을 하는 기분이 든다. 초록 터널을 통과하면서 몸과 마음이 가벼워진다. 슈바르츠발트국립공원의 중심은 '국립공원센터'가 위치한 루헤스타인Ruhestein이다. 이곳에 탐방객을 위한 안내·편익시설이 몰려 있다.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탐방로, 환경교육을 위한 자연관찰로, 장거리 트레일 등 다양한 코스의 출발점이 있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직접 흙과 나무를 만지고 물에 젖으면서 자연을 체험하고 이해하는 프로그램이 인기다.
슈바르츠발트 국립공원과 자연공원에는 2만3,000km에 달하는 탐방로와 자전거길이 나 있고, 이들은 유럽의 장거리 탐방로와 연결되어 있다. 특히 북쪽 끝 포르츠하임Pforzheim에서 남쪽 끝 스위스 바젤Basel까지 285km 뻗어 있는 '웨스트 웨그West Weg 트레일'을 걸으면 슈바르츠발트의 대표 경관을 모두 볼 수 있다. '검은 숲'의 시원한 그늘 밑에서 걷기, 등산, 자전거 타기, 래프팅, 패러글라이딩, 스키, 스노보드 등 이곳에서는 모든 종류의 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다.

숲속의 어여쁜 중세 마을에서 가벼운 산책이나 온천욕을 하거나, 아무것도 안 하고 그저 멍 때리는 것도 이곳에서는 너무 자연스러운 힐링 방법이다. 슈바르츠발트 전체에서 여행과 관련된 일자리가 14만 개가 넘을 정도로, 이곳은 나무들의 천국이면서 관광 천국이기도 하다.
슈바르츠발트의 북쪽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시설은 바트 빌트바트Bad Wildbad에 있는 트리탑 탐방로treetop walk 이다. 포르츠하임에서 25km 거리에 있는 이 트리탑의 높이는 40m, 나선형 탐방로의 길이는 1.25km다. 경사도는 6도 이하로 완만해서 거의 평지 느낌이고, 휠체어와 유모차 이용이 가능하다. 정상에 오르면 가문비나무와 전나무로 이루어진 '뾰족뾰족한 나무의 바다'가 펼쳐진다. 트리탑 주변에 나무 위를 걷는 데크와 언덕과 언덕을 잇는 기다란 출렁다리가 있다.

어여쁜 '아기 호수' 티티제
슈바르츠발트의 남쪽 거점 도시는 프라이부르크Freiburg다. 환경선진국인 독일에서도 가장 환경친화적인 도시라서 독일의 노년층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도시다. 프라이부르크의 남쪽 '검은 숲'에 독일인들이 사랑하는 호수 티티제가 있다. 이곳 사투리로 티티titi는 아기, 제see는 호수이다. '아기 호수'다.
프라이부르크에서 빨간색 기차를 타고 40분쯤 목장이 많은 목가적 풍경을 지나면 티티제 역에 닿는다. 여기서 10분쯤 걸어가면 예쁜 상가 거리가 나오고, 그 끝에 티티제 호수가 있다. 해발 840m 고지에 조용히 담긴 호수의 가장자리로 중세풍의 교회와 저택들이 들어서 있고, 한쪽에는 커다란 야영장이 조성되어 있다. 호수보다 마을이 예쁘다고 할 정도로 '지붕이 넓고 각이 진' 집들이 늘어서 있다. 상가도, 호텔도, 간판도, 진열품들도, 종업원들도, 음식 모양도 다 예쁘다.

호수는 '검은 숲'에 둘러싸여 있고, 호수의 가장자리를 도는 탐방로에 '검은 숲'으로 들락날락할 수 있는 오솔길이 여러 개 나 있다. 그 길에 들어가면 정말 햇빛 한 줌을 보기 어려운 '검은 숲'이다. 오솔길과 임도 주변으로만 녹색잎을 통과한 '옅은 햇빛'이 들어온다. 상큼한 나무 냄새, 향긋한 풀냄새, 비릿한 낙엽 냄새, 구수한 흙냄새가 숲속에 가득하다. 피톤치드로 샤워하면서 몸 안의 모든 나쁜 기운이 다 씻기는 느낌이다. 좀 걸으면 목이 아프다. 나무 끝이 어딜까 계속 올려다보게 된다. 나무 높이는 30~40m에 이른다.
호수의 맑고 조용한 수면을 미끄러지듯 도는 유람선을 타고 호수와 숲과 산을 감상한다. 물이 차가워서 여름에만 수영이 가능하다. 몸매 좋은 청년들과 몸매 없는 노인들이 함께 풍덩대며 어린이가 된다. 봄에는 호숫가에 피는 꽃들로 수채화 같고, 가을에는 수면 위로 떠오르는 물안개가 서정적이며, 겨울에는 꽁꽁 언 빙판에 하얀 눈이 덮이는 설국이다. 위대한 경관도 압도적인 풍경도 아니지만, 티티제의 이름(아기)처럼 안아 주고 싶은 풍경이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호수다.

티티제에서 가장 인기 있는 기념품은 '검은 숲'에서 나온 나무로 만든 인형 공예품과 뻐꾸기시계다. 가장 유명한 먹거리는 '검은 숲'의 빵, 즉 슈바르츠발트 케이크다. 이 지방에서 나오는 체리를 겹겹의 시트 사이에 넣고 검은 초콜릿 가루를 흠뻑 뿌리거나, 초콜릿 시트 사이에 체리잼과 생크림을 잔뜩 채운 후, 상단을 체리로 장식한다.
티티제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슈바르츠발트의 최고봉인 펠트베르크(1,493m)산이 있다. 해발 1,200m까지 도로가 있어서 300m 고도를 30분쯤 걸어 올라가거나 스키 리프트를 타고 오른다. 야산처럼 밋밋한 정상에는 기다란 굴뚝처럼 생긴 전망탑이 있다. 날씨가 좋으면 멀리 프랑스와 스위스의 산들이 보인다.
겨울의 펠트베르크는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동계 리조트다. 산 전체가 스키 트랙, 썰매 슬로프, 스노슈즈 트레일이다. 펠트베르크산의 빙하와 눈이 녹아 티티제 호수에 물을 댄다. 그래서 물이 맑고 차갑다.

자연에 맡기는 숲 관리
독일은 세계 최고의 과학 강국이지만, 국립공원 관리는 전적으로 자연에 맡기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생물들의 삶과 생태계의 질서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원래 슈바르츠발트는 여러 나무가 섞인 혼합림이었으나, 경작지 조성과 대규모 벌채로 민둥산이 된 이후, 19세기 중반에 가문비나무와 전나무를 대대적으로 심고 키워낸 인공조림지다. 산은 울창해졌지만 수종이 단순해서 많은 생물들을 품어내지 못한다.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과 해충의 침입으로 가문비나무들이 말라 죽는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

그래서 국립공원에서는 인공조림지를 점차적으로 벌채해서 너도밤나무 등의 활엽수를 식재하거나, 벌채한 숲을 그대로 두어 다양한 식물과 동물이 유입되도록 하는 '생태계 변화관리'를 하고 있다. 이런 지역에 대해서는 100년 동안 사람 출입을 엄격히 금지해서 사람 간섭 없이 자연 스스로 복원되도록 한다. 슈바르츠발트에서는 이런 조치에 의해 사라졌던 송골매와 피그미 올빼미가 돌아오는 등 '국립공원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인공조림지가 너무 넓어서 이들 모두를 자연숲으로 복원하는 데에는 500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어떤 여행자가 슈바르츠발트국립공원을 지나며 이런 글을 썼다.
'이곳에서 태풍으로 쓰러진 나무들을 그대로 두었더니, 자연 스스로 최선의 방법을 택해 부활했다. 여러 개척식물들이 땅을 뒤덮었고, 이전에 없던 자작나무와 물푸레나무들이 높게 자랐다. 이처럼 여러 식물들이 혼합되어야 거센 태풍에도 끄떡없게 된다. 숲이 이런 환경을 갖추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가 숲에 베풀어 주어야 하는 시간은 결국 우리 자신에게 베푸는 시간이다.' (쿠르트 파이페, 2009, 천천히 걸어 희망으로)

슈바르츠발트로 가는 길은 어렵지 않다. 인천공항에서 독일의 경제수도 프랑크푸르트까지는 약 11시간 걸린다. 그곳에서 슈바르츠발트의 북쪽 도시 바덴바덴까지는 기차나 승용차로 약 1시간 30분, 남쪽 도시 프라이부르크는 기차로 2시간 거리다. 각 도시에서 공원 진입은 1시간 이내 거리다. 각각의 도시도 명성이 자자한 관광지다. 특히 슈바르츠발트의 북쪽에서 프랑크푸르트 사이에는 유서 깊은 대학도시 하이델베르크가 있다. 바덴바덴에서 500번 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슈바르츠발트 '산맥'을 관통해서 스위스로 가는 드라이브 여행도 권고한다. 울창한 숲과 연두색 목장, 산중호수 등 최고의 산촌 풍경들이 영화처럼 지나간다.
'검은 숲'으로 불릴 만큼 빽빽한 숲과 아름다운 호수와 예쁜 마을들이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하고 있는 슈바르츠발트국립공원. 초록초록한 나무들이 뿜어내는 싱그러운 산소와 피톤치드를 흠뻑 마시며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곳. 깊은 산촌과 목가적인 풍경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따듯한 정과 풍류가 가득한 그곳,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도는 체리 케이크와 수제 맥주와 붉은 소시지, 그리고 주말에는 축구 응원 함성이 요란한 그곳, 독일의 슈바르츠발트국립공원이다.

월간산 8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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