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바라는 허락했을까’…쉴 틈 없이 만지고 먹이고, 매뉴얼 무용지물

서보미 기자 2025. 8. 28.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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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매뉴얼 엄격히 안 지켜져
지난 22일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에 있는 ㄱ 실내동물원에서 관람객들이 새끼 카피바라의 등과 발가락을 만지고 있다. 서보미 기자

“정말 순하네.” “진짜 귀여워.”

지난 22일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의 ㄱ 실내동물원에서 태어난 지 9개월 된 새끼 카피바라 주변으로 관람객이 모여들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너도나도 카피바라 털을 쓰다듬거나, 곁에서 인증샷을 찍었다.

지난달 11일 개장하자마자 단숨에 ‘제주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ㄱ 실내동물원의 인기 비결은 대형 설치류인 카피바라의 ‘인싸력’(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능력)이다. 블랙핑크 제니의 솔로곡 ‘라이크 제니’ 뮤직비디오에도 등장한 ‘핵인싸’답게, 카피바라는 친근하고 무해한 표정으로 관람객을 맞이했다. 3마리의 카피바라를 보려고 주말엔 하루 800명이 찾는다고 한다.

‘국내 최초 카피바라 특화 동물원’을 내세운 이곳은 제주도에서 허가를 받은 첫 동물원이다. 2023년 12월부터 시행된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동물원을 운영하려면 시·도지사 허가를 받아야 한다. ㄱ 동물원은 제주도에 ‘보유동물 활용 교육 계획서’도 제출해, 현행법이 금지하는 동물 올라타기, 만지기, 먹이 주기도 예외적으로 허락받았다. 계획서는 환경부의 ‘동물원 전시동물 교육·체험 프로그램 운영 매뉴얼’을 따르고 있다.

관람객에게 둘러싸인 카피바라. 서보미 기자

실제 동물원에선 ‘사육사의 입회하에 먹이 주기, 만지기 체험을 한다’는 매뉴얼에 따라 8명의 사육사가 동물 곁에서 “등 말고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세요”, “먹이는 집게로 주세요”라고 안내했다.

하지만 ‘동물에게 충분한 휴식 시간을 부여한다’는 매뉴얼이 엄격하게 지켜지진 않았다. 동물원은 카피바라의 경우 30분 간격으로 하루 8회 체험활동에 투입하겠다고 계획서에 썼지만, 1시간 이상 쉬지 못하는 개체도 있었다. 대전에서 온 40대 관광객은 “다른 동물원과 달리 이곳은 시간제한 없이 동물을 만질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물원 관계자는 “전체적인 휴식 시간은 지키고 있지만, (우리로) 들어가거나 나오겠다는 뜻을 표현하는 카피바라의 특성상 휴식 시간을 분 단위로 지키지는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물이 스트레스를 받는 장면도 목격됐다. 주로 밤에 활동하는 카피바라가 환한 조명 아래에서 피곤한지 눈을 감고 있다가 관람객의 거친 손길에 화들짝 놀라기도 했다. 정해진 시간 없이 우리에 있다가 관람객이 체험을 원하면 밖으로 나오는 ‘친칠라’는 사육사한테서 어린이 손으로 옮겨지다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했다.

사육사 손에 있는 토끼를 만지는 관람객들. 서보미 기자

‘먹이양을 제한한다’는 매뉴얼에도, 관람객은 당근과 밀웜 같은 먹이를 맘껏 사서 먹일 수 있었다. 동물원 관계자는 “(하루) 먹이 총량을 제한하고 있다”며 “일반인들은 먹이 체험량이 많아서 ‘일부러 굶기나’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총량이 부족해서 그것만으로 동물들 배가 부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 매뉴얼은 질병 감염을 막기 위해 ‘체험 전후 손 씻기 등 위생 관리’를 의무화했지만,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대부분 관람객은 카피바라, 뱀, 닥터피시 등 동물을 연이어 만진 뒤 마지막에만 손을 씻었다. 동물원은 세면대 4개와 손 소독제를 뒀지만, “손을 씻어달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제주도 관계자는 “동물에게 적정량의 먹이를 집게를 이용해서 주고 있고, 세면대와 손 소독제가 비치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정기검사는 5년에 한번 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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