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 드러낸 한미 ‘극우연대’…외교 리스크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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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화당 고참 보좌관들을 여럿 만났는데 부정선거론과 윤석열 탄압론을 믿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 한국 극우들이 죽기 살기로 여론전을 하고 있는데 조금씩 먹혀들고 있는 느낌이다.”(미 의회 활동가)
지난 25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2시간여 앞두고 “한국에서 숙청 혹은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한 것은 한국·미국 극우 연대의 영향력이 어디까지 뻗어 있는지를 명징하게 보여주는 장면으로 꼽힌다. 정부 관계자도 27일 한겨레에 “트럼프 대통령의 트루스소셜 글로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세력이 외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게 확인된 셈”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교회에 대해 잔혹한 급습을 하고, 미군기지까지 들어가 정보를 가져갔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은 7~8월 초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한국 극우들 사이에서 집중 공유되던 주장의 판박이였다. 적법하게 진행된 순직 해병 특검팀의 여의도순복음교회 압수수색 등과 비상계엄 내란·외란 의혹 특검팀의 오산 공군기지 내 중앙방공통제소 압수수색을 ‘마가’ 구미에 맞게 비틀어낸 레토릭이었다.
트럼프 핵심 지지층인 마가 진영은 글로벌 극우·포퓰리스트 네트워크 확장을 전략적으로 추진해왔다. 헝가리·브라질·일본·한국 극우와의 연대도 이런 흐름 속에서 형성됐다. 한국 극우는 마가의 ‘부정선거론’과 ‘반중 담론’을 수용해 한국식으로 재구성했고, 이를 마가 쪽과 주거니 받거니 하며 키워왔다.

이들은 미국 주류 언론으로도 침투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방미를 약 열흘 앞두고 미 의회 전문 매체이자 워싱턴 주류 언론인 ‘더 힐’에 “이 대통령은 맹렬한 반미주의자로 과거 주한미군을 ‘점령군’이라 불렀고, 미국이 일본의 한국 식민지 지배를 지지했다고 비난했다”는 반중국 음모론자인 마가 인플루언서 고든 창의 기고가 실렸다. 주미 대사관은 같은 매체에 반박글을 기고해야 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달 20일부터 5박6일간 미국 워싱턴을 방문했던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한미의원연맹 회장)도 27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가 벌어지고 막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고 취임했을 때, 윤석열씨를 지지하는 극우 지지 세력들이 계속 미국 쪽에 ‘내란은 정당한 거다. 이 계엄은 (정당한 거다). 또 대통령선거는 부정선거다’ 이런 식의 얘기를 백악관에다 전달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미국보수연합(ACU) 등에서 활동하는 고든 창과 모스 탄 등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인물들을 한국 극우세력과 연계된 인물 등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문제는 마가의 가짜뉴스에 대응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익명을 요구한 워싱턴 소식통은 26일 “미국 민주당도 대응법을 찾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한국 정부가 대응하기 쉬운 문제가 아니다”라며 “주미 대사관이 고든 창 기고에 반박 기고를 했는데 그런 식으로 ‘두더지 잡기’ 하듯 일일이 대응하기 어렵다. 좀더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포 사회를 통한 미 극우세력 관리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는 “미국 우파를 자극하는 것은 재미동포 우파들이다. 이재명 정부가 이들을 자극하지 않고 관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정권이 바뀌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를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들로 물갈이하곤 하는데 이런 인사에서부터 통합적인 기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번에 ‘강훈식-수지 와일스’ 대통령실 비서실장 간 라인이 가동된 뒤 트럼프 대통령이 “오해였다”며 물러섰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다. ‘정부 대 정부’ 공식 채널로 적극 대응할 경우 이 문제를 관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한겨레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트루스소셜 글이)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했지만, 오해의 근원이 뭔지를 생각보다 더 심각하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한국의 극우와 미국의 극우는 연결돼 있고, 정보 루트가 미국 대통령에게까지 가닿아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중요한 과제로 남았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서영지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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