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롭지만 따뜻한 모성의 힘, '거미 마망'이 우리를 치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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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9m, 지름 10m에 달하는 거대한 청동 거미 '마망(Maman·엄마)'.
'현대미술 거장' 프랑스계 미국 조각가 루이즈 부르주아(1911~2010)가 모친에게 바치는 작품이다.
국내에서 '거미 작가'로 유명한 부르주아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대규모 회고전 '루이즈 부르주아: 덧없고 영원한'이 30일부터 호암미술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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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만 국내 전시... '거미' 조각 등 106점

높이 9m, 지름 10m에 달하는 거대한 청동 거미 '마망(Maman·엄마)'.
'현대미술 거장' 프랑스계 미국 조각가 루이즈 부르주아(1911~2010)가 모친에게 바치는 작품이다.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 미술관에 원본이 있고, 여섯 개의 복제품 중 하나는 경기 용인시 호암미술관 수변공원에 설치됐다.
국내에서 '거미 작가'로 유명한 부르주아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대규모 회고전 '루이즈 부르주아: 덧없고 영원한'이 30일부터 호암미술관에서 열린다. 1940년대 초기 회화부터 1990년대 대형 설치 작품 등 106점이 전시된다. 국내 전시로는 2000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전시 이후 25년 만이다.

대표작 '마망'은 모성에 대한 부르주아의 양가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그의 모친은 태피스트리(직물 공예품) 방직공으로 일했다. 거미줄을 짓는 거미에 비유했다. 동시에 작가는 날카롭고 사나운 거미가 자녀를 지혜롭게 보호하는 존재라고 봤다. 이는 그의 유년 시절 경험에서 나왔다. 부르주아는 10세 때 부친이 가정교사와 불륜을 저질렀지만 가정을 지키기 위해 이를 묵인하는 모친을 보고 부모 모두에게 배신감을 느꼈다. 그는 출생 자체가 '모친으로부터 버려지는 것'이라고 맹렬하게 비판하는 반면, 자녀를 지키기 위해 강인하게 고난을 버텨낸 모친을 "가장 친한 친구"라고 끌어안았다. 이미 설치된 '마망' 외 이번 전시에서 2개의 다른 거미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부르주아의 작품을 '의식과 무의식'으로 나눈 후 그의 이중적이고 복잡한 감정을 들여다본다. 유년기의 트라우마를 계기로 부모와 가족에 대한 애증을 끌어안은 그의 작품은 감정과 기억의 구조로 만들어진 일종의 심리적 자서전이다.
김성원 호암미술관 부관장은 부르주아가 남긴 어록 "내가 추구하는 것은 이미지도 개념도 아닌, 갈망하고 내어주고 파괴하려는 감정이다"를 인용하면서 "작품을 통해 감정의 언어의 울림을 체험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년기 상처로 모순된 감정, 예술로 치유


미술사적 관점에서 부르주아는 여성주의 작가의 대표 격으로 끌어올려졌지만 작가 본인은 특정 부류의 작가로 분류되기를 거부했다. 대신 그는 보통이라면 숨기고 싶었을 유년기를 되짚고, 그 고통을 치유하는 사적인 고백으로써 작품을 내세웠다. 비교적 부드러워진 후반기 조각 '커플'이나 회화 '꽃' 등은 일생 동안 이어진 모순된 감정을 긍정해 낸 결과물로 읽힌다. 가족 관계에서 상처를 입고 벗어날 수 없는 고통을 품은 이들 또한 부르주아의 작품에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법하다. 전시는 내년 1월 4일까지다.
서울 삼청동 국제갤러리는 다음 달 2일부터 부르주아의 개인전 '로킹 투 인피니티'를 연다. 20일 개막한 아트사이드갤러리 기획전 '존재와 균열'에도 부르주아의 붉은 홀로그램 연작 8점이 나왔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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