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차익 실현 권하더니 2주 만에 매수 의견... '오락가락' 증권사 리포트에 부글부글

이승엽 2025. 8. 28.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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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증권, 2주 새 GKL 투자의견 180도 바꿔
주가 '출렁'... 투자자들 "책임 누구에 묻나"
금감원, 조사 착수했지만 "가능한 조치 없어"
전문가 "공매도 이용 가능성... 감독방안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한 증권사가 며칠 사이 '차익실현 권고'에서 '매수'로 투자 의견을 180도 바꾸면서 투자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주가는 10% 가까이 급락했다 서서히 회복했지만 손해를 본 이들이 피해를 호소할 곳이 없어서다. 새 정부가 자본시장 선진화와 함께 '코스피 5000'을 달성하려면, 묵은 과제였던 증권사 리포트의 신뢰 회복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현대차증권이 발표한 그랜드코리아레저(GKL) 리포트 관련 민원을 접수해 조사에 착수했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인 GKL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기업으로, 국내에서 세븐럭 등 외국인 대상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다.

현대차증권은 지난달 23일 '2분기 중국 VIP 급감으로 전사 드롭액(칩 구매 총액) 3% 감소'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GKL 투자의견을 '관망(Market Perform)'으로 하향 조정하고 목표 주가를 1만5,000원으로 유지했다. 올해 2분기 매출 등 실적이 소폭 개선됐지만 중국 관광객이 감소해 급등한 주가(당시 1만7,000원대)가 향후 목표가로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란 분석이었다. 드롭액은 방문객이 게임에 참여하기 위해 칩으로 환전한 총액으로, 카지노의 잠재 매출액을 보여주는 선행지표다. 현대차증권은 "2026년 예상 순이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19배"라며 "차익실현 권고"라고 평가했다.

투자 의견은 관망이지만 △목표가(1만5,000원)가 당시 주가(1만7,000원)보다 낮고 △'차익실현 권고' 등 강한 표현을 사용했으며 △현대차증권이 최근 1년 넘게 매도 의견 리포트를 단 한 건도 내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사실상 매도 리포트로 해석될 여지가 컸다. 실제 당일 GKL 주가는 전날 종가 1만7,340원보다 8.3% 급락한 1만5,900원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10% 가까이 하락할 정도로 낙폭이 컸다.

문제는 그 이후다. 현대차증권은 14일 만인 이달 6일 '7월 실적 화창: 중국 아니어도 잘해요'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다시 내고 기존 의견을 정반대로 수정했다. 투자의견을 매수(Buy)로 전환하고, 목표가를 1만8,500원으로 상향했다. 중국 VIP가 줄었지만 일본 등 다른 국가 VIP가 증가했고, 하반기에는 감소한 중국 드롭액 회복이 기대된다는 이유였다. 이전 리포트에서는 PER 19배가 높다며 차익실현을 권고했다가, 2주 만에 PER 20배가 적정 목표라며 올려잡기까지 했다. 이후 GKL 주가는 1만6,000원선을 회복한 뒤 횡보하고 있다.

그래픽=박종범 기자

투자자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단기간 주가 변동으로 인한 책임을 물을 방법이 없어서다. 현행법상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리포트를 작성할 때 그 '내용'과 관련해 법적으로 지켜야 하는 의무규범은 없다. 선행매매 등 자본시장법 위반 행위 등이 발견되지 않는 이상 제재도 불가능하다. 금감원 관계자도 "조사를 하더라도 증권사 리포트와 관련해 당국이 조치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은 이번처럼 며칠 새 투자 의견이 바뀐 건 이례적이라고 꼬집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애널리스트가 차익실현 권고를 한 지 며칠 만에 매수 의견을 내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며 "보고서를 다시 낸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대차증권 측은 리포트 내용을 수정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첫 리포트는 2분기 실적 발표 전 프리뷰 성격, 두 번째는 발표된 실적을 분석한 리포트였다며 발표 타이밍에서 오해가 비롯됐다는 취지다.

그동안 국내 증권가 리포트가 '매수 의견' 일색이었다는 점에서 애널리스트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발간된 국내 증권사 리포트 1만4,124건 중 매도 의견은 단 6건(0.04%)에 불과했다. 하지만 증권가가 그간 매도 리포트 내는 것을 꺼리면서 이미 시장의 신뢰를 잃은 만큼, 신뢰 회복을 위해 매도 의견 보고서를 낼 때에는 자료 조사에 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혁 계명대 회계학과 교수는 "비관적 보고서를 낼 때는 본의든, 타의든 공매도 세력에게 이용당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데 현대차증권의 행태는 미흡했다"며 "규제 기관인 금감원이 이에 제재를 가할 수단이 없다는 점도 문제인데, 향후 증권 리포트에 대한 감독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픽=박종범 기자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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