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서 없는 한미 정상회담, 진짜 협상은 이제 시작

이재명 정부의 첫 한미 정상회담은 우려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 언행이나 외교·안보·통상 등에 대한 불협화음 없이 무난하게 끝났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첫 단추를 잘 꿴 셈이다. 뉴욕타임스는 “‘거래의 기술(트럼프 저서)’을 공부한 이 대통령이 칭찬 공세로 승점을 올렸다”고 했다. 하지만 회담 결과의 디테일을 들여다보면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양국이 평행선을 달려온 쟁점에 대해서는 제대로 정리된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두 정상은 한미 동맹 현대화에 공감했지만, 주한 미군의 역할 재조정 등 구체적 합의는 하지 못했다.
특히 국익과 직결되는 경제·통상 분야에서 한국이 얻은 것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에 우리 정부는 기존 3500억달러 규모의 투자 펀드 외에 1500억달러 추가 투자라는 선물을 준비했지만, 핵심 현안인 반도체·자동차 관세와 원자력 협력 등에서 원하는 답을 얻지 못했다. 우리 측은 이번에 자동차 관세율을 일본·EU(유럽연합)보다 2.5%포인트 낮은 12.5%로 내려달라고 요청했지만, 미국이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펀드에 대해서도 우리 측은 돈을 떼일 가능성이 적은 대출이나 보증 위주라고 주장하는 반면, 미국은 실패할 경우 원금을 날리는 직접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는 “한국과 무역 합의에 도달했냐”는 질문에 “그들은 몇 가지 문제를 제기했지만, 우리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며 “과거에 합의한 대로 거래를 마칠 것”이라고 했다. 쌀·소고기 등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이나 알래스카 가스전 개발에 대해서도 양국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은 그동안 관례와 달리 공동성명이나 공동선언문 발표 없이 끝났다. 양국이 주요 쟁점에 대해 구체적으로 합의하지 못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일본·인도·이탈리아 등 다른 나라들은 트럼프와 정상회담 뒤 공동성명을 발표했었다. 외교·통상 분야에서 구속력 있는 준거 역할을 하는 공동성명이 없을 경우 트럼프의 말 한마디에 따라 언제든 불확실성이 다시 커질 수 있다.
이번 회담은 외교·안보·경제 분야의 불확실성을 완화하고 한미 동맹 강화의 첫발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구속력 있는 약속이 없었기 때문에 앞으로 후속 협상에서 미국 측 입장을 반영한 ‘진짜 청구서’들이 쏟아질 수 있다. 진짜 협상은 이제부터란 자세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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