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 칼럼]‘개딸’로 성공한 李, 명·청·조국전쟁 자초했다
협치하는 온건 중도 대통령 원치 않는다
당원 중심 대표 선출·공천은 李의 원죄
이젠 여야 대표 ‘증오의 정치’ 끊어내길

오늘 새벽 귀국한 이 대통령은 어떨까. 이미 기내 간담회에서 “야당 대표가 선출되면 당연히 대화해야 한다”고 밝힌 만큼 순방 결과 설명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만날 좋은 기회다. 여야 대표를 함께 초청한 자리에서 관전 포인트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과연 강성 반탄(탄핵 반대) 장동혁과 악수하느냐가 될 터다. “악수는 사람과 하는 것”이라던 그가 악수를 거부한다면, 협치를 강조한 이 대통령의 면이 안 설 것이다.
안 그래도 여당 대표 선거에서 명심(明心)의 박찬대 아닌 정청래가 당선되면서 ‘명청(明淸) 전쟁’이 시작됐다는 소리가 들린다. 물론 경선 과정 중 정청래는 “싸움은 제가 하고 협치의 꽃과 열매는 대통령의 공으로 돌리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낙마시킨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강선우한테 “든든한 울타리가 되겠다”고 함으로써 벌써 반기를 든 모양새다. 야당 대표로 장동혁이 뽑힌 것도 정청래와 가장 잘 싸울 수 있어서라는 분석이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사면·복권 역시 이 대통령의 정청래 견제용이라는 뒷말이 나돈다. 조국이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해 광폭 행보를 하는 바람에 ‘명·청·조 삼국지’가 개막됐다고 이동훈 개혁신당 수석대변인이 꼬집을 정도다.
정청래는 발끈했다. 대통령과 각 세울 일은 1도 없다는 거다. 믿기 어렵다. 명나라 복심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찰개혁 신중론을 연일 설파했다. 청나라와 조나라의 ‘추석 전 검찰청 폐지론’과 다른 박자다. 사상 초유의 너무 이른 레임덕, 명·청·조국 전쟁이다. 조국 사면으로 대통령 지지율도 떨어졌다.
이 대통령은 황당할지 모른다. 자신을 당 대표로, 대통령 후보로 두 번이나 밀어줬던 열혈 개딸들은 다 어디 갔단 말인가.
미안하지만 그때 그 지지자들은 이름만 개딸이었을 뿐이다. 권리당원 245만 명 중 남성이 53.2%이고 나이도 50대가 가장 많다(29.6%). 20대는 5.9%가 고작이다(2023년 6월). ‘변방의 장수’에서 극단적 언어와 행태로 단박에 스타가 된 이 대통령은 자칭 개딸을 업은 팬덤정치로 성공했다. 그러나 민주당 핵심 지지층이 환호한 건 ‘사이다 이재명’이지 중도보수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아니었던 거다.
이들 강성당원은 프랑스혁명기 군중과 다르지 않다. 정치인 이재명을 추종한다기보다 자기들의 맹렬한 당파성과 혐오와 증오를 발산할 가장 센 ‘도구’를 찾아 움직인다. ‘대깨문’을 자처했던 ‘문빠’가 지금은 사라진 게 그 증거다.
이 대통령은 대의원 비중을 대폭 줄이고 당원 비중을 크게 늘린 경선 룰로 당 대표에 당선됐다. 자신의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수박’ 박멸에 강성당원을 동원해 일극체제를 굳혔다. 이번 당 대표 경선에서 협치 거부, 국힘 해산을 강조한 정청래가 박찬대를 이긴 것도 현재의 개딸은 명심보다 센 청심(淸心)을 택해서다. 갈수록 극단을 원하는 당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청나라의 명나라에 대한 강공이 우려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듯 민주당의 주인은 당원”이라고 정청래는 주장했다. 나라의 주인이 국민인 건 맞다. 하지만 민주당 주인이 당원이라는 점엔 동의 못 한다. 그럼 당비로만 당을 운영하지 혈세 보조금은 왜 받는단 말인가?
이 대통령이 시작했고 정청래가 완성하겠다는 ‘당원주권정당’은 이 대통령을 성공시킨 수박정치였다. 야유와 욕설로 정치인을 좌우해 강성당원과 유튜버에게 효능감을 안기는 팬덤정치다. 그러나 이제는 버려야 할 ‘증오의 정치(hatocracy)’다.
극렬당원만 주인으로 여기는 민주당은 상대 당을 적폐, 내란, 궤멸 대상으로 본다. 그들 눈엔 당원만 중할지 몰라도 우리나라에는 생업에 종사하는 성실한 국민이 훨씬 더 많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정권 재창출 실패도 모든 보수세력을 적폐로 몰아붙인 탓이 컸음을 무시할 수 없다. 부도덕한 범죄로 단죄받은 조국까지 독립운동이라도 한 듯, 명나라 지원을 받는 듯 내란종식·극우척결에 나서는 지금이 내전 같은 상황이다. 청·조 전쟁을 이끄는 한물간 86운동권 장수들의 패권 다툼도 지긋지긋하다.
“협치를 말했더니 진짜인 줄 알더라”는 말은 절대 안 나오기 바란다. 삼국 전쟁을 자초한 이 대통령은 더는 청나라와 조나라에 끌려가지 말아야 한다. 어쩌면 중도보수 국민이 이 대통령을 지켜야 할 수도 있다.
김순덕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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