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를 깬 선택[이은화의 미술시간]〈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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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창한 숲속, 하늘거리는 청색 드레스를 입은 젊은 여자가 금색 상자를 열어보고 있다.
대체 상자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기에, 여자는 저리 조심스러워하는 걸까.
판도라는 선물상자를 열면 안 된다는 신들의 경고를 받았지만, 호기심에 결국 금기를 어기고 말았다.
무릎을 꿇은 채 조심히 상자를 열고 있는 그녀의 손짓과 표정에는 망설임과 기대감이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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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화가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가 그린 ‘판도라’(1896년·사진)는 그리스 신화 속 판도라 이야기를 생동감 있게 담아냈다. 판도라는 제우스의 명으로 창조된 첫 인간 여성으로, 세상에 모든 불행을 퍼뜨리기 위해 태어났다. 판도라는 선물상자를 열면 안 된다는 신들의 경고를 받았지만, 호기심에 결국 금기를 어기고 말았다. 상자가 열리자, 온갖 고통과 재앙이 연기처럼 강하게 뿜어져 나왔다. 슬픔, 빈곤, 질병, 죽음 등이 바이러스처럼 세계로 퍼져 나갔다. 놀란 판도라는 얼른 상자를 덮었다.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희망만이 상자에 남았다.
워터하우스는 이 신화적 서사를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대신, 판도라의 내적 갈등에 초점을 맞췄다. 무릎을 꿇은 채 조심히 상자를 열고 있는 그녀의 손짓과 표정에는 망설임과 기대감이 교차한다. 금지된 것을 해보고 싶은 충동과 이를 억제하는 이성. 판도라는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 갈등했을 그 선택의 갈림길에 선 것이다.
워터하우스는 판도라를 단순히 재앙을 가져온 여성으로 보지 않았다. 오히려 인간이 가진 호기심과 희망의 상징으로 그렸다. 호기심은 위험을 초래할 수 있지만, 진보와 발견의 원천이기도 하다. 판도라의 선택은 비극의 시작이자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을 여는 순간이다.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만약 판도라가 상자를 열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이 세상에 슬픔도 질병도 죽음도 존재하지 않는다면, 모든 사람이 불로장생한다면? 변화가 없고 모든 것이 영원한 그곳이 오히려 디스토피아가 아닐까.
이은화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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