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진의 시골편지]심심해도 괜찮아

“시인은 모름지기 장례식 관값이나 남기면 돼. 각혈하고 죽어야 진짜지.” 가난한 지리산 시인 형의 농반 진반.
진짜 그리 살다 죽은 시인도 있다. 대처승의 아들로 태어난 이시카와 다쿠보쿠. 이름에 ‘석(石)’자가 붙어 있는데, 시인 백석이 하도 그를 흠모해 ‘석’자를 빌려 썼다는 말도 있다. 다쿠보쿠는 신문기자로 목에 풀칠하며 지냈는데, 제국주의를 비판하고 조선침략전쟁을 반대해 우익의 미움을 사기도 했다. 온 가족이 폐결핵으로 죽고 자신도 26세 젊은 나이에 죽었다. 아내의 고향인 북해도 하코다테에 유골을 이장했지. 다쿠보쿠가 쓴 <삿포로>란 미완성 소설이 있다. 소설은 시골에 낙향한 기자 이야기. 자기 경험담을 싱겁고 밍밍하게 썼는데, 1908년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한 북해도 풍경이 펼쳐진다.
심심한 소설도 좋고, 심심한 설교도 괜찮아. 어떤 목사의 설교가 끝나자 교인이 다가와 한마디. “불면증으로 요새 고생이 참 많았는데 목사님 덕분에 씻은 듯 나았네요.” “앗, 그래요? 제 설교가 그렇게도 은혜가 되었습니까?” “설교가 졸려서 아주 푹 단잠을 잤어요. 다음주 설교도 기대하고 오겠습니다.”
잠시 초가을 냄새가 향긋한 북해도에 건너왔다. 밀리고 쓸리는 심심한 파도 구경.
숙소에서 읽으려고 통도사 ‘군자’ 경봉 스님의 일대기 책을 들고 왔는데, “밥 먹었나?” “안 먹었습니다.” “공양간에 가서 밥부터 먹어라.” 먹는 밥만이 아니라 진리의 밥도 같이 물은 거란다. “밥 먹었나?” “어떻게 하면 깨달음의 밥을 먹을 수 있습니까?” “그냥 밥만 잘 먹으면 돼. 주리면 먹고 졸리면 자야지. 그런데 밥 먹을 때는 밥만 먹고, 잠잘 때는 잠만 자거라.” 죽을 때 되면 “네네~” 하고 잘 죽으면 되겠지. 우린 시방 머릿속이 뭐가 너무 복잡해.
임의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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