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의'가 만드는 살 만한 세상, 누군가의 평범한 하루를 지켜
[뉴스데스크]
◀ 앵커 ▶
우리는 지난 연말 평범한 일상이 깨지는 아찔한 경험을 했습니다.
모든 걸 제자리로 돌려놓은 건 바로 '법'이었는데요.
당시 선고를 맡았던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이 법관 생활 동안 쓴 글을 책으로 엮어 내놨습니다.
정의가 세상을 바로 세운다면 호의는 세상을 살 만하게 만든다는 그의 이야기를 임소정 기자가 들려드립니다.
◀ 리포트 ▶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여관에 불을 질렀다 법정에 선 피고인.
판사는 특별한 요구를 해 왔습니다.
[문형배/전 헌법재판관(당시 부장판사)] "'자살'을 열 번 외쳐보라‥ 내 귀에는 '살자'로 들린다. 당신은 실패해서 자살을 시도했지만, 자살은 실패해서 살았지 않느냐‥"
이어 집행유예로 선처하며 <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란 제목의 책을 건넸습니다.
"타인의 인생에, 그것도 가장 극적인 순간에 관여하는 사람", 판사.
"누군가 인생에 커다란 짐을 지우는 오판을 할 수도 있기"에, 판사 문형배는 늘 "판사란 직업을 두려워"했습니다.
[문형배/전 헌법재판관(2019년 헌법재판관 청문회)] "평균인의 삶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되겠다 생각했습니다."
다른 사람 이름이 적힌 낡은 교복과 교과서를 물려받아 겨우 중학교를 졸업한 소년 문형배.
[김장하 선생/다큐 <어른 김장하> 중] "우리 사회는 평범한 사람이 지탱하고 있는 거다."
스승의 '호의', '친절한 마음씨' 덕에 판사가 될 수 있었던 그는 자신 역시 '호의'로 누군가의 평범한 일상을 지키고자 했습니다.
"형벌이 아닌 사랑이 죄인을 교화할 수 있다"는 고전의 가르침을 마음에 새겼고, '호의'로 세상을 살 만하게 만드는 이들의 삶을 눈에 담았습니다.
38년 법관 생활, 판결문을 쓰는 사이사이 써온 짧은 글들엔 '호의'에 대한 그의 고민이 묻어납니다.
[문형배/전 헌법재판관(2019년 김장하 선생 생일 축하 행사)] "이 사회에 있는 것을 너에게 주었을 뿐이니‥ 갚아야 된다고 생각하면 이 사회에 갚아라."
그토록 한순간도 '호의'를 잊지 않았지만, 법관으로서 마지막 결정은 단호했습니다.
민주주의를 향한 위협에 대해서까지, 호의를 베풀 수는 없었던 겁니다.
[문형배/전 헌법재판관(2025년)]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문형배/전 헌법재판관(오늘 밤 9시 MBC 손석희의 질문들)] "관용과 자제는 선이 있는 겁니다.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사람한테 관용과 자제를 할 수는 없다."
사회를 지탱하는 법이라는 단단한 기둥 위 '호의'라는 다리를 놓으려 했던, 우리 시대의 한 법관.
법복을 벗고도 "아직 세상은 살 만 하다"며 모두에게 나지막이 '친절한 마음'을 당부합니다.
MBC뉴스 임소정입니다.
영상취재: 전인제 / 영상편집: 이유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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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전인제 / 영상편집: 이유승
임소정 기자(with@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5/nwdesk/article/6749869_367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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